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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출산율과 양계장 닭의 다른 점

  • 입력 2005.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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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번 신경정신과 추계학술대회에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한창수 교수는 경기도 남부 소도시에 거주하는 60~84세 노인 3000명 중 설문에 응답한 800명을 연구대상으로 1)KGDS :Validity of Korean form of Geriatric Depression Scale KGDS, BDI 및 신체증상 척도인 2)PHQ-15 :validity of a new measure for evaluating the severity of somatic symptoms PHQ-15를 실시, ‘노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행복관’에 대한 반구조적 설문을 실시하여 논문을 발표하였다. 응답이 완료된 노인 706명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64.7점이었다. 이 중 128명(18.1%)이 “행복하지 않다”고 응답하였으며, 168명(23.8%)은 가족과 시간을 보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응답하였다. 기타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는 가족의 안녕(13.2%), 취미생활 할 때(8.1%), 친구와 지낼 때(6.8%), 신앙생활 할 때(5.8%) 등으로 응답하였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로서는 건강의 악화(28.7%), 자녀의 경제적 어려움(14.8%) 등을 들었다. 노인들의 행복지수는 수입 수준과 KGDS 점수에 따라 우울군과 비우울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결국 노인들은 자녀, 손주들을 포함한 가족들과의 관계 속에서 제일 큰 행복을 느끼고 건강이 나빠지게 되면 같이 지내고 싶은 가족으로부터 격리되어 요양원에 보내지거나 병원에 입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가장 염려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이 15년 내에 세계 1위의 고령사회가 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이런 보도를 접하면 단지 ‘건강’만을 챙기는 것보다, 건강하게 ‘어떻게 오래오래 살 것인가’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정말 장수가 행복이 아니라 하나의 재앙이 될 수도 있을 것 이다. 내가 아는 A씨는 자식들이 다 성공하여 미국과 캐나다에서 교수와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A씨가 치매에 걸려 장기간 동안 지방의 어느 병원에 요양 중에 신체적인 건강까지 악화되어 임종 단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병원장이 외국에 있는 자식들에게 “아버님이 위독해져서 며칠을 못 넘길 것 같다”고 전화로 연락을 하니 외국에 있는 자식들은 “죄송하지만 돌아가시면 화장을 하셔서 어느 강에 뿌려주시면 모든 비용은 보내 드리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접하면서 ‘소 팔고 논 팔아 자식 뒷바라지를 한 부모’의 말로가 이래야 하는 지 회의하게 만든다. 우리 속담에 ‘많이 배운 자식보다 못 배웠어도 가까이 있는 자식이 효자 노릇한다.’는 말이 있다. “우수한 유전자(gene)를 가진 자손(offspring)을 남기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챙기며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만큼 자신의 안전하고 안락한 노후 대책에 대해 과연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을까? 이는 단순히 몸에 좋은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고, 몸이 늙으면 돌봐줄 든든한 자식이 있는 것을 노후보장보험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은 ‘부모와 자식’의 사랑과 유대감이 매우 돈독하여 부모가 자식에게 헌신하며, 자식이 성인이 된 후에라도 정신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재산 상속도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으며 자식들은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약해진 부모를 돌보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좋은 문화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앞서 언급한 부모와 자식간의 정서적인 유대 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나이 들어 병든 부모를 예전처럼 지극 정성으로 돌보려는 사람들을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신문지상에 보도되었듯이 칠순의 노인이 자식에게 부담이 될까봐 치매에 걸린 육순 아내와 함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동반 자살을 하는 일도 일어나는 것 같다. 지금과 같은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면 단순히 부모 자식 간에 믿고 의지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의지해 노후를 맡기기보다는 정부의 노후 시책에 의지해 왔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서도 ‘노후는 정부가 보장한다’는 유럽 국가들의 전통 관념이 깨지고 이제는 노후 준비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사람들은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해법을 정부와 이 사회가 찾아내야 한다고 하지만 이 사회의 핵심 구성원은 각각의 개인들이기 때문에 각 개인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 출산율의 신장은 양계장의 닭처럼 생산여건만 갖춰준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행복한 미래와 자녀 생산의 의미를 알아야 출산율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유전자(gene)를 가진 자손(offspring)을 남기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것을 알 때 자녀생산과 양육에 젊은이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1)KGDS : Validity of Korean from of Geriatric Depression Scale2)PHQ-15 : Validity of a anew measure for evaluating the severity of somatic sympto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