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Painting & Crime ]십자가형은 형벌 아닌 죄악

  • 입력 2005.09.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L]



















기독교가 널리 보급된 오늘날 십자가가 일종의 액세서리로까지 애용되고 있는데 그 사연과 내막을 알게 되면 숙연해 지면서도 격분을 감출 수가 없게 된다. 즉 예수에게 집행된 십자가형(十字架刑)은 범법자에 대한 형벌이라기보다 교묘하게 꾸며진 살해라는 견해가 우세하며 또 십자가형 집행의 내용을 알게 되면 잔인무도하기 그지 없어 인류역사상 가장 가혹하고도 혹독한 살해 방법임에 치를 떨게 된다.
당시 로마 제국에서도 십자가형은 죄질이 무거운 범법자로 도망친 노예, 혁명 지도자, 탈영병 등에 적용되었으며 시민에는 적용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십자가형의 방법은 특별히 정해진 것이 아니라 형 집행인에게 위임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집행인의 경험에 따라 그 방법에는 많은 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은 팔과 다리를 로프로 십자가에 묶어 고정하는데 양 손목과 팔은 십자가 횡목(橫木 patiblum)의 뒤에다 고정하는 방법과 손을 횡목에 밀착시키고 손바닥에 긁은 못을 쳐 고정하는 방법이 있었다고 한다.
만테냐(Andrea Mantegna 1431~1506)가 그린‘책형’(1460)이라는 그림을 보면 중앙에 있는 예수의 양쪽에서 십자가형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은 손목과 팔이 십자가의 뒤에다 고정했으며 예수의 경우는 횡목의 앞에다 못으로 고정했다. 또 손을 횡목에 고정하는데 있어서도 대부분의 그리스도 책형의 그림에는 손바닥에 못질을 한 것으로 그려졌는데 트리노에서 발견된 그리스도의 유해를 쌌던 시트의 손 부위에 해당되었던 부분을 면밀히 검사한 결과 손바닥 보다는 손목관절에 못이 박혔던 것으로 해석됐고 또 의학적인 견지에서도 손바닥보다는 손목관절을 못으로 고정하는 것이 십자가에 몸을 지탱하는 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그 방법은 정해져 있는 것이 없고 전적으로 형 집행인에게 맡겨졌던 것이기에 사람에 따라 많은 차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며 발에 못질하는 것도 어떤 그림에는 좌우 발에 각각 따로 못질한 것으로 표현된 것이 있는가 하면 좌우 발을 겹쳐서 못 하나로 고정한 것도 있다. 십자가의 가로 목에는 엉덩이 높이에 항대(杭臺 sedile)를 만들어 상체가 지지되게 한 것과 발부위에 족대(足臺 suppedaneum)를 만들어 전신이 지지되게 한 것이 있다. 이러한 항대나 족대는 몸을 지탱해 고통을 경감해 주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과의 싸움을 연장시켜 고통을 오랫동안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십자가형은 교묘하게 꾸며진 살해라는 견해 우세
독일의 화가 그뤼네발트(Matthias Grunewald 1460~1528)가 그린 이제하임 제단화의 ‘그리스도 책형’은 손바닥을 못으로 고정하고 발에는 족대가 있고 발은 겹쳐 못질을 한 것으로 그려졌다. 가시 면류관을 쓴 예수가 고통을 이기다 못해 고개를 가슴 쪽으로 숙이고 있다. 가슴의 밑 부분이 잘록하게 파여 들어가고 흉벽에는 늑골 모양이 무늬를 이루고 있는 것은 호흡곤란이 오다 지쳐서 지금은 탈진상태에 들어간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못이 박힌 손바닥 부위를 확대해 보면 손가락은 부채 살처럼 펴져있는데 이것은 손바닥에 못이 박힐 때의 아픔 때문에 손목과 손가락에 경련을 일어켰을 때 보는 모양이다. 발 부위를 확대한 것을 보면 두발이 겹쳐 못이 박혔으며 발가락의 인대들이 줄무늬처럼 일어선 것 역시 아픔 때문에 일어나는 발가락의 경련으로 보는 현상이며 못 박힌 두 발을 족대에 대지 못하고 공중에 뜬 것 역시 아픔과 경련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이나 하듯 못으로 인한 상처에서 피만이 아니라 체액(體液)까지 흐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예수의 고통이 얼마나 참기 어려운 것이었는가를 여실히 표현해 준다.
사람의 몸이 장시간에 거친 수직자세의 강요를 위해 설계된 것이 십자가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몸의 하반신에는 체위선(體位性) 혈관장애가 반드시 오게 돼있으며, 심장으로 혈액이 되돌아오기 위해서는 팔다리의 근육의 활동을 필요로 하는데 십자가에 매달린 상태에서는 팔다리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에 혈액의 순환장애가 와 사람은 허탈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실신하게 되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됨으로 항대나 족대 같은 바침 대를 부착해 극히 한정된 범위 내에서의 팔다리의 근육을 조금씩이나마 움직일 수 있게 하여 실신하지 못하게 해 고통을 오래 받게 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십자가 항목에 달려있는 바침 대이다.
그래서 십자가형의 집행으로 죽음의 고통과의 사투는 2일 내지 3일 계속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예수의 경우는 6~9 시간(마태오 복음 27장 45절)으로 돼 있으며 이보다 더 짧은 3시간(마르코 복음 15장 33, 44절)으로 보는 기술도 있다.
이렇게 십자가에 매달린 자세는 몸이 흉곽(胸廓)에서 어깨 주변과 상박부(上膊部)에 거쳐 분포되는 근육이 땅겨진 상태로 되어 흉곽은 숨을 들어 마실 때의 자세와 같이 위로 들려있는 상태로 되고 숨을 내쉬는 것은 횡격막(橫隔膜)과 배의 근육에 의해 가능한데 이렇게 횡격막과 배의 근육을 사용하려면 위로 땅겨져 있는 흉곽, 어깨 그리고 상박의 근육이 밑으로 땅겨지기 때문에 아픔이 심해진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몸을 항대나 족대에 의지해서 아픔을 경감해보려 노력하게 된다.
이렇게 숨을 내쉬는 호흡곤란이 장시간 지속되면 결국은 호흡장애를 초래하게 되고 더 심해지면 호흡부전(呼吸不全)이 오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혈액 중에는 우리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로 하는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또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결국은 쇼크에 빠지게 되는데 쇼크란 혈액 순환의 급격한 변화가 지속되는 경우에 야기되는 전신적인 장애로서 경한 경우에는 회복될 수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이것이 사인이 되는 수 있다.
[2L]













