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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VS 호르몬, 가을은 살찌는 계절인가?

  • 입력 2016.11.15 16:01
  • 기자명 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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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높고 청명한 가을 하늘은 눈을 상쾌하게 하고 들판의 곡식과 과실의 풍요로움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살찌는 계절이다. 또한 쌀쌀한 날씨로 체온이 내려가 대사부족으로 살찌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의 한 항공사가 승객들의 체중을 측정해서 좌석을 배치하는 법안을 내서 승소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기체가 받는 하중의 균형을 잡아 에너지 효율성과 항공기 운행의 안전성을 위한다는 취지에서다. 성인 비만율이 75%를 육박하며 세계에서 가장 놓은 비만율을 가진 사모아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항공기 루트에 적용된 것이다.

장수시대!
이제 더 이상 비만은 외형적인 불균형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임신부의 비만은 임신합병증을 높이고 태어날 아기의 평생 건강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비만인의 치매 발생률 또한 일반인 보다 높으며, 암환자에 있어서도 고도비만이었던 환자가 정상체중이었던 환자에 비해 이차적인 암 발생 위험이 40%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비만인의 지방세포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많이 생성되어 혈관성 질환이나 염증성 대사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다이어트와의 전쟁은 일상이 되었다.
날씬한 몸매유지를 방해하는 수많은 요소 중 가장 감당하기 힘든 것이 바로 ‘식욕’ 일 것이다.
연예인처럼 예뻐지는 상상만으로는 넘쳐나는 ‘식욕’을 누르기가 쉽지 않다. 우리 몸에서는 식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그렐린(Ghrelin)’과 ‘렙틴(Leptin)’이란 두 가지 호르몬이 분비 되는데 서로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하여 식욕을 조절한다.

배꼽시계라 부르기도 하는 그렐린은 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전에 올라가고, 배가 부르면 줄어들게 되면서 렙틴의 분비가 늘어나 포만감을 느끼게 되어 식사를 멈추게 된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식사를 불규칙하게 되어 공복시간이 길어지면 그렐린 호르몬이 높아져서 오히려 폭식을 하게 된다. 그렐린은 뇌의 기능을 활성화하기도 하고, 기분도 상쾌하게 하며, 도파민 호르몬이 잘 분비되도록 하는 역할도 하게 되어 파킨슨병을 예방하기도 한다. 그렐린이 분비되면 성장호르몬도 분비가 자극되어지고 식사량이 늘면서 성장도 이루어지게 된다. 성장호르몬은 성장뿐 아니라 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강화하며, 노화를 막아주는 호르몬이기에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이 무조건 적게 나오는 것이 좋은 것도 아닌 것이다. 또한,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은 *CART를 자극하여 에너지 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저장된 지방을 분해 촉진하는 역할도 하면서 지방의 축척도 막아준다. 이러한 렙틴의 효능을 통해 체중을 정상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CART(cocaine amphetamine regulatory transcript)는 뇌가 식욕을 억제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도록 해줍니다.
그러나 탄산음료, 액상과당, 지나친 과일섭취, 패스트푸드, GI가 높은 식단으로 과식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의 경우 호르몬에 무감각해진 상태로 뇌에서 잘 인지 못하게 되는 ‘렙틴저항성’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는 지속적으로 지방세포에서 랩틴 분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식욕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실제로 비만인의 경우 대부분 혈중 내 렙틴 농도는 높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이 두 가지 식욕호르몬(그렐린)과 포만호르몬(렙틴)의 균형이 깨지면 비만은 시작된다. 그렐린과 렙틴호르몬은 그 분비량 보다는 각 호르몬간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내가 어린 시절엔 시대적으로 먹거리가 부족했기에, 있을 땐 많이 먹고 없을 땐 적게 먹는 것이 당연 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먹거리가 넘쳐서 소아비만이나 소아당뇨가 문제시 되고 있다. 내 어린 시절 가을이면 먹거리가 조금 넉넉해서 그나마 얼굴 살이 통통히 오르면 어른들이 말씀 하셨다, ‘나중에 다 키로 간다’고.

성장기에는 충분하고도 적절한 영양 공급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아 비만은 아이의 성장발달에 장애를 유발할 뿐 아니라 성인 비만으로도 이어지기 쉽다. 또한, 비만 세포가 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해 성조숙증을 일으키면서 성장이 조기에 멈출 위험성이 높아진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 성조숙증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가 계속적으로 증가 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영양소가 부족한 먹거리에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방부제나 액상과당 등이 들어간 인스턴트 음식의 섭취가 늘어나므로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GI(당질지수)가 높은 음식섭취로 인슐린이 과잉으로 분비되어 지방축적이 되는 것도 원인이 되며, 식품첨가물들이 Xenoestrogen으로 작용하여 성호르몬인양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선 세포 수준에서 필수영양소를 골고루 공급하는 것 또한 소아비만을 막아 정상적인 성장호르몬이 작동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고, 송과선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영향으로 성장호르몬이 나오는 오후 10시 정도에는 잠자리에 드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기도 하다.

