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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 Crime]참수의 양면성

  • 입력 2005.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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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작:'골리앗의 목을 쥔 소년'(1610)로마, 보르게제 미술관
















[2L]두개숭배(頭蓋崇拜)는 인류의 초창기부터 나타나 사후의 참수(斬首,decapitation, beheading)가 구석기시대에 벌써 이뤄진 흔적이 남아 있다. 즉 조상숭배로 조상이 사망하면 그 두부를 참수해 여러 가지 장식을 해 이를 집에 모시고 경배하는 것이 일종의 의식화되어 있었는데, 특히 마우리 족들에 있어서는 이러한 의식의 유물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런가 하면 참수는 인육식(人肉食)의 특권적 대상무로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이를 통해 뇌를 꺼내 먹은 것으로 이렇게 함으로써 죽은 이의 지혜와 능력을 자기가 인수하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고대에 매장됐던 골격에서는 후두골에 구멍이 있는 두개골이 다수 발견된다고 한다. 또 참수는 승리의 징표로 이뤄지기도 했다. 즉 적과의 싸움에서 특히 적장을 살해했다면 그 목을 쳐 전승의 상징물로 삼았다.
그런가 하면 원한의 대상을 살해하고는 목을 쳐 몸과 머리를 분리해 혼과 몸이 같이 있지 못하게 함으로써 고통을 영원히 준다는 의미로 참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참수가 일종의 형벌로 쓰이게 돼 인류의 역사 속에 사형의 수단으로 가장 많이 쓰인 방법은 참수형(斬首刑, 참형)이었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시행됐던 참수형은 프랑스 대혁명 후‘기요틴(guillotine, 단두대)’의 발명으로 그 정점을 이뤘으며 현재도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고수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인, 강간, 마약밀매, 무장강도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행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1894년 고종의 칙령에 의해 사라지게 될 때까지 수백 년 간 참수형이 존재했다.

[3L]델빌(Jean Delville)의 ‘표류되는 오르페우스’
그러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악을 잘 기술하고 있는 신화와 성경에서 언급되고 있는 참수 가운데서 거장들의 그림이 있는 사건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Orpheus)는 아폴론 신전의 사제로서 그의 음악은 아폴론에서 전수됐으며 황금과 상아로 된 수금도 하사받아 그의 수금음악은 신기에 가까울 지경이었다. 이렇게 아폴론의 절대 숭배자인 오르페우스는 주신(酒神) 디오니소스(박카스)의 신앙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퍼지며, 특히 주부들이 가정을 버리고 산으로 가 디오니소스의 광신도가 되어 술 마시고 춤추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디오니소스 신앙의 반대자들의 선봉에 서게 되었다.
디오니소스의 축제에서 음악으로 광란에 날뛰는 여신도들을 진정시키고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바라 수금을 연주했다. 그러나 술 취한 여신도들은 그에게 술을 권하고 같이 춤추며 즐길 것을 권했으나 이를 완강히 거절하자 화가 난 그녀들은 오르페우스에 달려들어 그를 구타하고 목을 잘라 처참하게 참수해 그의 머리와 수금은 강물에 던져 버렸다. 표류하는 오르페우스의 참수된 머리와 수금을 잘 표현한 벨기에의 화가 델빌(Jean Delville 1867~1953)의‘표류되는 오르페우스’(1894)라는 그림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Medusa)는 본래는 아름다운 아가씨였고 정말로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자랑하는 미녀였다. 그러나 자기 분수를 모르고 여신 아테나와 아름다움을 겨루었기 때문에 여신은 화가 나 메두사의 아름다움을 박탈하고 그 머리카락을 뱀의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얼굴이 괴물로 됨에 그 성품도 포악해져 그녀가 사는 일대는 황폐화되고 말았다. 이것을 보다 못한 아테나 여신은 영웅 페르세우스(Perseus)로 하여금 그녀들을 퇴치하라는 명령을 내려 결국 페르세우스에 의해 참수되었다.

