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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해한 사유, 붓으로 해명한 화가

정신병 화가 리처드 닷드 작품의 의학탐정화실 ⑥

  • 입력 2016.06.23 13:04
  • 기자명 문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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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대체로 그 감성이 예민하기 때문에 때로는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하기도 하는데 그 배경은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런 것이 자주 반복될 때는 미친 사람 취급을 하게 된다. 영국의 화가 리처드 닷드(Richard Dadd 1817~86)는 중동과 이집트를 여행하다 정신이상이 생겨 아버지를 살해하고는 그가 1886년 1월 8일 사망할 때까지 평생 22년간을 외부에는 한발짝도 나가보지 못하고 형무소와 같은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쳤다. 다행히 병원에서는 그림 그리는 것이 허용되어 많은 걸작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는 그의 최고의 명작이라고 꼽히는 그림이 마치 그의 아버지 살해에 대한 변명을 표현한 듯한 그림이 있어 그 사연과 내막을 살펴보기로 한다.

닷드는 입원하고 있는 동안에 자기 자신의 정신불안에 대해서 알아차리기도 했다. 병원당국에서는 그의 정신불안은 일종의 계통적인 망상으로 구조화된 것으로 그 망상은 이집트의 신들 특히 오시리스 신을 둘러싸고 주기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아 그가 이집트를 여행하는 동안 정신적인 어떤 자극내지는 충격을 받은 것이 영향 미친 것으로 의사들은 해석하였다.

닷드가 그의 아버지 살해에 대한 고백을 병원장 찰스 후드 원장에 한 기록을 보면 “자기는 아버지를 살해한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으며, 자기는 아버지라고 거짓말을 하는 남자를 살해하였으며 그 남자에는 악마가 붙어 있었기 때문에 신이 그 남자를 죽이라고 명령해서 그 남자를 죽였을 뿐이다.”라고 진술 하였다는 것이다.
베트레헴 정신병원에 수용된 후반기에는 증상이 좋아져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후드 병원장의 각별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닷드는 정신병원에서 환자생활을 하면서 그의 걸작을 많이 남기게 되였다.

그 중에서 그의 대표적 걸작이라 할 수 있는 그림은 ‘요정나무꾼의 신기한 일격, The Fairy Feller’s Master Stroke’(1855~64)이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그가 9년에 걸쳐 그렸지만 그래도 완성하지 못하였다. 그림은 매우 정교해 요정들 의상의 단추까지 하나하나에서 작은 조약돌에 이루기까지 그려 넣어 그의 요정그림의 숙련 성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셰익스피어를 해석하고 매우 상세한 문학 그림을 생산에 특히 재능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이 그 작품들의 중심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 구성은 매우 다른 빅토리아 요정 그림들과는 다른 대신에 개별 요소가 거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 주제의 내용은 셰익스피어 극에 나오는 요정나라의 왕과 왕비, 오델로와 틔다니 등의 장면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으나 그림의 위쪽 절반은 셰익스피어의 오베론과 티타니아를 제외하고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완전히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또 북구의 켈트(Celtic)신화를 근거한 요정세계에 나오는 여왕 마부(Mab)가 개암(헤이즐넛 hazelnut)씨로 된 마차를 타고 있었다는 것에 힌트를 얻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선 이 그림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공간공포’가 확실하게 들어나 있다. 즉 화면은 비교적 작은 크기(54cm×40cm)이지만 한 치의 공백도 남기면 불안해서인지 꽉 들어차게 그린 광경의 정밀도가 압도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어 정신이상자 그림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그림은 요정의 세계인데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요정나무꾼이 개암 씨를 내리치려고 도끼를 들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의 한가운데에는 흰 수염의 마술사가 모든 일을 조정하는데 말을 듣지 않는 요정은 머리를 때리려고 좌측 손에는 곤봉을 쥐고 있으며, 그 바로 위에는 웨일스 풍의 왕관을 쓴 마녀 여왕 티타니아와 요정의 왕 오베론도 있고, 또 마술사의 그 우측에는 17세기풍의 의상을 입고 털 달린 모자를 쓴 두 신사도 요정나무꾼을 보고 있다.
마술사의 좌측에는 종다리는 굵은데 발목은 극단으로 가는 두 하녀가 빗자루와 거울을 들고 있는데 그 오른쪽 하녀의 발사이의 치마를 통해 그 안을 훔쳐보는 장난꾸러기 엘프(elf)도 있고, 비정상적으로 닷드를 들어, 호색의 메모는 두 개의 왜곡하지만 관능적 요정 여자가 호색가로 추파하는 족장의 왼쪽에 있는 그림으로 소개된다.

