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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정신과 환자와 입소문

  • 입력 2005.08.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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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과에 대한 편견은 유별나다. 그것은 문화적인 영향도 크겠지만, 우리나라에 서양의학이 도입돼 정착하는 과정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19세기 의학을 지배한 독일의 병리학자 비르효는 공공연하게 ‘건강에서 정신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해 왔는데, 일제시대 때 독일식의 의학공부를 한 우리 선배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는데 있어 정신과적 문제를 도외시하고, 모든 병을 신체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1L]오늘날까지도 정신과 하면 미친 사람이나 가는 곳으로 인식하고, 신경증적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정신과에 가기를 꺼리고 내과 등을 주로 찾는데, 그것은 초창기 의사들의 진료 태도와 연관돼 있다. 정신과 의사들 또한 정신과적 면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환자들로부터 정신병자 취급한다고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러한 정신과 의사들의 진료태도는 서양의학을 흉내내면서, 우리 문화에 적합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진료방법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동안 일부 타과 의사들이 정신과 영역을 잠식하는 계기가 됐다.정신과 개원의협의회가 타과에 빼앗긴 진료영역을 되찾으려고 정신과 개명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통한 이름이 없어 안타깝다. 필자는 개명도 고려의 대상이지만 정신병 중심의 학생 교육에서부터 정신과 의사들의 환자 대하는 태도까지 함께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누가뭐라해도 정신과 외래의 어려움은 낮은 수가와 적은 환자를 진료하면 불리하게 되어 있는 박리다매식 현행 건강보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려면 환자 확보를 위한 홍보가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병원을 단시일 내에 널리 알리는 묘안은 없다. 다만, 정신과 병의원의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환자의 입소문 이용하라” 첫째는 환자들의 입소문이다. 환자를 통한 구전(word of mouth)은 진료를 받아본 경험을 바탕으로한 일종의 증언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가장 신뢰성이 높지만 전파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둘째는 매스 미디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특히 TV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어서 폭발적이고 무조건적으로 믿는 경향이 있지만, 출연기회를 포착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많은 준비와 탤런트적인 자질을 갖춰야 뜰 수 있다.셋째는 글쓰기나 강연을 통한 방법인데, 정신과 의사에게는 소재도 풍부하고 많은 기회를 활용할 수 있으나 준비된 사람만이 그 기회를 살려 나갈 수 있다.넷째는 다양한 분야의 타직종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법 또한 중요하다. 정신과 환자들은 가족을 통해 병원이나 의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폭넓은 대인관계가 환자 확보에 도움이 된다.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 병원은 지난 2004년 7월 한달간 초진환자 1,013명을 대상으로 이 병원에 온 동기를 분석한 결과, 아는 사람 소개가 25%(290명), 타 병원 의뢰가 23%(273명), 교통이 편리해서가 21%(249명)로 나타났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시대에도 병원 선택은 여전히 아는 사람 소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병원 홍보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 바 있다. 2004년 9월부터 3개월간 이정남 신경정신과의원에 찾아온 초진환자 202명의 병원에 온 동기를 분석했더니, 아는 사람 소개가 68%(137명), 간판 보고 온 사람이 11%(23명), 타 의료기관 의뢰가 11%(22명)로, 아는 사람의 소개가 절대다수였는데, 바로 입소문으로 찾아온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정신과 환자들에게 입소문이 잘 먹혀드는 이유는 피암시성이 강한 데다 불신이 많고 정보가 다양한 한국 사회에서 손에 잡힐 듯한 확신을 주는 감성적 태도로 현장감 있게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강한 흡인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식당과 병원은 구매형태에 있어 유사점이 많은데, 뜨는 것 뒤에는 항상 입소문이 있다. 입소문은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를 타고 이동하는 특징이 있다.“빅 마우스를 잡아라”입소문에서 나팔수라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한국의 빅 마우스(big mouth)는 모여 말하기 좋아하고 수다를 잘 떠는 아줌마들이고, 단체형 빅 마우스는 이동범위가 넓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택시기사를 들 수 있다. 그래서 여자 환자들은 나팔수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진료에 임해야 한다. 우리 병원도 전체 초진 환자중 여자 환자가 67%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환자 스스로 다른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구전효과를 높이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빅 마우스는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내용을 과장해 악성루머로 퍼뜨릴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보통 불만 환자는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잠재고객에게도 막대한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대체로 10명의 불만 고객은 약 120명의 예비고객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경험에 의하면, 정신과에 와 진료비가 비싸다고 말하는 환자는 불만 환자로 주의를 요한다.마지막으로 원장 혼자만의 힘으로 환자를 감동시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직원들의 친절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교육과 동기 부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명의나 전문분야의 일인자는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꾸준한 노력과 성실한 진료태도가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평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기본 홍보전략은 환자에 대한 깊은 관심과 따뜻한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 멀리 보고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정성어린 진료를 하면서 부단한 자기계발을 멈추지 않는 태도야말로 입소문이 잘날 수 있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