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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면접 공포증이 있습니까?

  • 입력 2006.0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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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면접의 계절이 돌아왔다. 평상시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수다도 잘 떨며 놀다가도 면접을 볼 때면 특별한 이유 없이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오르며, 진땀이 나는 등 막연히 불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불 보듯 뻔하게 면접관이 물어보는 질문에 얼굴만 빨개져 쭈뼛쭈뼛 대답을 제대로 못하고 면접을 망치게 된다. 이른바 면접 공포증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남들에게 관찰되는 상황에서 모욕을 당하거나 당황스럽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공포심을 느끼는 사회 공포증의 일종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소심한 성격 탓으로만 생각해 단 한두 알의 정신과 약물의 도움으로 걱정 없이 면접을 잘 치를 수 있다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평소 멀쩡하게 생활하다가도 공공장소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할 때, 공연장에서 연주를 할 때, 회의석상에서 발표를 할 때,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 입장을 할 때 등 과도하게 불안해하며 공포심을 느끼고 여러 가지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사회 공포증의 일종으로 역시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유능하기로 소문난 회사 간부가 회장 앞에서 발표할 때 가슴이 떨리고 이유없이 불안해하다가 망설임 끝에 정신과 외래를 찾아와 깨끗하게 고통에서 해방된 경우도 있다. 특정상황에서만 미리 약물을 복용하기에 중독의 가능성도 없다. 사회 공포증이 심한 경우 공중변소에서 소변을 누지 못하고, 공공장소에서 식사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 공포증 왜 생길까? 사회 공포증은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여질까에 대해 과도한 두려움을 느낀다는 점에서, 엘리베이터와 같은 밀폐된 공간이나 낯선 사람들로 둘러싸인 혼잡한 거리에서처럼 남에게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공간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광장 공포증과 다르고, 피, 주삿바늘, 거미, 바퀴벌레만 봐도 공포심을 느끼고 어지럼증을 느끼는 특정 공포증과도 다르다.공포증은 특정한 대상이나 행동, 상황에 처했을 때, 비현실적인 두려움과 불안 증세가 생겨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대상이나 상황을 피해버리는 장애이다. 정상적인 공포증은 비록 두려움과 회피반응이 개인적 고통을 주지만, 일상생활이나 사회적 기능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경우이다. ICD-10 질병분류에서 공포성 불안장애는 광장 공포증, 사회 공포증, 특정 공포증, 기타 공포증 등으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도 사회 공포증은 전체 인구의 2~3%가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며 남녀가 비슷하게 발병한다. 이런 공포증이 왜 생기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과 가설이 있다. 유전적 체질 이론에서는 공포증의 소인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만성적 환경적 스트레스가 잦을 때 공포증이 발병한다고 한다. 이런 환경적 스트레스로는 대개 부모의 죽음, 부모와의 이별, 형들의 모독이나 비판, 가족 내 폭력 등이다. 공포증에 대해서는 일찍이 프로이드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그에 유래한 거세 공포, 근친상간에 대한 불안, 기타 성적 흥분에 따르는 갈등이 불안을 초래하며 이때 불안은 그러한 용납되지 않는 무의식적 갈등에 대한 경고라고 했다. 이 불안이 방어기제의 하나인 억압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전치에 의해 다른 외부 대상을 향해 옮겨져 그에 대해 공포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갈등의 내용과 공포 대상 간에 직접적인 연상적 내지 상징적 관련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공포 대상은 환자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상징화와 회피의 방어기제가 보조적으로 사용된다. 사회 공포증의 임상적 진단일반적으로 사회 공포증은 다음의 증상이 모두 있을 때 임상적으로 진단내릴 수 있다. 첫째, 친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거나 타인으로부터 심사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또는 일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현저하고 지속적인 공포가 있다. 개인은 창피를 당하거나 난처해질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이거나 불안해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일까봐 두려워한다.둘째, 두려워하는 사회상황에 노출되면 거의 예외 없이 불안반응을 일으키며, 상황에 의해 반드시 나타나거나 나타나기 쉬운 상태가 된다.셋째, 공포가 과도하고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다.넷째, 두려워하는 사회적인 상황 또는 일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을 회피하거나 심한 불안이나 고통을 느끼며 인내한다.다섯째, 회피, 불안한 예기, 두려워하는 사회적 또는 일을 수행하는 상황에 있을 때의 고통으로 인해 그 사람의 정상적인 일상, 직업적 기능 또는 사회적 활동이나 관계에 현저한 방해를 받거나 공포증이 있는 것에 대해 현저한 불편감이 있다.여섯째, 18세 미만의 사람에서는 기간이 적어도 6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이런 사회 공포증은 정신분열병에서 보이는 망상으로 인한 공포증, 주요 우울증, 강박성 장애, 알코올 등 약물 남용으로 인한 공포증, 인격장애에서 오는 공포증, 뇌손상으로 인한 공포증과는 구별해야 한다.일반적으로 사회 공포증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행동치료, 인지치료, 정신분석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로는 일시적인 증상완화를 목적으로 특정 상황이 되기 직전에 benzodiazepin계 약물 alprazolam(상품명 : 자낙스, 자나팜 등)을 사용하거나 b-blocker 계열인 atenolol 또는 propranolol(상품명 : 인데랄, 인데놀 등)을 사용한다. 행동치료는 탈감작방법, 상호억제, 실제상황노출, 상상노출 등이 있다. 노출치료는 환자가 공포 대상에 대해 점진적인, 스스로 정도를 결정한 바에 따라 일련의 노출을 순서대로 경험하게 해 공포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인지치료는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 대해 사실은 안전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신분석요법은 환자의 인격특성과 생활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되므로 치료 대상군이 제한적이다. 환자가 통찰을 얻었다 해도 공포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따라서 통찰치료보다는 점진적으로 공포증 상태에 잘 노출할 수 있도록 지지나 암시를 통해서 격려해 주는 지지치료가 사용된다.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 행동치료, 인지치료, 정신분석치료는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돈이 드는 것에 비해 약물치료로 비교적 간단하게 사회 공포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본인이 사회 공포증의 기질이 있다고 생각되고, 면접을 앞두고 있어 걱정이 많이 된다면 가까운 정신과 외래를 찾아가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