식욕조절 호르몬 외에도 우리 몸에서 지방을 쌓아두는 호르몬과 지방을 태워서 멋진 몸을 만들어 주는 호르몬은 다양하다.
인슐린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은 우리 몸의 지방창고에 에너지를 모아두게 하는 대표적인 호르몬들이다. 올바른 음식을 적당량 섭취하면 적당량의 인슐린 호르몬이 분비되어 에너지를 만들어 주지만, 과식과 폭식 등으로 인해 급격히 혈당이 오르게 되면 췌장에서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게 되면서 과도한 인슐린의 분비가 일어나게 된다. 이 때 사용 후 남은 에너지를 간과 근육 속에 저장 시켜놓고 나머지는 지방으로 쌓아 놓게 되는 것이다. 반복되는 과식과 폭식으로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가 반복되면 ‘인슐린저항성’을 낳게 된다(인슐린저항성=더 이상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 이는 당뇨병이나 심장질환을 생기게 한다. 또한 스트레스호르몬인 코티솔은 부신에서 분비되는데 음식에너지를 지방으로 쌓아놓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하게 되는 이유와 스트레스로 대사장애가 와서 비만해지는 것은 이 코티솔 호르몬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성호르몬인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도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지방을 에너지로 바꾸어주고 근육을 생성시켜서 남성을 멋지게 만드는 호르몬인데, 나이가 들어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해지면 근육은 위축되고 복부에 지방이 쌓이게 되어 D자 형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는다. 또한, 비만한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더욱 감소되고 지방조직에서 생산되는 여성호르몬이 증가되어 남성성이 약화되면서, 혈관과 신경도 망가지게 되어 성기능 저하도 일으키는 악순환에 놓이게 된다. 여성에 있어서도 에스트로겐은 체지방에 깊이 관여하게 되는데, 정상적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분비 상황에서는 적당히 피하지방이 있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여성의 모습을 유지하게 하는 호르몬들이지만, 폐경기가 되거나 환경호르몬이 많은 음식들로 불균형의 상태에 들어가면 지단백분해 효소의 활성이 바뀌게 되어 복부 쪽에 지방이 쌓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여성암의 1위를 차지하는 것이 갑상선암이듯이 갑상선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별일 없이 심장이 두근거리고 예민해지거나, 무기력해지고, 우울할 때도 갑상선 호르몬을 검사해봐야 한다. 우리 몸에서 체온을 올려주고 에너지를 내게 해주는 대표적인 호르몬인 갑상선호르몬! 갑상선 호르몬이 많이 나오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생겨서 신경이 예민해지고, 잠도 오지 않고 두근거리고 불안해진다. 또 땀도 많이 나고 설사도 하고 많이 먹어도 살이 빠지고 나중에 안구도 튀어 나오게 된다. 반대로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생해서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며, 피곤하고, 얼굴도 푸석푸석해진다. 또 몸이 붓고, 변비도 생기며, 지방이 축척되어 비만해지고, 고지혈증도 생기게 된다.

그 외에 위급상황에서 지방을 에너지로 바꾸어 주는 부신피질호르몬인 아드레날린, 여성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의 전구물질로 작용하여 복부비만을 막아주는 DHEA 호르몬, 근육활동 에너지를 활발하게 하는 도파민호르몬, 지방생성을 막고 지방분해를 돕는 췌장분비 호르몬인 글루카곤,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과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 등등 지방을 에너지로 잘 쓰이게 하는 호르몬들은 우리 몸에서 서로 조화롭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다이어트 요법들은 유행처럼 다양하게 생겨났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늘 변하지 않는 방법은 적당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으로 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걷기, 자전거 타기와 같이 오랜 시간 몸과 근육을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비만 호르몬이 감소하고 대사기능 활성 단백질은 증가하는 것으로 많은 연구 들이 확인 해 주고 있다. 또한 호르몬의 올바른 작동을 위해서, 당단백질 형태로 존재하고 작동 되는 호르몬의 원료인 올바른 당질영양소와 단백질의 공급이 필요 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당연한 것이다. 물론 호르몬의 신호를 주고받는 당단백질 수용체와 당지질 수용체의 기능을 정상화 하는 것이 동시에 필요 할 것이다.

건강하게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은 이런 호르몬들의 균형 있는 조절과정을 통해 활력 있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가을 울긋불긋 예쁜 단풍에 가슴 설레고, 낙엽에 왠지 허전해 지는 마음을 식욕으로 채우지 말고 영화를 보거나 뮤지컬 공연장을 들어서면서 영혼의 식욕을 채워보면 어떨까?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하늘은 청명하고 오곡과 과실의 풍요로움으로 살찌는 계절이지만, 우리에게는 호르몬의 오케스트라가 잘 연주된 탄력 있고 건강한 몸으로 높고 푸른 하늘과 아름답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는 상큼한 가을이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