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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된 정신의학의 위상 높일 것”

오병훈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병원장

  • 입력 2005.09.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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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사회가 노령화되면서 노인문제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가 됐다. 특히 치매는 개인의 질병인 동시에 가정, 사회, 국가 더 나가서는 인류 전체의 질병이다. 또 선진국뿐 아니라 후진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렇듯 치매는 쉽게 답을 내놓을 수 없는 난제가 됐다. 최근엔 치매를 푸는 방법을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오병훈 병원장은 “93년 이후 인지기능 장애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고 치매에 대한 여러 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치매가 불치병이 아니라 치료를 하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라고 인식의 전환을 주장한다. 치매는 완치할 수는 없지만 치매를 관리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병원장은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을 병원에 보내는 것에 대한 기존의 곱지 않은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노인을 초기에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해 치매가 더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게 집에서 치매 노인을 모시는 것보다 올바른 효도라는 얘기다. 그는 치매도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 가능성도 크고 약물의 효과도 높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계가 인정하는 정신의학 전문가 오 병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치매 박사’인 동시에 정신의학 전문가다. 노인의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이 그가 연구하는 분야다. 그는 대한노인정신의학회 부이사장으로, 지난해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노인정신의학회 아태지역회의에서 과학분야 의장을 맡아 학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또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만 뽑는다는 세계노인정신의학회의 집행위원회 이사로 선출돼 그의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간행이사를 맡아 학회의 영문잡지를 발행해 회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그는 보건복지부가 진행하고 장기 프로젝트‘노인성치매 임상진료지침’중‘지역사회-치매의 조기진단 통합관리시스템 개발과 보급’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지역사회에서 치매를 조기발견 하려는 연구로 지역의 노인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해 치매환자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려는 프로젝트다. 6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이 연구는 내년 정도에 1차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요양보험과 관련, 그는 치매를 너무 기능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치매의 치료는 의사만 있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의료와 복지, 간호 등 세 축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 또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은 외국의 제도를 따르는 것도 고려해야 할 문제라는 덧붙인다. “정신의학은 비전있는 학문”정신의학에 애정이 깊은 만큼 그는 신경정신의학회를 통해 이루고 싶은 일도 많은 듯 했다. 우선 저평가된 정신의학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그의 첫번째 목표다. “정신의학은 영역이 넓고 또 너무나 많은 질병을 진료한다. 그런데 이런 중요성에 비해 학문적 위상이 저평가 돼 왔고, 학문이 저평가됨에 따라 정신의학을 전공하는 의사의 평가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평가 된 이유를 밝히고 또 이를 통해 정신의학이 제자리를 찾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정신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대학병원, 의원 등 근무하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처한 상황에 의견도 다르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어우르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학회가 회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줘야 한다는 말에 구체적인 도움이란 어떤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정신의학의 영역을 넓히고 또 의사의 영역을 넓히는 등의 일과 의료수가를 개발하는 것이란 답을 한다. 그는 정신의학이 당장은 저평가되고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비전 있는 학문임에는 틀림없다고 주장한다. 정신의학을 하는 의사들이 프라이드와 인내를 갖고 노력한다면 앞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척할 수 있는 분야도 많고 또 미지의 영역도 많다.인터뷰 끝 부분에 그는 성경 구절에 ‘시인의 창의성과 농부의 실천’이란 구절을 꺼내놓는다. 정신의학을 하는 의사들이 시인의 창의성을 갖고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농부의 부지런함으로 실천한다면 정신의학의 미래는 장밋빛이라는 뜻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