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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나의 힘”

조수철 서울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 입력 2005.10.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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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그의 방에는 베토벤이 산다’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서울의대 소아정신과 조수철 교수의 방에는 베토벤이 가득하다. 베토벤의 음악이 흐르는 것은 물론 베토벤 흉상, 베토벤 음반, 책 등으로 방이 꾸며져 있다. 한 사람의 음악가가 이렇게 많은 것을 남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조 교수는 지난 2003년 <베토벤의 삶과 음악세계>란 책을 낼 정도로 베토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그야말로 걸어다니는‘베토벤 백과사전’이다. 그는 베토벤에 대한 얘기를 하는 내내 눈빛을 반짝인다. 좋아하는 사람의 얘기를 하는 일이 어찌 신나는 일이 아니랴! 그가 많고 많은 음악가 중에서 유독 베토벤에 천착하는 이유는 뭘까?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등 많은 음악가의 음악 중 베토벤이 그의 심장에 와 박힌 것은 인간이 성숙해지는 과정과 음악이 성숙하는 과정이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베토벤의 음악을 듣는 게 단지 좋아서 듣기 시작했는데 들을 때 마다, 상황에 따라, 나이에 따라 마음에 오는 느낌이 달라 들었고, 이후에는 베토벤을 연주하는 사람이 누군인지 궁금해졌다”라며 “연주하는 사람들 파악이 어느 정도 끝나니까 베토벤의 살아온 생애가 알고 싶어 그를 연구하게 됐다”라고 말한다. 베토벤을 이해하는 정도의 차이에 따라 음악이 다르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그는 베토벤과 관련된 숫자에도 능숙한 듯했다. 그가 살았던 연도 그의 음악 시기도 주저 없이 기억해냈다. 그는 베토벤의 음악을 크게 3기로 나누는데 1792~1801년까지의 1기는 모차르트나 하이든을 모방한 시기라 정의했다. 2기는 영웅, 합창 등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들이 지어진 시기로 베토벤의 음악세계가 형성된 시기로 보고 있다. 마지막 3기는 초월의 시기로 내향의 시기, 평화로움의 시기, 자유로움의 시기, 종교적 시기 정의라 말했다. 그는 베토벤을 이해하려면 그의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하고 또 그의 가족이나 그 시대의 음악가인 모차르트, 하이든, 바흐, 괴테나 셰익스피어 등 대해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내 안의 또 다른 베토벤을 발견하다 정신과 의사가 보는 베토벤은 어땠을까 궁금했다. 그는 1802년에 귓병으로 청력을 잃었을 때 그리고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지 못할 때 인간적으로 안타까웠다고 한다. 또 충동적이고 갑자기 화를 내는 것 등을 조합할 때 조울병 증상이 있었을 것이라 말한다. 그는 요즘 이분법적 사상의 극복이라는 부분에 집중해 베토벤 음악을 분석하고 있다. 성악과 기악을 합창 교향곡 9번에서도 그렇고 장엄미사곡에서 종교와 세속적 부분으로 나눠 표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그는 ‘인간 내부의 진선미를 표현할 수 있다면 깨뜨리지 못할 규칙이나 법칙은 없다’라고 베토벤의 음악을 정의한다. 그는 “베토벤의 음악은 부드러움과 강함, 투쟁과 평화, 전통과 개혁을 한 곡에 표현하고 있는데, 교향곡 홀수는 강하고 남성적이지만, 짝수는 여성적인데 이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것 같다”라며 “앞으로 동양사상과 베토벤의 음악을 접목하는 작업을 구상중에 있다”라고 말한다. 베토벤에 대한 그의 열정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는 베토벤 곡을 직접 연주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피아노 선생님이 나이에 비해 손가락이 그렇게 많이 굳은 게 아니라고 해서 좋다”라며 머쓱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마치 소년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의 목표는 10년 동안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하는 것이다. 10년 후 베토벤을 사랑하는 그의 피아노 소나타가 벌써 기대된다. 인터뷰가 끝난 며칠 후 조 교수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2008~2009년도 회기 이사장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