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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왜 문제인가?

노동력 감소 … 인구구성의 세대간 불균형

  • 입력 2005.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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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을 ‘문제로’ 보는 시각이 더 문제라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출산은 전적으로 개인적 선택의 문제이며 자기결정권이 존중돼야 할 분야이지 국가가 개입해 ‘많이 낳아라, 적게 낳아라’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행위의 집합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때에는 국가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게 된다.[1L]그렇다면 개인 행위의 집합적 결과인 저출산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는가? 가족 가치의 붕괴나 인구감소로 인한 국력약화 때문에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무너져간다는 ‘가족의 가치’가 의미하는 바는 모든 개인과 가족에게 있어서 각기 매우 다른 것일 수 있을 뿐더러 다양한 가족 형태야말로 개인의 결정권의 영역에 있는 문제이지 전체 사회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인구의 감소도 그 자체로 우려를 낳는 것은 아니다. 인구규모에서 바로 국력이 나오는 것이 아닐뿐더러 경쟁적이고 팽창주의적인 의미에서의 ‘국력’ 운운이 국민의 삶의 질에 앞서는 개념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인구가 감소하는 과정에서 동반되는 인구구성의 세대간 불균형, 즉 인구의 고령화는 커다란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인구대체수준을1) 한참 밑도는 저출산 현상은 인구피라미드를 역삼각형으로 만드는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 수준에서 초저출산율까지 너무나 단기간에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역삼각형 피라미드의 불안정성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구성의 세대간 불균형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며, 소득의 세대간 재분배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노인세대와 젊은세대를 막론하고 개인의 복지와 삶의 질이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저출산 문제에 국가가 올바른 정책수단을 가지고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2R]출산율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간의 관련성: 현황최근까지 우리는 흔히 여성들이 자녀를 적게 낳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예전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가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들어 왔다. 경제학자들은 제한된 시간과 경제적인 여건 속에서 여성은 임금노동과 출산·양육 간에 선택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였으며, 이것은 개인들을 분석단위로 하는 경험적인 연구들에서 지지되었다(Becker 1965; Schultz 1974).그러나 국가를 단위로 해서 볼 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출산율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최근의 통계지표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과 같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이 출산율도 낮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편 노르딕국가들과 미국 등의 국가는 출산율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모두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어떤 국가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과 출산이 상호대체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이 두 변수가 대체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달리 말하자면 어떤 사회에서는 여성이 일과 자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데 비해서 다른 사회에서는 여성이 어머니이자 노동자로서 일과 자녀양육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과 ‘자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높은 출산율과 경제활동참가율을 기대할 수 없다.원인진단 : 일-가족 양립 사회 vs 선택 사회은기수(2005)는 저출산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논의하고 있다. 하나는 경제적인 상황변화에 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식의 변화 및 괴리에 의한 것이다. 먼저 그는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초저출산율 수준으로 떨어진 시기가 1997년 말 외환위기와 그 이후 경기불황기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하면서 자녀양육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직장안정성이 약해지며, 주택마련이 어려워지는 경제적 현실이 혼인과 출산의 연기를 초래했다. 남성에게 아직도 생계부양자의 역할을 요구하는 현실이 엄연한 가운데 이들이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어렵게 되었다. 경기불황은 혼인과 출산을 연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이것은 일시적으로 합계출산율을 떨어뜨린다.그러나 보다 장기적인 추세의 저출산현상은 경기순환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 장기적인 추세로서의 저출산현상에 대한 원인은 강한 가족주의 의식의 잔존과 성불평등이 결정적인 요인이다. 세계적으로 출산율 수준이 낮은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이태리를 포함하여 남부유럽 등 가족주의적 전통이 강한 곳이라는 점은 많은 연구자들이 지적하고 있다(은기수 2005; McDonald 2005)(표1 참조).성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에서 저출산 문제 또한 심각하다는 사실이 관찰된다면, 다음으로 설명돼야 할 것은 성불평등이 왜, 그리고 어떻게 저출산을 초래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점은, 특히 가부장적 가족주의와 성불평등이 더욱 심각하던 과거에 비해 현대에 출산율의 저하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분명한 설명이 요구된다.Chenais(1996)는 개발국가에서는 성평등 수준이 낮을수록 출산율이 높게 나타나지만,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가에서는 반대로 성평등 수준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것을 ‘페미니스트 패러독스’라고 명명했다(이재경 2005 재인용). 이러한 현상은 돌봄노동의 가치변화와 이에 따른 ‘돌봄의 공백’으로 설명할 수 있다(이쟁경 2005). 가족 내에서 여성과 남성 간에 돌봄노동과 관련된 역할분담이 변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여성의 의식변화를 사회제도나 정책도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실은 여성이 출산과 돌봄의 책임을 혼자 떠안는 선택을 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돌봄노동의 가치를 이데올로기적으로나마 인정하고 가족주의가 널리 받아들여지던 과거에는 여성이 많은 자녀를 낳고 그들을 돌보는 것을 주된 업으로 삼는 생애를 거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여성들도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신의 노동력을 임금으로 교환하는 것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임금노동과 무급돌봄노동의(교환)가치는 너무나 선명하게 대비된다. 