그림의 맨 위의 우측에는 동화에 나오는 농부, 양복신사, 약사, 도둑과 작은 소인 부부가 서 있으며 이외에도 등장인물은 많이 있다.
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오른쪽 하녀의 밑에 있는 노인이다. 이 노인의 모습은 화가자신과 흡사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즉 앞날이 어두운 표정,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표정, 쭈그리고 있는 자세, 너무나 불쌍하게 보이지만서도 유모아가 담긴 묘사이어서 이것은 그림을 그릴 당시의 화가는 자신이 놓인 상황이 다소 가소롭다는 것을 느껴서 표현한 것 같다.

따라서 이 난해(難解)한 그림의 해석에는 이 노인이 열쇠라 생각된다. 주의깊이 살피면 그림에서 일어나는 일의 중심이 되는 것은 도끼를 처 들고 있는 요정나무꾼, 두개로 가르기 직전의 개암 씨, 그리고 이 노인이다. 나름대로의 해석이지만 이 요정나무꾼은 젊은 시절의 화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개암의 씨를 가루는 그를 불안하게 보고 있는 노인을 현재의 화가 자신이라 하면 요정나무꾼은 자기의 젊은 시절이어서 개암 씨를 내리쳐 쪼개는 행위는 마치 자기가 아버지를 살해한 것과 같은 행위이며, 요정나무꾼이 이 그림에 나오는 여러 요정들의 권유에 의해 도끼를 쓰는 것과 같이 자기도 오시리스신의 유혹과 지시로 살해 했다는 것으로 이 순간은 바로 그의 행위의 전제가 된 광기의 체험을 표현하여 변명한 것으로 보인다. 즉 그는 끝까지 자기는 살인을 한 것이 아니며 악마가 한 짓임을 주장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정신이상자의 내면세계를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특히 닷드와 같이 침착하게 그리고 정연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참으로 기적 같은 일로 마치 자기가 만든 요정들의 세계 속에서 9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요정 인물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하면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그의 정신이상은 특별한 경지에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것을 감지하게 한다. 닷드가 정신이 맑아질 때 자신의 정신이상의 발작 원인을 이집트와 팔레스타인을 여행할 때 뜨거운 기후로 인한 일사병 고통으로 인한 것으로 이야기 했다가도, 어떤 때는 발병의 더 많은 가능성은 이집트에서 상상도 하지 못했던 여러 신들과의 만남이라 세계 속에 자신이 노출되어 그들에 의해 자신이 압도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그는 가계(家系)적으로 보아 닷드의 형제 7남매 중 4명은 어려서 정신병으로 일찍이 사망하였다는 유전적인 기왕력(旣往歷)이 있으려 또 그의 지나온 경력과 병원에 남아있던 병상일지 그리고 그가 남긴 그림들을 분석한 후세의 정신과 의사들은 그의 망상은 편집증적(偏執證的) 정신분열증(精神分裂症)에 의한 것이라 하였다.


후드 병원장이 세상을 떠난 후 닷드의 그림은 유명무실하게 흩어져 있다가 닷드가 한 화가로 인정받게 된 것은 죽은 지 90년에 가까운 1974년에 그의 회고전이 태트(Tate) 갤러리에서 개최되면서부터이다. 이 그림을 본 유명 작가들이 그림의 주제와 같은 제목으로 소설, 가곡, 연극, 영화 등 여러 작품을 만들었으며 지금도 병원 내에는 작은 미술관이 병설되어 닷드의 수채화 약 20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렇게 그의 작품이 후세 예술가들의 이목을 끌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작품은 무어니 해도 ‘요정나무꾼의 신기한 일격’이 절대적으로 평가 되었으며 다음으로는 ‘오베론과 티타니아의 언쟁’으로 두 작품 모두가 정신병이 발병돼 병동에서 그린 것으로 정신의학계에서는 그의 작품을 통해 정신이상자의 내면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