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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22인 작업실 展’에 가다

  • 입력 2016.06.23 13:10
  • 기자명 최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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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전이야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 거장들의 전시전은 별다르다. 거장들의 작업실을 같이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이한 매력으로 다가 왔다. 그들의 작업실에서 그들의 혼이 녹아내린 아틀리에, 신비한 공간, 은밀하고도 비밀스러운 작업실, 대작이 탄생되는 밀실의 공간, 자신의 작업을 위해 작품의 탄생을 위한 고뇌의 방, 자신만이 머무르며 작가의 공간이 처녀처럼 깊은 신비한 장소를 몰래 훔쳐(?)볼 수 있다는 야릇한 흥분마저 느끼며 그 매력에 끌려 거장의 방을 보기로 늦은 봄 비 오는 날 오후 한가람 미술관 3층을 찾아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22인의 아틀리에 그 문을 열고 들어갔다.

거장들의 작품도 작품이지만 그의 성별과 나이와 외모와 작업실을 연관해서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도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

작가 고재권 씨의 작업실에 들어가 보았다. 크고 작은 캔버스에 다양한 백자 그림들을 그려놓았다. 지금은 저런 그릇을 볼 기회가 거의 없고 어디를 가나 현대의 식기류를 본다. 허나 이 작업실의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백의민족의 우리 혼, 순백의 미를 떠올리게 하며 마치 어머니의 품속 같은 아늑한 정감을 느끼고 우리의 옛날 토속적인 분위기에 휩싸여 마주 할수록 포근함과 친숙함의 정감을 받는다.

바로 작가가 우리에게 백자그림을 통하여 옛 추억을 불러드리려는 목적이 있음을 알려주고 무한한 시공간을 넘어 자아를 느끼게 하며 우리 삶의 본질을 백자 그릇을 통하여 호소하게하고 있다. 작가 정명택 씨의 작품을 보면 자연재료 그대로 사용한 ‘순수함’ 불필요한 기교적 과시를 배제한 ‘담백함’과 받침돌의 육중하고 무거움 질감을 가벼운 목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우리 문화의 독자적 면모이자 한국인의 깊은 마음을 간결하고 단순한 작품을 통하여 정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하는 뜻은 한국 고건축에서 나타나는 자연미를 ‘무위의 순수미’, ‘무심의 담백미’로 작품 속에서 녹여 내고자 하였다고 본다. 자연석과 목재로 다루고 실외용 벤치들은 경주 감은사, 그 마당지에 남아 있는 석조부재들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 석조부가 보여주는 재료의 육중한 무게감과 장석들의 짜임새 있게 이루고 있는 독특한 공간미는 단순하지만 그 격식이 담백하고 순수하다는 평이다. 작품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다양한 기틀을 갖는 선반으로 되어있다. 아름다움을 넘어 사용자가 무형의 공간속에서 사유하고 성찰 할 수 있는 명상적 체험을 유도되고 있다는 비평가들의 평이다.

작업실을 보면 잘 정돈된 방도 있지만 쓰다 놓은 색감의 그릇과 여기저기 널려 있는 붓들과 화구들, 보기만 해도 꿈자리가 사나울 정도이며 난잡하고 마치 쓰레기통처럼 지저분한 곳도 있다. 와~ 저런 곳에서 장미가 나온단 말이 생각난다.

한편 김광우 씨의 작업실을 보면 그림을 그리는 장소 보다 철공소의 작업실처럼 이게 예술가의 화실인가? 철공소작업실인가? 하기야 자세히 관찰하면 작품자체가 기계문명과 인간의 대비를 통해 오토바이를 소재로 한 ‘자연과 인간’ 이러한 관점에서 목재와 오토바이 부품들로 낡은 생활용품들의 부속품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작업장이 화실이라기보다 철공소의 한 부분을 만들어야만 되는 작업실에 보는 이로 하여금 심란하다.

작가 김광우 씨는 그의 문명 비판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시각이 대립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친화적인 입장에 서야한다는 자신의 자연관을 작품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토바이를 소재로 한 ‘자연+인간’ 그의 관점이 드러난 매우 이색적인 작품이다.

부목을 자르고 다듬어 기계부품이나 낡은 생활용품을 결합하고 악기를 비롯하여 주방용품, 각종 생활용품 스텐 제품과 부목을 결합 시켜 만든 작품은 이때까지 보지 못한 신선한 충격으로 나의 시선으로 다가왔다. 인체와 기계부품과의 결합을 통해 훨씬 더 완곡하면서도 정곡을 찌르고 있다는 작품 설명으로 김광수 씨의 예술관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하여 작업장은 마치 난잡한 철공소와 같다는 것에 이해가 갔다.

작가 구자승 씨가 추구하는 공간의 해석은 동양화에서의 여백개념에 근거를 두고 하는 이론이다. 동양화에서 여백의 빈공간은 서양적인 공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해석이다. 비어있음은 동양화에서는 비표현적인 공간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이론이다. 여백 자체도 한 표현이 될 수 있다. 소재와 감상자의 사이에 시거리가 가까울수록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

바로 여백은 이런 긴장감을 해소시켜 준다는 것이다. 마치 사람과 사람도 아주 가까이 마주 보고 있으면 긴장감이 들게 마련이고 그림 보는 것도 그렇다는 이론이다.

오늘 국내 최상급의 아티스트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보고 한국미술의 단면을 한 현장에서 보고 더불어 작가의 은밀한 곳, 이때까지 공개되지 않는 아틀리에-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현대미술을 어렵게만 생각했던 대중들이 직접 작품들의 탄생을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고 느끼며 예술가들의 창의적 행위에 대한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이해를 돕는다는 취지이다.

▲ 구자승 화백그동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국내 최정상급 예술가들의 작업실 풍경이며 수십 년간 모아온 손때가 절인 화구들, 고비마다 그들을 잡아주고 다시 투혼을 살려 시대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로 정상을 유지케 한 그들의 그림과 작업실을 보며 뜻 깊은 하루를 보내고 이런 자리를 마련한 주최 측에 마음속으로 감사를 드리며 전시장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