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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일반 보험사의 건강보험 판매에 대한 생각

  • 입력 2006.03.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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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초부터 경제 부처에서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만으로는 급증하는 의료 분야의 고급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에서 공급하지 못하는 급여 부문을 민간 의료보험에 맡기는 보충형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올 3~4월쯤 가입자의 병원 진료비 일부를 보장해 주는 '실제 손실(약칭 실손-實損) 보상형 민간 건강보험' 상품이 나온다. 이전에 나왔던 비슷한 상품은 가입자가 암 등 중대 질병에 걸리면 일정 액수를 보상해 주는 정액형 보험이었다. 하지만 새로 판매될 민간 건강보험은 병,의원을 이용할 때마다 소요되는 진료비 일부를 보상해 준다. 지금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고급 병실료, 검사료, 선택 진료비, 식대 등의 '예외 지대'가 보장되는 점에서 기존 상품과 구별된다. 보험회사들은 "실손형은 원래 전액을 보상해야 하지만 오랫동안 입원하는 등 도덕적 해이 현상이 생길 우려가 있고 위험률을 고려해 본인 부담금의 70%만 지급하기로 했다"며, "또 실손형 보험에 여러 개 가입하면 치료비보다 더 많은 보상이 이뤄질 수도 있어 전체 보험의 보상 금액이 치료비를 안 넘도록 중복 보상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하고 있다.민간 건강보험이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활성화되는 것은 국제적 조류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하면 전체 의료비를 100으로 가정했을 때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을 합쳐 80 이상이 보장되는 효과가 있지만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빈곤층의 위화감 확산, 공(公)보험인 건강보험 위축 등의 부작용이 일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시민단체에서 정부가 내놓는 건강보험 관련 제도에 대해 한 번이라도 시원스레 찬성한 적이 있었던가? 지난해 8월 개인형 민간 보험 판매가 허용된 뒤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3개 생명보험사는 관련 보험상품을 마련, 올해 3~4월 중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할 예정이라 한다. 이 보험은 가입 대상이 15~55세로 한정되며, 보험료는 매년 정부와 의약 단체가 체결하는 의료보험 수가(酬價-의료 행위 값) 인상분만큼 오르도록 설계돼 있다. 보험료는 연령에 따라 다르다. 20세가 6,500원, 30세가 8,000원, 40세가 1만 3,000원, 50세가 2만 5,000원 정도다. 현행 정액형 보험료보다 비교적 싼 편이다.또 건강보험에서 보장받지 못했던 의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어 의료보장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질병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한의원,한방병원,치과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일반 질병 중에서도 환자 수가 많은 치질, 디스크, 요실금, 산부인과,정신과 계통의 질병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민간 건강보험이 국민 건강보험을 보완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활성화되는 것은 국제적 조류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의료비 급증에 대처하는 데 효과적이다. 정부의 획일적인 사회보험을 통해 재원 조달을 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으며, 결국 공급과 수요에 따른 재정의 부조화로 파행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공보험 체계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는 영국에도 일정 부분 민간 보험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사회보험 제도하에서 의료 서비스가 하향 평준화되어 제공받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불만을 해소시켜 준다면 의료 기관은 자연히 경쟁을 통해 국내 의료 산업에 역동성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최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이 민간 보험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보충형 민간 보험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이제는 민간 보험 도입 여부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에서 벗어나 민간 보험 활성화의 실질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부 주장대로 국민의 보충 의료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 의문그런데 보험사들이 민간 보험의 활성화를 조건으로 건강보험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는 개인별 진료 내역을 공유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동조하듯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진료 내역 등의 자료를 민간 의료보험 회사와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개인 정보는 다같이 보호돼야 하며, 특히 개인의 질병 내역은 식구끼리도 비밀스럽게 지켜져야 하는데도 그걸 알아내 병력을 근거로 손해가 되는 사람에서는 가입 자체를 제한하겠다는 논리여서 관련 법령의 개정 움직임은 깊은 우려를 갖게 한다. 한마디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의 질병, 진료 내역 등의 자료를 민간 보험사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민간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소중한 개인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합법화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민간보험사는 가입자 고르기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애쓸 뿐,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국민의 보충 의료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도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일부 외국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생명보험 회사에서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설령 고객이 병력을 숨기고 가입하더라도 어떤 경로로 개인의 질병 정보를 알아냈는지 가입자에게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느냐"며 진단서를 가져오도록 요구하여 보험 해지를 유도하고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개인의 질병 정보가 전혀 비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민간 보험 활성화라는 그럴 듯한 명분으로 정부에서 개인의 질병 정보를 자진해서 제공하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민간 의료보험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예를 보면, 2003년 현재 전 국민의 15.6%인 4,500여 만 명이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한 매년 200만 명이 의료비 때문에 파산한다는 연구도 있다. 이는 비단 개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세계 굴지의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사가 도산 위기에 처했는데, 해마다 늘어나는 종업원들의 의료보험료도 하나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공보험과 민간 보험 중 어떤 제도가 효율적인지는 공보험이 발달한 영국과 민간보험 중심인 미국의 일부 지표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2001년 기준으로 영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여성이 80.4세, 남성이 75.7세이지만, 미국 국민의 경우는 여성이 79.8세, 남성이 74.4세로 영국보다 낮다. 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02년 기준 영국은 15.9%, 미국은 12.3%로, 인구의 고령화 정도는 영국이 심한 데 반해, 국내총생산 대비 의료비 지출은 영국이 7.7%로 14.6%인 미국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민간 의료보험보다는 공보험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전 국민의 의료 보장을 책임지는 시스템으로는 민간 의료보험보다 공적 보장 체계가 효과적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