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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운명 같은 사랑이 나에게 왔을 때

  • 입력 2016.08.17 14:39
  • 기자명 박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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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기사가 있었다.   유부남 영화감독과 싱글 여배우와의 로맨스. 우리나라에서 영화 좀 봤다고 하면 누구나 아는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아주 자세히 SNS를 달궜다.

감독이 영화를 찍는 몇 개월간 집에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잔다고 얘기하고, 스텝들에게는 집에 간다고 얘기하면서 사라진 곳은 연인이 있는 곳이었을 것이고, 그렇게 찍은 영화 시사회에서 그의 부인은 영화의 모든 대사가 자신의 남편이 사랑하는 다른 여자에게 하는 고백인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고, 그녀의 몸은 화끈거림을 느꼈다. 다른 연인을 위해 하는 고백을 30년 전에 그가 사랑했던 부인이 듣게 된 것이다.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의 부인은 지금의 남편이 사랑하는 연인을 찾아갔다. “그러니까 남편 관리를 좀 잘 하지 그러셨어요!”라는 말을 듣고 부인은 돌아서 왔다.

그의 연인은 시어머니 제사에도 나타났고, 가정을 깰 생각은 없고, 그의 아이를 낳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 때 부인의 심정은 어땠을까? 30년간 그는 가정적이었고, 영화 촬영이 끝나면 곧바로 집에 와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일이 끝나면 남편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인이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 때쯤 그는 짐을 싸서 집을 나갔고, 몇 개월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가 집을 나가기 하루 전에 딸에게 ‘같이 살고 싶은 여자’가 생겼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집을 나가기 전에 그는 부인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30년 사랑했으니까, 이제 그만해도 되겠지? 자기도 좋은 사람 찾아봐.” 누군가를 더 많이 사랑하거나, 덜 사랑하거나 사랑에도 권력관계가 성립한다.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이 덜 사랑한 사람에게 항상 불안하고 자신이 없고, 초라한 느낌이 든다. 또한 이미 사랑이 끝나 버린 사람과 사랑이 많이 남은 사람의 관계는 사랑을 끝내기가 매우 힘든 일이다. 아직도 해야 할 사랑이 많이 남았거나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은 사랑을 끝내기에 마음이 너무나 괴롭기 때문이다. 똑같이 사랑하고, 똑같이 끝나면 좋으련만 왜 신은 인간을 이렇게 불공평하게 만들었을까?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평생 사랑하자고 하는 결혼의 서약이 새로운 사랑 앞에서 얼마나 부질없고, 힘든 약속인가? 특히 사랑에 목말라하는 남자, 바람기가 있는 사람에게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라고 하는 것은 형벌이거나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자신은 정말로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운명 같은 사랑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결혼을 해 버렸는데 어느 날 그런 운명 같은 사랑이 나에게 나타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구상의 모든 불륜 남녀가 하는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가정을 버리는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 감독의 부인, 감독의 자식, 그의 연인, 연인의 어머니, 모두 다 괴로울 것이다. 이들의 사랑은 많은 사람의 비난을 받고, 적어도 1~2명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것이다. 도대체 사랑이 뭐 길래 이성을 마비시키고, 모든 사람의 비난에도 그렇게 당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정말로 콩깍지가 낀 남자의 사랑은 아무도 못 말리는가?

만약 운명 같은 사랑이 온다면 나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을 가슴 아프게 해도 될까?
나의 사랑만 중요하고 오래된 배우자나 가족의 믿음은 중요하지 않을까?
나의 인생을 모두 걸만큼 나에게 사랑이 중요할까?
다시는 이런 사랑이 오지 않을 것처럼 느껴져서 꼭 이 사랑을 붙잡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을까?
연인만 중요하고, 오랫동안 익숙한 가족들은 중요하지 않을까?
사랑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감히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을 이해하겠는가?
하지만 언젠가 그 사랑이 식을 텐데, 그때도 그나 그녀가 후회가 없을지는 모르겠다.
‘인간지사 세옹지마’ 이니까 지금은 그의 부인이 슬퍼하겠지만, 언젠가는 그녀에게도 운명 같은 사랑이 올 지도 모르고, 그 둘의 사이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사랑에 빠지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고, 하나의 기술인 것 같다.
너무나 이성적인 사람들은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못하기도 하니까.
사랑과 행복이 꼭 같은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꼭 행복해지려고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잠깐 동안의 사랑의 달콤함보다, 더 길고 깊은 괴로움과 후회가 따를지도 모른다. 쾌락의 속성이 그러니까…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사랑에 빠지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