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Mental Clinic]열정적으로 일하는 당신, 혹시 조울증?

  • 입력 2006.03.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L]평범한 직장인인 C씨는 가족들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병원에 오게 됐다. "나 참, 이제야 진정한 능력을 발휘하려는 찰나에 이해가 부족한 중생들이 제 시간을 이렇게 뺏고 있네요. 저는 빨리 가 사업 추진을 해야 하니까, 물어 볼 게 있으면 빨리빨리 물어보시죠, 의사 선생님. 저 그런데, 여기 병원은 인테리어가 좀 구식인 것 같은데요? 제가 환자들로 들끓을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좀 빌려 드릴까요?" 가족들의 얘기에 의하면 C씨는 2~3주 전부터 밤에 거의 잠을 자지 않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구상들을 적어댔는데, 하루에 공책 2~3권씩 채울 정도의 양이었다. 내용을 읽어 보면 뭔가 복잡하긴한데 원래 C씨가 관심을 갖던 분야는 전혀 아니었고, 그렇다고 아주 이상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과장이 심했고 현실성이 상당히 의심스러운 것들이었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따라 새로운 사업을 벌이겠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에게 숨겨져 있던 능력을 발견하였다면서 의기양양했다고 한다. 다니던 직장이 성에 차지 않고 자신의 대단함을 몰라준다면서 사표를 내려는 것을 가족들이 알게 되어 병원으로 끌고 오게 된 것이다.조증이 심해지면 문제를 일으키기 일쑤다 C씨처럼 지나치게 의욕과 기운이 넘쳐 잠을 적게 자도 피로함을 느끼지 않고, 머릿속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계획이 끊임없이 생겨 평상시 능력 이상의 일을 무리하게 벌인다면 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조울증은 '양극성(兩極性) 장애(bipolar disorder)'라고도 하는데, 지나치게 들뜨고 신나는 기분(조증 ; 躁症)과 우울한 기분(울증 ; 鬱症)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사람이 슬픔이나 기쁨 등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기분을 조절하는 각종 신경 전달 물질(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이 뇌로부터 외부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분비되기 때문인데, 조울증은 여기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그러니 당연히 기쁘고 슬픈 감정의 조절이 안 될 수밖에 없다. 뇌졸중, 뇌암, 경련성 질환 등 뇌에 변화를 일으키는 병도 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조울증의 유병률은 전 인구를 대상으로 했을 때 1~2% 가량이며, 경미한 증상까지 포함하면 전체 인구의 3~5%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해당한다. 조울증의 경과를 살펴보면, 조증은 아주 경미하고 대신 울증만 뚜렷하게 나타나서 우울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조울증 환자 중 남성의 67%, 여성의 75%는 울증부터 시작된다. 조증과 울증이 반드시 교대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울증과 조증이 동시에 뒤섞여 나타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조증과 울증 삽화 빈도는 1:3~1:30 정도로 울증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조증이 경미하게 나타나면 단순히 기분이 들뜨고 의욕이 넘칠 뿐 일상생활에는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다. 이를 '경(輕)조증(hypomania)'이라 한다. 가벼운 경조증 상태에선 의욕과 창의성이 두드러져 업무추진이나 창작활동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증이 심해지면 도움은커녕 문제를 일으키기 일쑤다. 자신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느끼면서 자신감 때문에 말이 많아진다. 갑자기 돈을 물 쓰듯 펑펑 쓰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큰 돈을 주고 사며, 쾌락과 욕구를 억제하지 못해 문란한 성관계를 맺는 경우도 많다. 술과 같은 약물에 빠져 들 수도 있고, 쉽게 흥분하고 난폭해져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심해지면 자신이 특별히 신에 의해 선택된 자라든가, 세상의 불의를 무찌르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도라는 등의 과대 망상에 빠지기도 한다. 조울증 환자들은 조증기에 가정이나 직장의 대인관계에서 결정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예를 들어 성적으로 문란해지거나 직장 상사에게 대들어 실직을 당하기도 한다. 또 엉뚱하게 큰 투자를 하거나 물건을 불필요하게 많이 사는 등 금전적으로 큰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조울증은 기분 조절제로 치료해도 환자의 90% 이상 재발조울증의 울증은 우울증만 나타나는 보통 우울증(정식 명칭은 '주요 우울증 : major depressive disorder')과 거의 비슷해 정신과 전문의도 구분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많은 수가 조울증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굳이 일반 우울증과 다른 조울증 울증의 특징을 짚어 보자면, 10대 등 비교적 어린 나이에 발병하며,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 갑자기 좋아지며, 일반적인 항우울계의 약물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는 항우울제에 의한 조증이 유발된다는 점 등이 있다. 우울증이 잘 낫지 않고 자꾸 재발하거나, 가을이나 겨울철에 우울증이 악화되는 경우에도 우울증이 아닌 조울증의 울증일 가능성이 있다.조울증은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의 균형을 잡아주는 약(기분 조절제 ; mood stabilizer)으로 치료한다. 리튬, 발프로에이트, 카바마제핀, 토피라메이트 등이 대표적인 약이다. 최근에 새롭게 개발된 비전형적 항정신병 약물인 리스페리돈, 올란자핀, 클로자핀 등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울증으로 오인하고 항우울제를 쓰면 병이 잘 낫지 않거나, 조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므로(특히 삼환계 항우울제의 경우)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조울증 환자 중 상당수가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돼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조울증은 기분 조절제로 치료를 해도 환자의 90% 이상이 재발한다. 조울증 증세는 치료하지 않을 경우 한 번 발병하면 6~9개월 정도 지속되며, 일생 동안 평균 10번 정도 재발한다. 조울증 치료의 핵심은 꾸준한 약물치료다. 자꾸 재발한다고 치료를 소홀히 하면 조증이나 울증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울증기에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조울증의 치료를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조울증으로 인한 울증은 일반 우울증보다 자살률이 최소 2배 이상 높다. 일반적으로 보통 우울증 환자의 10% 정도가 자살을 '시도'하지만, 조울증의 울증기엔 10% 정도가 자살에 '성공'해 생을 마감한다. 한편 조울증 재발이 잦은 경우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휴지기(休止期)'에도 예방을 위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조증 삽화의 진단 기준1) 지나친 자신감이나 과대 사고 2) 수면욕구의 감소 3) 지나치게 말이 많음 4) 생각의 속도나 양이 지나치게 빠르고 많음 5) 주의집중이 안됨 6) 지나치게 활동량이 많고 초조해 보이는 행동을 함7) 섹스나 쇼핑 등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동에 지나치게 몰두함 * 비정상적으로 고조된 기분이 1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위의 항목 중 세 가지 이상 해당될 때우울증 삽화의 진단 기준1) 식욕부진이나 체중 감소 혹은 식욕증가나 체중 증가2) 불면 또는 수면 과다3) 초조해 보이는 행동을 함4) 피로감이나 기력 상실5) 가치감 상실이나 지나친 죄책감6) 사고력과 집중력 저하, 우유부단함7) 죽음에 대한 생각 반복, 자살 기도, 자살 *거의 매일 기분이 우울해 흥미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위의 항목 중 다섯 가지 이상 해당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