따라서 저출산 현상의 원인은 사회전반의 시스템이 여성의 임금노동 수행을 전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시점에서, 출산과 이에 따른 돌봄노동은 여전히 여성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는 현실의 괴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3L]저출산·고령화의 영향 : 노동부저출산은 장기적으로는 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초래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노동력규모 감소는 2020년 이후에 나타날 문제이다. 인구구성 변화는 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2050년에는 노동력의 50% 이상 50세 이상의 고령자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 노동력의 생산성 향상이 매우 중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인구고령화에 대한 대응 : 노동부문 + α필자는 앞서 인구고령화를 우려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인구의 고령화가 인구 구성의 세대간 불균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동반하는 사회문제는 결국 실질적인 부양비의 문제다. 사회 전체의 수준에서 몇 명이 노동하여 몇 명을 먹여 살릴 것인가가 문제라면 이것은 결국 전체 사회의 고용률과 노동력인구의 생산성 문제로 귀결된다. 성과 연령을 불문하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스스로 노동에 참여하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과 어린이를 부양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고령화된 사회가 선택의 여지없이 취해야 할 길이다. 그 다음의 문제는 노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생산성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여기서 필자는 전자, 즉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노동에 참여함으로써 실질적인 부양비를 낮춰 가는 방식으로 고령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는 함의를 전달하고자 한다. ‘실질적인 부양비’란 인구구조와 경제활동참가율을 동시에 반영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부양비란 생산활동가능인구인 15세에서 64세까지의 인구수를 분모로 하고 0~14세 인구와 65세 이상 연령의 인구를 분자로 하는 비율로 계산된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회가 가진 인구학적 조건을 단순하게 보여 주는 지표일 뿐, 실제로 그 사회가 지는 실질적인 부양의 부담을 나타내지는 못한다. 따라서 실질적인 부양비를 ‘경제활동인구 대비 경제활동하지 않은 인구’2)로 정의하고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3)[4R]선진국에서 지금까지 취해 온 방법은 첫째는 자녀를 직접 양육할 부모의 권리를 지원하는 방식, 즉, ‘부모권’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런 시스템하에서는 돌봄노동에 대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상을 해 주는데, 양육수당이나 주부임금의 개념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여성이 담당해 온 무급노동에 대하여 그 의의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여성이 남편으로부터 독립을 가능하게 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현실에서 돌봄노동에 대해 국가가 지불하는 댓가는 언제나 보잘것 없었다. 따라서 이런 수당에 의지해서 여성의 경제적 독립성을 담보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희박해 보인다.둘째는 돌봄노동을 ‘탈가족화’하면서 여성의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런 시스템하에서는 돌봄노동을 가족으로부터 떼어 내어 시장화 또는 공공서비스화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를 지원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어느 선진국이든지 이러한 길을 걸어왔는데, 이런 방식의 정책에 대해서는 여성을 저임금 노동자화하는데 기여했다는 비판이 있었다.4)필자는 후자의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근거는 다음의 연구결과로 뒷받침하고자 한다. 아래표는 OECE 19개국의 15개년도 자료를 가지고 회귀분석(Pooled cross-sectional time-series regression)한 결과를 정리해 제시한 것이다.여성의 시간제 근로 비중도 출산율과는 뚜렷한 부의 관련성을 보인다. 여성의 시간제근로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출산율은 낮게 나타났다. 이것은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 발견이다. 여성의 시간근로 기회의 확대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책으로 언제나 우선적으로 고려돼 왔다. 그러나 여성의 시간제근로 비중이 높다는 것은 무급의 돌봄노동을 여전히 여성의 부담으로 남겨 두겠다는 의미이다. 노동시장이나 가정에서 성평등을 확실하게 추구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간제 근로의 비중을 높이는 정책은 여성고용확대와 출산장려의 어느 쪽으로도 성공하지 못 할 가능성이 크다.가족정책지표들의 출산율과의 관련성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보육서비스를 위한 재정지출은 보육지원정책 중에서도 가장 일관성 있게 출산율과 정의 관련성을 보인다. 저출산대책으로, 여성경제활동촉진 정책으로, 아동복지 정책으로, 그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보육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아깝지 않은 정책이다.요약하면 고용평등의 수준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고, 돌봄노동에 대해 국가가 직접적인 보상을 함으로써 가치를 인정하려는 시도보다는 보육서비스 확대를 통해 탈가족화하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다. 돌봄노동의 가치를 보상하고 부모권과 탈상품화를 강조하는 정책적 패러다임보다 여성의 노동권을 강조하면서 고용평등과 돌봄노동의 탈가족화를 추진하는 정책적 패러다임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더 우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적 패러다임이 여성의 경제활동을 증가시키는 데에도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1)합계출산율 2.12)비경제활동인구는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만을 일컫는 개념이므로 이 용어를 바로 사용하지 않고 ‘경제활동하지 않는 인구’로 했다.3)실질적인 부양비 =(전체인구-경제활동인구) / 경제활동인구X1004)이러한 유형화를 프레이저(Fraser 2000)의 대안적 젠더질서의 용어로 다시 이야기 해 보자면, 돌봄노동에 대하여 보상을 지급함으로써 부모의 직접 양육권을 지원하는 것은 ‘돌봄제공자 동격모형(Caregiver Parity model)’의 유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을 임금노동자화 하면서 돌봄노동은 탈가족화하는 방식은 ‘보편적 생계부양자 모형(universal breadwinner model)’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남성의 역할을 표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공히 돌봄노동과 임금노동을 공유하는 생활양식을 지향하는 것을 프레이저는 제안하고 있는데 이것은 ‘보편적 양육자 모형(universal caregiver model)’이라고 불린다.이 글은 저출산시대의 가족정책지원 토론회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연구위원의 발표를 발췌 정리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