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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의 의견이 상반될 때

  • 입력 2016.07.15 14:37
  • 기자명 전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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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와 자식의 의견이 상반될 때가 많다. 아니 많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셀 수조차 없을 것이다. 이럴 땐 참 난감하고 인생이 피곤하다. 부모 입장에서 보자면 그 결과가 뻔히 보이는데 자식은 자신이 옳다고 부득부득 우긴다.

몇 년 전에 의대 졸업 25주년 홈커밍데이에 참가했다. 아주 오랜만에 동창들과 이야기할 기회였다. 그때 부모와 자식 간의 의견충돌이 소재로 올라왔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손해되는 일을 하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 다닐 때 꽤나 자유롭고 합리적이었다는 평을 들었던 동창이 있었는데 대뜸 “당연히 아이를 위해서 못하게 해야지.” 하면서 그게 진정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때 이야기 속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아이와 아이의 결정은 사실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그동안 아이들을 상담했던 경험과 그런 일이 닥쳤을 때 아이들에게 나중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항변해 봤지만 그 동창은 “그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며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 동창 정도면 내 이야기를 이해하고 호응해줄 줄 알았는데 그 동창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일반 사람은 얼마나 더 멀리 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에 신문에서 본 이야기다. 아이가 미국 유학을 갔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뜻이 맞는 아이들과 사업을 시작하여 빌 게이츠처럼 되겠다고 해 부모가 난감해했다는 기사였다. 그 집에 난리가 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와 아이들은 사소한 일에서부터 큰일까지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주로 부딪치는 일의 하나가 ‘옷’ 때문이다. 늦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었는데 아침에 아이는 봄옷으로 입고 가겠다고 하고 엄마는 시원한 여름옷으로 입고 가라고 말한다. 크지는 않지만 항상 말다툼으로 이어진다.

아이들은 일기예보도 보지 않고 아침 날씨로 낮의 날씨가 예측이 안 되니 어제 입던 옷이 좋을 것으로 생각하고, 엄마는 일기예보도 보고 아침 날씨로 낮에 더울 것이 예상이 되니 아이를 위해 시원한 옷을 입혀 보내고 싶은 것이다. 서로 자기주장을 하다 보니 기분이 상하고 감정이 상할 수 있다. 나중에는 누가 옳은지 보자 하는 오기까지 생길 수 있다. 아이와 엄마 모두 하루를 불쾌하게 시작해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기
부모는 아이들보다 인생을 더 살았기 때문에 경험도 많고 정보도 더 많다. 그뿐만 아니라 예측 능력도 더 크다. 그래서 아이들이 못 보는 것을 더 볼 수 있다. 그것을 아이들과 나누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때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흐름이 뒤틀릴 수 있다. 아이에게는 처음으로 사는 삶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래서 자기가 가보고 싶은 곳으로 가고 싶다. 부모는 가본 길이다. 여기에 차이가 있다. 둘이 공존해야 한다.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아이는 가보고 싶은 길로 가고 부모는 살아온 경험과 지혜를 아이에게 준다. 부모에게 받은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자기가 가고 싶은 길로 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 부모 둘 다 온전히 존재할 수 있다. 아이가 봄옷을 입고 유치원에 가고 싶다면 엄마는 “어제 일기예보를 봤더니 오늘 낮 기온이 여름 날씨라고 하더라. 그리고 아침 날씨를 보니 오늘 낮에 되게 더울 것 같다. 그렇지만 엄마 말을 참고로 해서 네가 입고 가고 싶은 옷으로 입고 갔다 와서 이야기해보자.”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아이는 자기 생각이 맞을 것으로 생각하고 유치원에 갔는데 다른 아이들은 시원한 옷으로 입고 오고 자기만 더운 봄옷으로 입고 와 눈에 띠고 낮에 더워서 고생하면 집에 와 “엄마 말이 맞았어. 엄마 말 들을걸 그랬어.”하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탄다. 엄마가 내가 못 보는 것을 보는구나 하면서 엄마 말이 진정한 권위를 가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살아가면서 엄마와 의논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부모의 경험과 지혜는 아이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아이에게 손해된다고 하여 못하게 하면 아이의 경험을 막게 된다.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는 배우게 된다. 손해되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앞서 말한 대학에 가지 않고 창업하겠다는 미국 유학생의 경우도 충분히 부모가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고 그 계통에 관계된 사람도 만나게 해서 현실을 보게 한 후에 그래도 사업을 시작하겠다면 열심히 해서 성공하도록 하라고 하면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그때 가서 다시 의논하자고 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 손상되지 않는다. 그 학생은 나름대로의 열정과 비전속에서 그 일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이런 열정을 우리는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뭔가 부족한 것이 있었다면 그때 그것을 보충하면 된다. 그때 대학을 갈 수도 있다. 부모는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아이가 회복 불가능한 어떤 일을 저지른다면 막아야 한다.

아이가 부모가 말하는 대로 안하는 경우 부모에게서 쉽게 나오는 반응이 ‘그러면 네 마음대로 해라’인데 그러면 아이와 부모와의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에 손상이 온다. 아이는 완전히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는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아이에게 부모는 항상 든든한 뒷배가 되어야 한다. 부모가 뒤에 있다고 생각해야 아이는 힘이 난다. 부모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면 힘이 빠지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무엇이든지 아이를 가르칠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 아이에게 생긴 긍정적인 에너지는 항상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부모뿐만 아니라 지도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지도하는 사람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와 처음 가는 사람의 의욕이나 호기심, 탐구심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런 부모나 지도자와 같이 생활한 사람은 부모나 지도자에 대해 진정으로 고마움을 느끼고 부모나 지도자를 자신보다 더 아끼고 사랑한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