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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약대 6년제 개편은 약사들만의 문제 아닌 국민의 문제”

  • 입력 2005.08.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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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의료계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약대 학제개편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경찰의 도움을 받아 강행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경찰의 물리적 제지에 강력반발하며, 공청회 참석을 보이콧해 결국 공청회는 의료계 대표가 빠진 가운데 반쪽행사로 열렸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약대 6년제 저지를 위한 범 의료계 지도자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의료계 동의 없이 추진하고 있는 약대 6년제에 대해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것”을 정부측에 촉구했다. 의협은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 16조원 가운데 약사들이 가져가는 액수는 무려 1/9에 달하는 1조8000억 정도로 국가적, 국민적 낭비가 심하다” 라며 “약대 6년제 문제는 정부의 조제위임제도에 대한 공정한 평가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회장은 약대 6년제 저지를 위한 국회의 관련법 발의를 즉각 추진하겠다며 “만약 이를 강행할 경우, 의약분업 파기로 간주해 전국의 대한의사협회원들은 조제 행위에 돌입 하겠다”고 엄중 경고했다.그러나 이러한 엄포에 의약분업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약사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또한 병원협회는 약대 6년제는 약사들의 인건비 상승이 명약관화하므로 단순히 의사와 약사만의 문제가 아닌 시민단체, 약대지망생, 학부모 등의 입장까지 두루 참작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특히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기 때문에 의료계가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약대 학제개편 관련 공청회를 지켜본 의료계는 의료계가 더 이상 정부 정책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인으로 비켜선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사실에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특히 의협은 이번 공청회가 정부 각본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예상 했지만, 의약분업 사태에 버금가는 최대 현안으로 간주하고 두 차례의 실력 저지에 나섰음에도 강행된 데에 대해 무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현행 약사법의 애매한 규정들 때문에 약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임의 조제가 가능한 상황인데 약사회는 내부적으로 이제 의사들의 처방은 다 받아 알만큼 알고 있으니 이제 임상약학과 약료(藥僚)를 구현해야겠다고 뜻이 모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새로운 용어가 발생하면 거기에 따른 수가가 생기기 마련이다. 약대 6년제 개편이 그 시발점인 셈이다“의약분업 투쟁 때 겪었던 것을 다시 겪을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의료계 수뇌부는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 비서관을 만나 “약대 6년제는 단순히 공부를 더 하자는 것이 아니며 약료를 배워 약을 이용한 진찰행위를 합법화하겠다는 음모가 숨어있음”을 밝히고 이를 입증할 관련 근거 자료들을 제출한 바 있다.그러나 약사회는 이제 일이 다 성사된 양 약대 6년제, 법인 약국 허용, 일반약 슈퍼 판매 확대 등 현안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려면 약계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전제하고, 모든 문제는 이해단체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 나가겠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약사회의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의협 회장단은 약대 학제개편을 반대하는 ‘1인 피켓 시위’를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에서 돌입하여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나 안타깝기 그지없다. 명분이 가장 중요하지만 훌륭한 명분만으로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약사들은 오래 전부터 정부 각 부처에 다수가 진출해 있고 정부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사전에 알고 있으며 자신들의 의향에 맞게 정책 입안 과정에서부터 개입하고 있으나, 의사들은 그러한 관련 부처에 약사들에 비해 지극히 소수만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의료 내지 의약정책의 입안 시점부터 밀리고 있다.5년 전 의약분업 파동 때 의사들은 시민들과 환자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겪어가며 의권 투쟁을 벌려 약간의 권리를 쟁취했으나, 세월이 가면서 쟁취했던 전리품들은 결국 정부의 재정 안정화 대책(진찰료 및 처방료 통합, 차등 수가제, 야간 가산율 적용시간대 변경, 일반의약품 비급여 확대 등)으로 하나하나 사라지고 말았다. 의사들이 두려워하고 우려하는 것은 의약분업 투쟁 때 겪었던 쓰라린 전철을 다시 또 겪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의사, 한의사, 약사의 역할(Role)이 불분명하게 규정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의사 본연의 권리(진료권)가 침해될 개연성이 항상 상존하고 있다. 의협은 정말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사면초가에 처해있는 외로운 단체다. 약대6년제 학제 개편은 약사들만의 문제가 아닌 온 국민의 문제이고 의료정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