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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정신이상 발병과 그림의 변화

  • 입력 2016.11.15 16:08
  • 기자명 문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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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화가 루이스 웨인 (Louis Wain, 1860~1939)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애묘가(愛猫家)로서 7만 마리의 고양이를 여러 모양과 크기로 그리고, 또 그 의인화된 고양이들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의 정열과 즐거움을 표현하는 한편,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악습이나 결점을 풍자적으로 표현하였다. 그 이유는 이러한 악습과 결점이 시정됨으로써 명랑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또 한편으로는 고양이가 반려동물로서, 즉 사람들의 가장에서 같이 생활하는 애완동물로서의 권익을 보호해 주어야겠다는 판단아래 정취 깊은 고양이의 그림을 그린 묘권(猫權)화가이기도 하다.

그는 생애의 태반을 노처녀인 그의 누이동생들과 17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며 사람처럼 행동하는 고양이 그림을 열심히 그린 화가이다.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에서부터 그의 가정생활에는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즉 그간 망상증(妄想症)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누이동생 마리가 1913년 3월에는 사망하였으며, 1914년에는 화가가 런던시내버스를 타고가다 갑자기 버스가 정거하는 바람에 전도되어 뇌진탕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다가 3주 만에 퇴원하는 불상사가 있었는데 이때 뇌손상을 받은 것이 후에 뇌의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동기가 되었다고 가족들은 이야기했다고 한다.
루이스 웨인이 55세가 되던 1915년에는 그가 가장 사랑하며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해 오던 누이동생 캐로라이가 기관지염으로 갑자기 사망하게 되자 화가는 크게 정신적인 타격을 받고 그 후부터 정신의 이상증상이 나티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루이스 웨인이 평소에도 다소간의 이상한 언동을 하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그리 신경 쓰지 않았으나 시일이 갈수록 그 언동의 이상성이 눈에 띄게 악화되어, 있지도 않는 그림의 평가회에 참석하여야 한다고나가거나, 신령(神靈)이 전류(電流)를 방출해 자기를 괴롭힌다고 하며 밤중에 집안의 가구를 바꿔 놓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도 특히 곤란했던 것은 생존하고 있는 세 명의 누이동생들을 노골적으로 미워하며 캐로라이가 죽은 것은 너희들이 죽게 한 것이라며 비난하고, 자기의 돈을 흠치고 의복도 훔친 것은 너희들의 작간이라며 손찌검을 하며, 계단에서 밀쳐서 떨어뜨리는 등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언동이 날로 심해 졌다는 것이다. 이를 참다못한 동생들은 의사의 왕진을 청했으며 그를 진찰한 의사는 집에 있으면 안 되고 입원하여야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1924년 6월에는 스프링필드 병원의 빈민병동에 입원하였으며 정신분열증(精神分裂症, schizophrenia)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입원 중에도 고양이의 그림은 계속 그렸다.

정신분열증에 대해서 혼동이 야기될 것 같아 그 병명의 변동된 사항을 기술하면, 2011년 우리나라에서는 정신분열증이란 명칭을 조현병(調絃病, schizophrenia)으로 바꾸어 부르기로 했다. 조현병이라는 명칭은 ‘신경계 혹은 정신의 조정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마음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질환이란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그렇게 병명을 바꾼 이유는 징신분열증이라 하면 정신이 완전이 분열파괴 되여 재생불능의 미친 사람으로 낙인 찍혀 치료 불가능 한 것으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낙인효과(stigma effect)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 한다. 즉 마음에 입은 깊은 상처 때문에 치료가 지연 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또 치료효과를 위해서는 환자가 병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부드러운 병명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에서는 이 병명을 통합실조증(統合失調症)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각국의 국내사용에는 그대로 좋으나 국제적 사용에는 schizophrenia라는 병명을 사용하여야하는 불편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병명인 조현병을 사용하기로 함을 미리 알려두기로 한다.
루이스 웨인이 그린 고양이의 그림에서 그가 발병전과 후에 그린 그림 간에는 어떠한 변화가 초래 되었는지를 비교해 보기로 한다. 즉 한 인간이 현실 세계에서 망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에 나타나는 색다른 그림이 분명히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1917년 즉 그가 57세 때 정신병의 징후가 일상생활이나 그가 그린그림에도 나타나기 시작 했는데, 그가 건강할 당시의 고양이 그림에는 그의 작품 ‘배경이 있는 고양이 그림’에서 보는바와 같이 그림의 배경에는 꽃이나 여러 가지 다른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려 넣건 하였는데 발병하고서부터는 배경그림은 사라지고 단지 고양이만인 그의 작품 ‘붉은 오렌지 및 백색 고양이’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배경그림 없이 무엇에 놀란 듯한 눈만 크게 뜨고 수염이 긴 고양이를 아주 똑똑하게 그렸다.

