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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점점 멀어지는 대학병원과 개원가

대학병원, 세부 전문의 가속화 … 개원의, 멀티플레이어 추세로 활동해야 하는 상황

  • 입력 2006.0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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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전공 전문의제도란 국내 의료법에서 인정하는 법정 26개 전문과목의 전문의 자격 외에 추가로 세분화된 전문분야의 전문의에 대해 그 자격을 대한의학회의 회원학회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국내 세부전공 전문의제도는 이미 1992년 내과학회가 ꡐ내과분과전문의ꡑ란 명칭으로 그 수련 및 자격 인정에 관한 규정을 제정함으로써 시작됐다. 내과의 해당분과는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내분비-대사, 신장, 혈액-종양, 감염, 알레르기, 류마티스 내과의 9개 분과다.이외에 1996년 3월부터 통증학회가 ꡐ통증 인정의ꡑ제도를, 그리고 스포츠의학회가 1999년 12월부터 ꡐ스포츠의학 분과전문의ꡑ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의학회에서 인정하든 안하든 관계없이 수련병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는 소아정신과나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지 않는 비만치료도 임상에서는 하나의 세부전문분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최근 일부 학회에서 의료법이 정한 26개 전문과목 전문의 이외에 자율적으로 ꡐ분과전문의ꡑ, ꡐ인정의ꡑ등의 명칭으로 의사의 추가적 자격인정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 자칫 이들 학회에 의한 자격증 남발의 염려마저 있어 대한의사협회와 의학회는 이에 관한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또 대한의학회는 세부전공 전문의 자격인증제도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분과 전문의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의학회와 관련학회의 사전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미 세부전공 전문의제도 인증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학문발전 이외에 세부전공 전문의 자격취득으로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세부전문의 자격인정제도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다.자기 세부전공분야가 아니면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는 의사의 진료편의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법정전문의가 전체 의사의 72%를 차지하는 국내 현실이 국민의료비 증가의 원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으며 또한 우리나라 전체 개원의의 90%가 법정전문의라는 전문의 과다 현상 속에서 더 이상의 분과전문의를 보험진료행위와 연관시켜 인정해 주는 것은 비용증가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현재는 세부전공에 대한 진료과목 표시가 허용되지 않고 있으나 ꡐ의료광고 규제에 대한 위헌결정ꡑ으로 광고에는 이를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문병원을 표방하는 의원들이 늘어날 것이다.따라서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더라도 ꡐ선(先) 제도완비, 후(後) 시행원칙ꡑ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세부전공 전문의제도는 (1)전문 또는 진료과목의 표방 (2)타 전공의사의 의료행위의 제한이나 업무독점 (3)경제적 이익증대, 그리고 (4)해당학회의 위상강화나 회세 확장의 목적에 사용돼서는 안 될 것이다.소아과학회가 상정한 세부전문의는 총 9개 분야로 신생아, 혈액종양, 신경, 내분비, 소아영양, 신장, 감염, 알레르기, 심장 등이 포함돼 있다. 소아과개원의협의회의 한 인사는 ꡒ세부전문의제도 시행 후 개원가와 대치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를 묵과할 수 없을 것ꡓ이라며 제도시행에 따른 우려의 시각을 내비쳤고 또한 외과개원의협회 김익수 회장은 ꡒ세부전문의제를 도입하는 것은 1차 진료를 무리 없이 해내고 있는 외과 전문의들 위에 옥상옥을 두는 것ꡓ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신경정신과 학회에서는 노인정신과, 소아정신과, 자문정신의학 등 3개 분야의 세부전문의를 의학회에 상정하고 있다. 한편, 의학회가 신경정신과의 세부전문의를 승인할 경우 조건부 승인된 내과와 지난 해 6월 통과된 수부외과에 이어 3번째 인증학회로 기록되게 될 것이다. 수년 전부터 대학병원계가 대형화되면서 임상에서 세부전문화 및 전문센터화가 특화전략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일부 대형병원에서 임상과별 세부전문화가 자리를 잡게 되면서 세부전공분야가 아니면 환자를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A병원, S병원 등 한 개 병원 내에 많은 수의 의료진을 확보한 초대형병원들이 임상과별 세부전문화를 선도했으며 임상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A병원, S병원 등의 경우는 세부전문화의 성공으로 소위 ꡐ4차 병원(?)ꡑ을 지향하고 있다.그러나 최근 들어 세부전문화를 안착시킨 일부 병원에서 의료진 사이에 자기 세부전공분야가 아니면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는 의사의 진료편의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모 대학병원 소화기내과의 한 중진 교수는 ꡒ진단이 애매하거나 복합돼 있어 관련 전공 선생에게 문의를 할 경우 자기 세부전공분야의 질환이면 환자를 자신에게 넘기라 하고, 아니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린다ꡓ며 예전과 다른 세태에 당황스럽다는 말을 전했다.실제 일부 대형대학병원에 개인의원에서 의뢰된 환자가 같은 과인데도 당일 진료를 받지 못하고 다시 또 예약을 해 같은 과의 다른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불편한 일들도 일어나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일반 개원가에서는 2~3개의 특수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개원의들이 멀티플레이어로 활동해야 생존이 가능한 반면,대학병원은 점점 더 세부전공 쪽으로 특화해야 경쟁력을 갖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