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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도 사람 같은 관습과 모성애도 있다

  • 입력 2016.09.20 17:12
  • 기자명 문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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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고양이 화가 루이스 웨인 (Louis Wain, 1860-1939)은 고양이를 사람처럼 의인화해서 재미있게 묘사함으로써 명성을 얻은 화가이다. 그의 고양이들을 의인화한 그림에는 마치 사람들의 일상생활 양식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통해 그 이면에는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그림을 많이 그려 사람들의 호감을 샀던 것이다.

우선은 그의 작품 ‘의인화 된 고양이들의 시장 광경’이라는 그림엽서의 그림을 보면 광장에서 과채(果菜)를 파는 행상과 닭고기를 파는 행상이 있다. 두 행상과 그 물건을 사는 의인화된 고양이를 비교하면 매우 흥미 있는 광경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과채를 파는 것은 두 어른 고양이며, 닭을 파는 것은 두 어린이 고양인데 비해 과채를 사는 것은 어린이 고양인데, 닭을 사는 것은 어른 고양이로서 그것도 신사 고양이가 숙녀 고양이에게 닭을 선물하니 숙녀 고양이는 만면에 희색을 표하면서 이를 받아들고 있다.

반면 과채를 사는 어린고양이는 바구니에 과채를 담는 것을 무표정하게 보고 있다.
즉 고양이는 육식동물인데 과채를 사는 것은 철없는 아이뿐인데 비해, 철없는 아이들이 파는 닭은 애인에게 선물하는 멋진 모자 쓴 고양이 신사로 요약할 수 있다.

고양이들이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스스로 먹을거리를 해결하던 시절이 있었다.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작은 동물이나 기어 다니는 벌레를 사냥하는 한편, 육식중심의 생리에도 불구하고 작은 양의 풀, 잎, 관목, 화초 등의 식물을 같이 섭취했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이렇게 식물을 섭취하는 것에 대해 소화가 안 될 때 역류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설과, 섬유소나 미네랄을 섭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고양이의 습성을 잘 아는 화가는 닭만이 아니라 과채도 파는 것을 그린 것 같다.

이렇듯 고양이는 육식 먹을거리 특히 병아리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작품으로는 우리나라 화가의 그림이 있다.

조선시대의 화백 김득신(金得臣, 1754-1822)의 작품 ‘야묘도추(野猫盜雛)’라는 그림은 그 제목이 말해주듯이, 들 고양이가 병아리를 물고 달아나는 급박한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이렇게 급작스러운 사태로 적막함이 깨졌다고 하여 파적(破寂)이라는 제목이 붙기도 한 그림이다. 들고양이가 몰래 잠입해서 병아리들을 몰고 도망치려하자 이를 발견한 주인 영감이 긴 담뱃대로 고양이를 치려 뛰어나오다 탕건이 벗겨져 떨어지며, 사람도 마루에서 떨어지려 하자 이를 보다 못해 맨발로 뛰어나온 안주인은 병아리보다도 마루에서 떨어지는 남편이 걱정스러운 듯 뒤따르고 있다.

한편 깜짝 놀란 어미닭은 위험을 무릅쓰고 고양이에 덤벼들려고 뒤따르고, 혼비백산해 달아나는 들 고양이는 그래도 여유 있게 자기를 담뱃대로 내리치려는 주인 영감을 뒤돌아보는 등 그 상황 묘사가 절묘하다.