이렇게 정신이상 증상이 나타나면서부터 점점 그림의 배경이 없어지기 시작하고 단지 고양이게만 초점을 맞춘 그림을 그리다가 그는 고양이에게서 에너지가 발산된다는 망상에 사로잡히자 그의 작품 ‘털이 일떠선 고양이들’이라는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전 그림에서는 없었던 고양이털이 마치 가시처럼 곤두선 털을 지니고 그리고 마치 싸우려는 전투태세를 취하며 전의(戰意)에 가득 찬 표정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떤 고양이는 그의 작품 ‘감전된 듯이 보이는 고양이’라는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전기에 감전 되었는데 그 전력이 강해서 주위로 발산돼 나가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조현병 환자들이 흔히 그리는 문양으로 고양이로부터 밖을 향해 나가는 여러 빛깔의 지그재그 선들이 많아지는 것은 조현병만 아니라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그림에서 자주 보는 문양표현이라고 한다.

그림에서 고양이의 동공은 완전히 확산돼 눈 전체를 차지하여 공포에 떨고 있는 듯한 표정인데 이것은 화가가 자기는 악마의 희생이 되고 있다는 공포심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고양이를 통해서 표출된 것이라고 한다.

조현병에 걸린 루이스 웨인의 기괴하게 변해가는 그림을 통해 무엇을 나타내고자 했는지, 또는 그가 어떤 세상을 보았으며, 무엇을 생각하고 그림을 그린 것인지를 논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모든 생명체들은 균형이나 대칭성을 좋아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헤르만 로르샤흐(Hermann Rorschach)는 좌우 대칭의 불규칙한 잉크 무늬가 어떠한 모양으로 보이는지를 말하게 해서 그 사람의 정신 상태를 판단하는 테스트를 창안했다. 아무 의미 없이 대칭으로 나타난 얼룩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따라 인격 장애를 진단하는 방법인데 테스트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좌우대칭의 이미지가 인간내면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조현병의 증세가 심해질수록 루이스 웨인 작품의 고양이의 형체에도 변화가 초래되고 강렬한 색채의 추상적인 형상은 강해진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그림이 초현실적으로 바뀌어가지만 고양이 얼굴의 모습의 대칭성은 유지 된다는 것을 그의 작품 ‘조현병 초기의 고양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즉 고양이 얼굴에서 눈은 완전이 꽃으로 변했다. 눈알을 중심으로 짙은 푸른색의 꽃잎이 활짝 피었으며 꽃이 된 두 눈의 둘레에는 세 옆의 녹색 나뭇잎이 주위를 감싸고 있어 고양이 얼굴은 마치 꽃밭으로 변한 것 같이 보인다. 그렇지만 꽃이 된 두 눈의 대칭성은 너무나 분명하고 그 주위의 나뭇잎도 가운데 한 잎 그리고 좌우의 꽃눈 옆에 각각 한 잎 씩 대칭을 이루고 있다.

고양이 얼굴의 내용과 그 형상이 변한 것은 사실인데 얼굴 내용의 각 부위가 불안정한 상태에서나마 대칭성만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추구했다는?해석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그림의 이러한 변화는 정신병의 악화라고는 할 수 없고 아직도 병의 초기를 의미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