십자가상의 죽음과 사고로 자일에 장시간 매달려 사망한 경우의 부검 결과 비슷
십자가형에 의한 쇼크의 주 원인은 무리하게 고정돼 부동의 자세로 수직으로 장시간 방치되는 경우 혈액 부포의 이상으로 야기되는 혈액순환 장애와 수많은 외상으로 인한 신경반응(외상에 의한 신경성 쇼크) 및 심적으로 극한에 달하는 부담(정서적 반응으로서의 신경적 쇼크) 등이 동시에 작용해 야기되는 것이다.
쇼크 증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십자가상의 죽음과 매우 흡사하다. 특히 예수의 경우는 십자가형에 처하기 전에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 인한 체력의 소모가 컸던 것이 상승적으로 작용해 다른 십자가형보다도 죽음이 빨리 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때까지 십자가상 죽음의 기전과 과정을 구명할만한 부검이나 실험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단정적으로 논단할 수는 없으나 십자가상의 죽음과 유사한 자세로 사망한 등산시 사고로 자일에 매달려 장시간 있다가 사망한 경우의 부검 소견과 십자가형과 같은 자세로 매달리는 실험을 통해 신체상의 독특한 변화를 볼 수 있었다는 Hans Bankel (1977)의 보고가 있다.
흉곽을 움직이기 위한 호흡근에는 최대한의 부담을 받게 됨으로 단시간 내에 마비가 야기되고 어깨의 호흡 보조근은 양 팔이 밑으로 늘어지기 때문에 완전히 움직일 수 없게 되며, 복부는 밑으로 땅겨지기 때문에 복식호흡은 불가능하게 되어 흉곽은 숨을 내쉬는 것과 들어 쉬는 것의 중간에 고정돼 움직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양의 혈액이 고정된 사지에 체류되는 결과로 순환은 장애되어 맥박은 빠른 속도로 증가되고 혈압은 저하된다. 피부는 창백해지고 식은땀을 흐리며 동공은 산대되고 이명(耳鳴)과 어지러움이 일어난다. 이러한 허탈상태가 지속되면 서서히 쇼크에 빠지게 된다. 즉 호흡장애와 순환장애가 서로 상승적으로 작용해 쇼크에 빠지게 되며 결국은 이것으로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형벌로서의 사형은 어디까지나 고통을 덜 당하고 사망하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며, 십자가형의 경우는 일부러 극심한 고통을 주며 그것도 고통을 오랫동안 당하다 죽게끔 꾸며진 것이기 때문에 형벌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죄악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3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