이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고양이는 닭을 좋아하는 것을 루이스 웨인은 시장광경 그림에서 신사 고양이는 숙녀 고양이에게 닭을 선물해서 선심을 사는 것으로 표현 하였다.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그림에서 보기에는 평범한 일상에서 경험하는 일이지만 그 그림에는 매우 의미 있는 사실을 표현 한 작품도 있다. 즉 ‘시소를 즐기는 고양이들’이라는 그림엽서가 있는데, 의인화된 네 마리의 고양이들이 집 앞에서 시소를 타고 있으며 좌측에는 그 모양으로 보아 수고양이 두 마리이고, 우측에는 아기를 업은 어미 고양이와 아기고양이의 두 마리로서 무계로 보면 당연히 좌측의 수고양이들이 무거워 밑으로 내려앉아야 할 것인데 마무리 힘을 써도 어미 고양이 쪽으로 내려간 시소는 움직이려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의 의문은 단순한 문리적 현상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사람에 있어서 어머니가 임신하여 태아가 뱃속에서 자라는 동안 탯줄은 태아가 어머니로부터 영양을 공급받는 유일한 보급로이며 또 태아에서 생긴 신진대사의 노폐물 등이 어머니로 운반되어 처리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태아가 성장하여 뼈가 형성될 때 많은 칼슘이 요구되는 경우 어머니는 자기의 뼈 또는 치아에 있던 칼슘을 녹여 탯줄을 통해 태아로 옮겨지는 것을 볼 때 이것은 누가 시켜서하는 것이 아니며 또 원해서 되는 것도 아니라 천부적인 사명으로 이루어지는 ‘어머니의 살신(殺身)의 사랑’이라고 표현하여야 할 고귀한 모성애의 생리적인 발로(發露)인데, 이러한 ‘살신의 어머니의 사랑’은 사람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태생동물에서 보는 현상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기 몸을 망가지는 것을 무릅쓰고 새끼를 낳은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의 몸무게는 보는 것과는 다른 무게가 있다는 것을 수고양이들로서는 알 지 못할 것이라는 모성의 자식사랑을 표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루이스 웨인의 다른 닭 그림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시리즈 가운데 ‘나비넥타이를 즐기는 고양이들’이라는 그림엽서가 있다. 의인화된 고양이 세 마리가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는데, 가운데 고양이는 붉은 빛깔의 타이를 매고 있어 암고양이 임을 암시하고, 그리고 좌측의 고양이는 푸른 빛깔의 타이로서 수고양이인 것 같다. 우측의 고양이는 타이를 매지 않은 것 같은데 그 표정으로 보아 역시 수고양이 인 듯한데 두 수고양이가 암고양이에게 서로가 프러포즈하는 장면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좌측의 수고양이는 좌측 발보다 우측 발을 더 높이 쳐들고 무언가를 강하게 호소하느라 입을 크게 벌리고 있으며, 우측의 수고양이 역시 눈을 사납게 뜨고 무엇인가를 호소하느라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데 발을 보니 좌측 발은 아예 올리지 않고 우측 발만 올리고 있다. 가운데의 암고양이는 입과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을 나타냄 없이 두 발을 쳐들고 있는데 그 높이로 보아서는 우측 발 보다는 좌측의 발이 다소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영국 퀸즈대학교 벨파스트 캠퍼스의 클룸 브라운 박사는 42마리의 애완용 고양이를 관찰해 고양이의 왼발, 오른발을 사용하는 성향을 밝혀냈는데, 재미있게도 암컷은 오른발을, 수컷은 왼발을 주로 사용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했다.

클룸 브라운 박사의 관찰대로 암컷은 오른발을, 수컷은 왼발을 주로 사용하는 성향이 있다 했는데 루이스 웨인의 그림으로 돌아가서 좌측의 수고양이는 우측발의 높이가 좌측보다 약간 높은데 비해, 우측의 고양이는 아예 좌측 발은 쓰지도 않고 우측 발만 높이 쳐들고 있다. 즉 망설임 없이 그리고 넥타이 같은 것은 매지도 않고 자신 있게 프러포즈 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가운데에 붉은 보타이를 하고 있는 암고양이의 반응을 보면 원래 클룸 브라운 박사의 관찰대로 라면 암컷은 오른발을 주로 쓴다 했는데 그림의 암컷의 발의 높이는 우측 보다 좌측이 약간 높은 것을 볼 수 있어 자기 좌측에 있는 넥타이도 매지 않고 프러포즈한 수고양이를 택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를 사람의 경우에 비유해서 해석한다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물을 가리지 않고 자기의 모든 것을 한 곳에 집중하여 전력투구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 그런 사람을 여성은 택한다는 것과 같이 고양이도 그러한 수고양이 즉 자기 좌측의 수고양이를 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한 것으로 된다.

그림의 시리즈 제목이 ‘재미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화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되도록이면 재미있는 방향으로 해석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