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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 Crime]참수 살해된 신화 속 음악의 대가

  • 입력 2006.0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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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생 작:'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있는 풍경'(1648),파리 루브르 박물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Orpheus)는 시인이며 음악가로 명성이 뛰어난 인물로 북부 그리스의 트라키아 출신이다. 그의 수금(竪琴) 연주와 노래 실력이 어찌나 아름답고 탁월했던지 인간과 동물을 매료시켰음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나무나 바위도 감동돼 주변에 모여들었다고 할 정도다. 오르페우스는 무사이 여신 중 한 명인 칼리오페와 아폴론(일설에는 트리비아의 왕 오이아그로스)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황금 양털 가죽을 찾아 나선 이아손과 아르고호의 원정대에도 참가했는데, 자신의 특기인 음악으로 파도를 잠재웠던 것은 그를 유명하게 한 일화이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있는 풍경
그리스 신화에는 슬픈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오르페우스와 그의 아내인 님프 에우리디케(Eurydice)의 신화도 그 중 하나이다. 어느 날 새 신부 에우리디케가 초원에서(혹은 아리스타에우스의 구애를 거절하고 도망치다) 그만 뱀에 발목을 물려 뱀의 독이 전신에 퍼져 목숨을 잃게 됐는데 그녀의 영혼도 다른 영혼들과 마찬가지로 저승으로 불려갔다. 이러한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화가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이 그린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있는 풍경'(1648)이라는 그림이다.
[2R]오르페우스는 그림의 우측에 앉아 수금을 뜯고 있고 그 앞에서 그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세 명의 남녀 뒤에 신부 에우리디케가 수풀에 숨어 있는 뱀을 보고 놀라고 있다.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을 예고라도 하듯 배경의 천사성(天使城) 같은 건물에서는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어 조용한 가운데 앞날이 불안함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에우리디케는 이로 인해 사망하게 됐다.
오르페우스는 죽어 저승에 간 부인을 살려내려고 저승으로 가 명계(冥界)의 왕 하데스와 왕비 페르세포네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수금을 연주하자 명계의 왕과 왕비뿐만이 아니라 모든 망령들마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그 정성에 감동해 에우리디케를 도로 인간세계로 보내기로 했는데, 조건으로 지상에 도달해 햇빛을 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아내를 돌아봐서는 안 되며, 뒤를 돌아다보면 에우리디케는 다시 명계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르페우스와 그의 아내는 기쁨에 차 손을 맞잡고 명계의 어두운 비탈길을 오르고 또 올랐다. 이런 상황을 화가 포인터(Edward John Pointer)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1862)라는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이 그림에서 에우리디케는 눈을 감고 오로지 오르페우스의 손에 매달려 언덕길을 오르고 있는데, 본다는 것을 금했기 때문에 오직 촉각에 의존해 따를 따름이다.
또 오르페우스는 빨리 지상에 도달하기 위해 온갖 힘을 다해 아내를 이끌고 있다. 그러다 지상이 가까워 오자 혹시 사랑하는 아내가 잘 따라오는지, 혹시 괴로워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에우리디케는 다시 명계로 떨어져 영영 만날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이 되고 말았다. 순간적인 사랑의 눈 맞춤이 영원한 이별의 순간이 되고 만 것이다. 결국 아내를 데리러 갔던 일은 완전히 허사가 됐다. 찢어질 듯한 가슴을 부여잡고 지상으로 돌아온 오르페우스는 슬프고 애처로운 노래만을 부르며 정처 없이 방황했다.