몇 년 전 저자는 터키의 옛 수도 이스탄불을 여행하다가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지하 저수고(貯水庫)의 기둥 336개 가운데 두 개의 기둥의 맨 밑부분에 참수된 메두사의 머리가 조각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저수고는 6세기에 로마인들에 의해 건설된 것인데 메두사의 사나운 눈초리로 하여금 잡귀와 병균으로부터 저수고를 보호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성경에도 참수사건이 여러 개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거장의 작품이 있는 몇 개의 사건만을 소개하기로 한다.

참수의 의미 및 양면성
세례 요한은 헤로데 왕과 헤로디아 왕비의 부정한 결합을 맹렬히 비난하고 저주를 퍼부었다. 이러한 세례 요한의 독설과 인신공격적인 행동에 앙심을 품은 헤로디아 왕비는 어떻게 해서라도 요한을 없애야겠다고 생각하고 모략을 꾸미기 시작했다.
헤로데는 아름다운 살로메의 춤추는 모습만 보면 넋이 나가곤 했는데 헤로디아는 바로 이 점을 노려 딸에게 왕이 소원을 들어 준다는 약속을 해야만 춤을 추겠다고 하라고 타일렀다. 어머니의 지시대로 살로메는 관능적이고 간드러진 춤을 추다 멈추고 계부에게 세례 요한의 목을 주어야 춤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던 헤로데 왕은 무의식적으로 그러마 하고 약속을 하여 결국은 얼마 후 더운 피가 뚝뚝 흐르는 요한의 머리가 쟁반에 담겨져 살로메에게 전해졌다.
그 전해진 요한의 참수된 머리를 몸서리치게 잘 표현한 그림은 이탈리아의 화가 솔라리오(Andrea Solario 1473~1524)의 작품‘성 요한의 참수된 머리’이다. 구약성서 외경에는 아름다운 여인 유디트(Judith)가 조국을 구출하기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 적장을 살해하는 잔인하고 엽기적인 참수의 장면이 나온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마치고 돌아와 얼마 되지 않아 바빌로니아 왕국의 침공을 받았는데, 이 때 침략군을 총지휘한 사령관이 바로 홀로페르네스(Holofernes)이다.
이웃나라들은 바빌로니아 군대에 모두 항복했으나 이스라엘만은 강하게 항거해 이에 화가 난 홀로페르네스 군대는 집집마다 쳐들어가 남성들은 살해하고 여성들을 겁탈했으며 재산과 귀중품은 모조리 약탈하고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닥치는 대로 죽였기 때문에 겁에 질린 주민들은 적에게 무릎을 꿇고 목숨만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한편, 유디트는 남편을 잃은 후 3년 상을 치르며 아내의 도리를 다하고 있는 과부였는데 용모가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재산을 유산으로 물려받아 부유했다. 홀로페르네스 군대의 잔인무도한 행동을 들은 유디트는 복수할 것을 다짐하고 화려한 옷으로 갈아 입고 남자들의 눈을 홀릴 만큼 몸단장도 요란스럽게 했다. 그리고는 하녀를 데리고 적진을 찾아 나서 결국은 적장의 목을 자른 의거 이야기인데 적장을 참수해 승리를 축하하듯이 이를 묘사한 그림은 독일의 화가 크라나하(Lucas Cranach der Altarr 1472~1553)가 그린‘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쥔 유디트(1530)’이다.
성경에는 다윗과 골리앗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인 골리앗은 중무장을 하고 다윗과 싸우기 위해 가까이 나아왔다. 그리고는 어리고 나약한 다윗을 보고 그를 업신여겼다. 이에 질세라 다윗은 골리앗을 향해 물매를 돌리면서 나아갔다. 그러다 주머니에서 물매 돌을 꺼내 물매로 골리앗의 이마를 향해 돌을 날렸다. 그 순간 돌은 정확히 골리앗의 이마 한가운데를 맞혔다. 총알 같이 날아온 돌에 맞은 골리앗은 단숨에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 때를 놓칠 세라 다윗은 쏜살같이 달려가 골리앗의 칼을 빼 그의 목을 내리쳤다. 이런 장면을 실감나게 그린 것은 이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 1573~1610)가 그린‘골리앗의 목을 쥔 소년(1610)’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이렇듯 신화와 성경에는 여러 참수사건들이 나오는데 그 사건의 내용이 다르듯 참수의 의미와 의의도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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