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오줌학이야기1]무엇이 하수도를 막는가?

  • 입력 2005.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수입을 올리는 도시를 꼽으라면 대부분이 프랑스의 파리를 꼽을 것이다. 이 파리의 관광명소 중에 희한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하수도 시설이다. 물론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하도 긴박감 있게 소개된 바 있어 잘 알려져 있지만 파리의 하수도는 세계적인 명물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18세기에 벌써 환경문제를 심각히 생각했던 파리지앵들의 지혜가 놀라울 뿐이다. 비교적 강우량이 적은 프랑스이지만 하수구가 넘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네 서울은 어떤가? 홍수란 말이 붙은 정도의 비만 왔다하면 곳곳에 하수도가 막히고 침수라는 물난리를 겪는다. 인체도 마찬가지여서 인체의 하수도 역할을 하는 요로(尿路)가 막힐 경우 물난리와 같은 곤욕을 치르게 됩니다. 의학적으로 요로라는 것이 오줌이 만들어지는 신장에서부터 방광으로 오줌을 내려보내는 30여cm의 요관, 그리고 일단 오줌이 고이는 방광, 여기에서 오줌을 밖으로 내보내는 요도1) 까지를 말한다.그러니 이렇게 긴 관상(管狀)의 장기인 만큼 ‘막힌다’는 병변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 중에도 신장에서 출발하는 요관이 막히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왜냐하면 요관이란 것이 그 굵기가 3∼4mm이고 내경(內徑)이라야 고작 2∼3mm 정도이니 막힐 수 있는 조건이 허다하기 때문이다.그 중에도 요관 자체가 좁아지는 협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협착이 염증이나 외상에 의해 오는 후천성인 경우도 많지만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인 기형으로 좁아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이런 선천성 요관협착증은 주로 신우(腎盂)2)에서 요관으로 이행되는 부위와 한참 내려가서 방광으로 진입되는 부위3)에 주로 발생한다.이중 신우요관이행부위(腎盂尿管移行部位)의 협착은 부분적인 협착이건 완전한 협착이건 직접 신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태아가 자궁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 중에 일어나기 때문에 출생하기 전에 신장에 손상을 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신생아 시기에서부터 문제를 일으키게 되니 비뇨기과 의사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아기들마저 칼을 대야 하는 병만큼은 왠지 악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그렇다면 요관에 협착이 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물론 협착의 정도에 따라 완급(緩急)의 차이는 있으나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콩팥에서는 잠시도 쉬지 않고 오줌을 걸러내고, 걸러내는 만큼 요관을 통해 흘러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요관에 협착이 있으면 오줌의 흐름이 장애를 받게 될 테고 이 오줌은 협착이 있는 상부에 계속 고이게 된다. 고이는 양이 점점 늘어나면 집뇨계(集尿系)4)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신우가 먼저 늘어나고 실제 오줌을 생산하는 신장의 실질에 점점 위축이 일어난다. 왜냐하면 집뇨계의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신장으로 들어가는 동맥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므로 혈류량도 줄게 되니 실질조직의 영양공급이 줄게 되고 오줌의 여과능력도 줄게 되는 것이다.콩팥실질의 두께가 성인의 경우 3∼4cm이고 아기의 경우 2∼3cm 정도인데 요관협착으로 오줌이 계속 고이게 되면 점차 얇아지는 것이다. 결국에는 콩팥실질이 종잇장처럼 얇아져서 물주머니같이 변해 버리는데 이를 의학적으로 수신증(水腎症)이라고 부른다.물론 이 때쯤이면 자기 주먹만한 크기로5) 계산되는 콩팥도 수십 배까지 늘어나게 된다. 필자의 경험으로 3살짜리 아기의 콩팥이 1천cc짜리 참외만 하게 늘어난 것도 경험하였고, 어른의 경우 무려 6천cc의 큰 수박만한 수신증도 경험한 바 있다. 이 때 환자의 배는 만삭의 여인 같았는데 이를 제거하니 환자의 체중도 6kg이나 줄게 됐다.그러나 조물주는 너무나 영특해서 콩팥조직만큼은 엄청난 재생능력을 부여했다. 다행히 콩팥실질의 두께가 1cm 정도만 남아도 오줌의 흐름을 교정해 주면 빠른 시일 내에 실질조직이 재생되고 오줌의 생산기능이 정상화되는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선천성 요관협착에 의해 수신증이 있을 때 특히 소아의 경우 증상이 애매해서 발견이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엄마의 약손이 아기의 옆구리에서 만져지는 혹 같은 종물(腫物)을 만질 수 있어야 하고, 또 전문의의 정확한 진찰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이다.1)남자는 약 20Cm, 여자는 약 4Cm정도.2)신장 안에 오줌이 모이는 깔때기 모양으로 요관에 연결됩니다.3)의학적으로 방광요관이 행부라고 부릅니다.4)신장 안에 오줌이 고이는 신배(腎杯)와 신우(腎盂)[2L]BOOK 오줌학 이야기수필로 풀어낸 비뇨기과학 비뇨기과학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비뇨기과학은 오줌학’이라고 30년 이상 외쳐 온 권성원 교수가 이화의대 정년 퇴임을 기념하는 <오줌학 이야기>를 펴냈다. <오줌학 이야기>는 오줌의 생성, 흐름, 저장을 주제로 신장과 방광, 전립선 등을 다룬 1장을 시작으로 2장에서는 요로결석, 오줌소태, 요실금을 다룬 ‘오줌학의 골칫거리들’을 설명하고 있다. 질병의 증상과 진단 그리고 치료 등 흐름에 맞춰 비교적 세세하게 적어 독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구성했다. 3장에서는 진정한 의사상이란 어떤 것인지, 좋은 의사의 어려움 등 老 의사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페이지다. 의사로서의 기쁨과 어려움 그리고 의사와 환자의 신뢰 등에 대한 그의 고민이 담겨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어려운 의학용어 보다는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쓰려고 애썼다는 점과 의학이야기임에도 재미있게 써내려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