아폴론, 밝은 빛의 이미지로 다감한 청춘의 상징
그리스의 신들 가운데 주신(酒神)인 디오니소스(Dionysus)도 유명하지만 예언과 음악의 신인 아폴론(Apollon)도 고명한 신이다. 실은 이 두 신은 사이가 좋지 않아 서로의 명예를 걸고서 대립하는 사이 였으며, 시인이며 음악가인 오르페우스가 제3자로 이들의 싸움에 말려들어 희생되었는데 이제 그 내막을 살펴보기로 한다.
아폴론은 항상 밝은 빛의 이미지로 다감한 청춘의 상징이며 이지적이고 단정하며 기품이 있는, 젊은이들의 이상형인 신이다. 또 음악을 좋아해 음색이 아름다운 수금의 명연주자이기도 하며 감성이 풍부해 의학, 예언, 그리고 궁술에도 능한 신인 데 비해, 디오니소스는 어두운 이미지에다 소박한 인간적인 정이 풍부하고 반이성적이며 인간의 근원에 있는 불분명한 욕망에서 파생하는 비극, 희극 등을 장악하며, 음악에 있어서도 정념이 강한 음색의 피리(아우로스)의 명수인 신이다. 이렇듯 두 신은 모든 면에서 정반대되는 경향의 차가 있어 대립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했다.
오르페우스는 아폴론 신전의 사제로서 그의 음악은 아폴론에서 전수됐으며, 황금과 상아로 된 수금도 하사받아 그의 수금음악은 신기에 가까울 지경으로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과 산천초목도 감동시킬 정도였다. 이렇게 아폴론의 절대 숭배자인 오르페우스는 디오니소스의 신앙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퍼지며, 특히 주부들이 가정을 버리고 산으로 가 디오니소스의 광신도가 되어 술 마시고 춤추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디오니소스 신앙 반대자들의 선봉에 서게 됐다.
디오니소스를 추종하는 대부분은 광신적 여신도로서 그녀들을 ?마이나도?라고 불렀다. 그녀들이 이렇게 광적으로 디오니소스에게 모여들었던 것은 가사와 아이의 양육 등으로 가정에 얽매이고, 남편으로부터는 노예와 같은 취급을 받는 등 자유나 자주성이라고는 조금도 없었으므로 디오니소스의 신도가 되면 그러한 고통과 고역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녀들은 가정을 뒤로 하고 산으로 디오니소스를 찾아 모여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산에서 디오니소스를 만나 아무도 보지 못하는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의식 절차가 끝나 여신도가 되면, 그녀들의 모습은 달라져 나체에 사슴 가죽을 걸치고 머리는 풀어헤치고 디오니소스가 부는 아우로스(피리)에 맞추어 노래 부르고 광란의 춤을 추며, 포도주를 마시고 동물을 잡으면 산채로 찢어 발려 그 피와 고기를 먹음으로써 신과 일치가 되어 신의 보호를 받는 존재가 된다고 굳게 믿었다.
디오니소스는 일반적으로 벌거벗은 모습의 젊은 청년으로 묘사된다. 그의 머리에는 포도나무 덩굴이나 담쟁이덩굴 화관이 둘려지고, 특히 상록수인 담쟁이덩굴은 결코 죽지 않는 자연의 에너지를 상징한다. 주로 그는 기분 좋게 취한 일단의 추종자 무리, 즉 ?마이나도? 외에 사티로스(반인반수의 숲의 신으로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는) 및 판을 대동했다.
애처가였던 오르페우스는 부인이 죽고 난 뒤 다른 여인에게는 눈을 돌리지 않고 오로지 음악에만 심취하였다. 디오니소스의 축제에 가서 음악으로 광란에 날뛰는 여신도들을 진정시키고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바라며 수금을 연주했다. 그러나 술 취한 여신도들은 그에게 술을 권하고 같이 춤추며 즐길 것을 권했으나, 이를 완강히 거절하자 화가 난 그녀들은 오르페우스에 달려들어 그를 구타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잘 표현한 그림이 렐리(Emile Lery, 1826~1890)의 ?살해되는 오르페우스?(1870~1880)이다. 위의 그림과 같이 술 취한 광신도들은 오르페우스를 몽둥이로 때리고 사지를 잡아 당겨 마치 동물을 찢어 발리 듯하고 목을 잘라 처참하게 살해해 그의 머리와 수금을 강물에 던져 버렸다. 즉 오르페우스를 살해해 그 머리와 수금, 그리고 토막 난 몸통을 헤보로스 강에 던졌는데 이것이 흘러 레스보스의 해안에 도달했다.
이러한 상황은 여러 화가들에 의해 표현됐는데 그 중에서 표류되는 오르페우스의 참수된 머리와 수금을 선명한 색깔을 써 생전의 그의 탁월했던 음악적 재능을 표현한 르돈(Odilon Redon, 1540~1916)의 '오르페우스'(1913)는 참수된 머리를 미화해 보는 이의 가슴을 더욱 서글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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렐리 작:'살해되는 오르페우스'(1870~80),개인소장







렐리 작:'살해된 오르페우스'(?),개인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