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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치매 조기진단과 예방관리 시스템 구축이 해법

  • 입력 2005.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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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앞으로 13년 후에는 전체 인구의 14%가 노인 인구가 되는 고령사회가 될 예정이다. 고령사회를 맞아 걱정스러운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정작 어르신들에게 “나이 들면서 무엇이 가장 무섭습니까?”하고 물어보면 의외로 한결같이 “치매 없이 깨끗한 정신으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진단 후 사망까지 평균 8~10년이 걸린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치매만큼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황폐화시키는 질환도 보기 드물다. 최근 신문에서는 치매와 관련된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다. 치매 부모를 낯선 기차역에 버리는 현대판 고려장 이야기, 용변 후 화장실 물을 버리지 않았다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구타해 사망하게 만든 자식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봐 치매 걸린 아내와 함께 동반 자살한 아흔 두 살의 남편 이야기도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05년 현재 우리나라는 약 34만 명의 치매환자가 있고 2010년에는 50만 명, 2030년에는 100만 명으로 해마다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젠 치매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불행을 넘어 사회적 국가적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알츠하이머병 환자만 약 450만 명이 있고 이로 인해 매년 1,000억 달러(약 100조원)의 재정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제는 국가 차원의 해법이 필요할 때이다. 이런 치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수발보장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2007년 시행 예정이었던 공적노인요양보험제도의 명칭, 운영체계, 시행 예정 시기 등이 일부 바뀌었음). 이 제도가 시행되면 8만 5천 명 이상의 중증 노인성질환을 가진 노인들이 수발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예측되며 그 비용도 9,800억 원이나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제도는 요양이 필요한 중증 치매 및 중풍환자를 대상으로 시설서비스 및 재가서비스 제공으로 요양이라는 치매 가족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치매의 조기진단과 체계적 예방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상황이 계속 연출되는 까닭이다. 치매는 질환의 특성상 조기 진단해 빨리 치료하면 요양이 필요한 시기까지의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지만 중기 및 말기에 치료를 하게 되면 뇌가 많이 손상돼 더 이상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질환이기 때문이다 치매는 조기진단 중요치매에 있어 조기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기진단을 통해 회복 가능한 치매를 감별할 수 있다. 전체 치매의 약 15% 정도는 원인에 대한 치료를 잘 해주면 완전히 회복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치매가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조기진단을 통해 치매 여부와 원인을 파악하고, 만약 회복 가능한 치매라면 적극적으로 원인적 치료를 해야 한다. 둘째, 혈관성 치매인 경우 조기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을 중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은 혈관성치매인 경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흡연 등의 위험요인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혈소판 응집억제제 등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병의 예방뿐 아니라 진행을 차단할 수 있다. 셋째, 알츠하이머병인 경우 조기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통해 병의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경과를 느리게 할 수 있다. 또한 약물치료를 통해 요양원으로 입소하는 기간까지를 연장할 수 있어 치매의 직간접 부양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양비용을 감소할 수 있다. 적극적 예방과 조기개입을 통해 치매의 경과를 적게는 1년 많게는 6년까지나 연장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넷째, 조기진단을 통해 가족들이 치매환자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치매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도 없앨 수 있다. 짜증을 많이 내거나 우울해하고 또 말 수가 줄어드는 성격변화, 의심하는 마음, 건망증으로 인한 거짓말, 수면 패턴의 변화들이 치매 때문에 생기는 많은 증상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점차 오해가 생기고 고부간의 갈등 심지어 가족 내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조기진단과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치매도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여러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비만 등 혈관성 요인의 조절을 통해 혈관성 치매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의 위험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 돼 적극적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 전부터 치매를 연구하는 많은 의사들은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기능이 정상 노화단계보다는 감소했지만 그렇다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어 치매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치매의 전 단계(preclinical dementia stage)에 대해 집중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1991년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이후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으며, 2003년 9월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국, 유럽, 아시아, 호주에서 온 의사 및 연구자들로 구성된 100여 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심포지엄을 열어 치매 예방을 위한 경도인지장애의 임상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록 치매 백신에 대한 연구가 수차례 실패했지만, 향후 치매예방과 치료에 획기적인 약들이 개발된다면 많은 전문가들은 뇌의 병리소견이 이미 진행되고 있지만 임상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야 말로 가장 최적의 치료 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현재 여러 가지 예방 및 치료효과를 검증하는 약물들이 임상시험 중에 있다. 현재 경기도 광주시 정신보건센터는 2005년부터 광주시 보건소,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및 연세대학교 노화과학연구소와 협력해 ‘치매 걱정 없는 광주시’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지역 노인 2만 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경도인지장애를 비롯한 치매고위험군, 조기치매환자군을 검진하고 있다. 각각 단계별로 다양한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뿐 아니라 치매전문병원, 노인복지관, 치매주간재활센터, 요양원 등 치매 유관기관과의 연계가 원스톱으로 이뤄지고, 치매가족을 위한 교육과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치매의 조기진단 및 예방관리시스템구축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요양이 필요한 시기까지의 기간을 적극적으로 연장해 장기적으로 치매로 인한 국가 사회적 직간접 부양비용을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중기 및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인수발보장제도가 가지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에 지역사회 치매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고령사회의 시한폭탄으로 비유되는 치매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으로 이제는 조기진단과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