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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성 특히 젊은 여성이 산부인과에 가야 하는 이유

  • 입력 2016.10.17 16:53
  • 기자명 박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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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산부인과 개원 20년차 여의사입니다. 매일 많은 환자를 보면서 느낀 점은 모든 여성 특히 젊은 여성은 산부인과에 자주 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산부인과는 거의 모든 여성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입니다. 만약에 어떤 여성이 산부인과에 가기로 했다면, 감기로 병원에 가듯이 쉽게 가지는 않습니다. 산부인과에 방문하기 전에 여러 번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가기로 결정했을 것입니다. 미리 시간을 내서, 아침에 샤워를 하고, 속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가서 비데를 하고, 산부인과에 방문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뭔가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를 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 여성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냥 심심해서 산부인과에 가지는 않습니다. 특히 젊은 여성이라면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 진찰 할 의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보고, 잘 보는지도 주위에 물어보고 방문 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자기의 가장 소중한 곳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료할 때의 자세가 민망하고 때로는 치욕스럽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는 젊은 여성이 산부인과에 올 때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고민이 있거나, 해결할 일이 있구나!’ 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한 번에 문제해결을 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녀가 산부인과에 다시 언제 올 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망설임은 젊은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산부인과 여의사나 그 가족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2달 전에 광주의 대형 산부인과 원장님이 60세를 몇 달 앞두고 난소암 말기로 사망을 하셨습니다. 2년 전에 남편을 산부인과 의사로 둔 치과의사가 40대에 난소암 4기에 발견이 되어서 자식 둘을 남겨두고 저 세상에 갔습니다. 증상으로만 난소암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절대로 증상으로 생명에 치명적인 난소암이나 불임의 원인인 난소농양이나 자궁내막증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산부인과 의사이거나, 남편이나 가족이 산부인과 의사인 경우에도 예외 없이 규칙적으로 부인과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합니다. 산부인과에 가면 초음파를 권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하복부 통증이 있을 때 혹은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자궁이나 난소에 무엇이 생겼는지 초음파를 보지 않고 의사조차도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개원한 지 20년 동안 많은 환자를 보아오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젊은 여성들이 산부인과에 오기를 꺼려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성적으로 왕성한 젊은 여성 중에서 자신은 간단한 냉대하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골반염이 진행 되어서 난소난관농양이 생긴 줄도 모르고 있다가 불임이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최근에도 다른 병원에 근무하는 20대 젊은 여성이 하복부통증으로 내원했는데 초음파검사를 시행하니 난소난관농양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물어봤더니, 별로 증상이 없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병원이 직장인 여성도 이렇게 늦게 발견이 되는데, 일반 젊은 여성들은 더 하겠죠! 아마도 나팔관 양쪽을 제거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그 여성은 임신이 힘들거나 시험관시술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 여성의 자궁 부속기가 없어지고, 가임력이 없어지는 것은 별다른 증상이 없이, 갑자기 어이없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난소난관농양은 성적으로 왕성한 여성에게서 꽤 자주 있는 일입니다. 조금만 일찍 산부인과에 방문을 했으면 수술을 하지 않고 약물치료로 해결되었을 것이고, 불임이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난소난관농양으로 인한 불임은 최근에는 클라미디아가 가장 많은 원인인데, 클라미디아를 포함한 여러 골반염의 원인균이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습니다. 미국 의학연구소에서는 STI(Sexually Trnasmitted Illness)를 숨겨진 전염병, 침묵의 질환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성적으로 왕성하거나 성경험이 있는 여성의 50%에서 감염이 되며 세 번 이상 감염될 경우 불임 가능성이 75%인 클라미디아는 침묵의 질병이고 감염된 여성의 약 3/4, 감염된 남성의 1/2이 증상이 없습니다. 이렇게 감염된 많은 사람이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특히 25세 이하의 여성, 섹스 파트너가 많은 사람들은 PCR을 통한 STD검사를 3~6개월마다 받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은 증상도 없고, 균이 눈에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적으로 왕성한 젊은 나이에 피임과 성병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건강한 성생활과 가임력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남자에게는 비뇨기과, 여자에게는 산부인과가 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입니다. 그래서 성적으로 건강한 남녀는 산부인과나 비뇨기과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멀리해서는 안 됩니다.

대부분의 여성이 산부인과에 가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 산부인과에 방문을 하면 증상에 따라서 자궁경부암 검사, 초음파검사, 그리고 성병검사를 하게 되는데 검사 종류에 따라서 2~10만 원 정도의 돈을 쓰게 됩니다. 검사가 끝나면 결과에 따라서 치료를 하거나, 설명을 듣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여성들은 그 검사를 받는 것에 대해 아주 부담스럽거나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꼭 필요한 검사인데도 말입니다. 감기처럼 증상만 가지고 진찰해서 약을 처방해주면 좋겠지만, 여성의 질환은 증상을 듣고, 촉진이나 시진을 해서 난소난관농양이나 자궁암, 난소암, 난소의 양성 종양이나 자궁내막암, 자궁내막용종,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특히 성관계에 의해서 전염되는 성병을 절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해야 하고, 평생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성생활을 해야 하는 자궁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검사이고, 그리고 규칙적으로 검사해야 합니다. 여성들은 1~2달에 한 번씩 미용실에 갑니다. 보통 미용실에 가면 5~20만 원 정도를 쓰게 됩니다. 그런데 산부인과는 몇 년에 한 번 갈까, 말까합니다. 머리카락과 자궁 중에 무엇이 더 소중할까요? 미용실에 가는 돈은 아깝지 않은데, 왜 산부인과에 가는 돈은 아까울까요? 머리카락이 자궁보다 더 소중할까요? 머리카락은 잘라도 다시 자라나지만, 자궁은 잘라버리면 다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머리카락은 잘못 잘라도 다시 자라지만, 자궁은 잘못되면 다시 재생이 안 됩니다. 자궁에서 아이가 자라고, 사랑하는 아이가 태어나고, 자궁은 사랑하는 남자의 쉼터입니다. 자궁은 생명의 원천이고, 인류의 원천이고, 여성을 여성스럽게 사랑스럽게 만들어 줍니다. 자궁은 여자의 원천입니다.

여성들이 자궁에 대해서 소중하게 생각해 주기를 바랍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자궁을 잃기 전에 자궁 건강을 지켜주기 바랍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농양이든, 암이든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는 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규칙적인 진찰과 검사 외에는 산부인과 의사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도 꼭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