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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심평원의 변화가 갖는 의미

  • 입력 2006.04.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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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정부산하기관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꼴찌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기획예산처가 77개 정부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단과 심평원은 ‘문화,국민생활’ 분야 12개 기관중 각각 12위와 11위에 그쳤다. 이들 기관은 2004년 조사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심사를 받는 입장에 있는 의료기관들을 주고객으로 선정해 평가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평가 당하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심평원이 보이고 있는 변화들은 예사롭지 않다.심사에서 평가로의 중심축의 대이동우선 첫 번째 변화는 심사에서 평가로의 중심축의 대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평가 업무는 심평원이 과거 의료보험연합회로부터 독립하면서 심사와 더불어 고유 업무 영역으로 위임받았던 분야로서, 설립 초기엔 ‘약제적정성 평가’ 등 양적 지표들을 중심으로 지표관리를 해오다 보니 진정한 의미에서 적정성 평가라기보다는 총량관리라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그러나 심사평가의 주된 업무 방향이 진료과정에 대한 개별 심사에서 진료결과에 대한 성과평가로 전환된다면, 현재 약제적정성 평가 등과 같은 일련의 양적 지표들과 최근 추진 중인 임상지표 평가는 진료의 양적, 질적 성과를 평가하는 양대 지표로서 평가정책의 근간을 구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금년부터 심평원이 시범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는 임상지표 평가 및 진료비 가감지급 방안은 최근 의료기관 평가로 대표되는 ‘질 평가 정책 강화’라는 정책동향의 하나로서 포괄적인 흐름 속에서 파악될 필요가 있으며, 이제 ‘진료의 효율성’ 못지 않게 ‘의료의 질 보장’이 핵심 정책목표로 대두되고 있음을 의료계는 주지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변화로 지목할 수 있는 점은, 종전의 사례별 대응에서 총괄지표별 관리방식으로 업무가 바뀌고 있는 것인데 이는 의료인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이러한 흐름은 심사업무의 효율화를 추구해온 일련의 업무혁신 연장선상에서 파악되는 변화이지만, 향후 의료공급자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으로 사료된다. 즉 개별 행위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의료공급자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으로 사료된다. 즉 개별 행위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의료공급자의 몫으로 인정하는 대신 심사조직은 거시지표의 피드백을 통해 의료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진료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로서, 결과적으로 공급자는 개별 진료에 대한 심사자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대신 진료의 효율성 제고와 심사가 아닌 평가의 대상이 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러한 정책변화는 공급자와 심사조직간 개별 심사건의 삭감을 둘러싸고 지엽적인 갈등과 불신으로 점철되었던 비생산적인 관계를 개선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세 번째 변화는 고객 중심의 행정패러다임 전환을 천명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홈페이지를 바꿔나가고 국민과 의료공급자에 대한 창구를 마련하고, 조직구조를 대폭 개편함과 동시에 'New Vision 선포식‘을 갖는 등 내부 직원들의 끊임없는 혁신을 요구하는 일련의 변화노력을 보면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특히 홈페이지를 쌍방향 의사소통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한편, 수요자들에게 필요한 정보공개를 늘리려는 노력은 돋보이는 부분이다. 어쨌든 기획예산처가 실시한 고객만족도 평가와 심사지침공개요구 등을 주장한 의료공급자들의 끈질긴 요구에 따라 변화가 시작되었으나, 이것이 심평원이라는 조직의 이미지와 위상을 바꾸는 데 얼마나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심평원의 일련의 변화가 기사하는 것네 번째, 심평원은 과거에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다소 거리를 두었던 대한개원의협의회와 공식적으로 간담회를 가진 바 있고, 금년 초에 전공의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12개 종합전문요양기관의 새내기 전공의 900여명을 대상으로 심사 및 평가에 대한 제도교육을 한 바 있다. 의료인이 심평원 업뭉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요양기관의 오리엔테이션 과정과 연계하여 전공의에 대한 교육을 한 것이다. 즉, 요양급여비용 청구 당사자가 되기 이전 의료인들의 건강보험제도 및 심사, 평가 업무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근무 요양기관의 청구, 심사내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적정 진료를 유도하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이상에서 언급한 심평원의 일련의 변화가 시사하는 바는 의료게의 핵심 정책 파트너인 심평원이 합리적인 정책 주체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의료계 또한 상대주체로서 상응하는 변화를 도모하지 않는다면 정책 파트너로서 균형 잡힌 위치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국내 의료정책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다원화된 이해 주체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통해 정책들이 결정되고 있다.복지부의 여러 산하기관들이나 숱한 타 공조직들의 구태의연한 모습과 비교해볼 때 심평원의 변화하려는 노력들은 참신한 시도하고 볼 수 있다. 심평원의 정책변화는 의료게에 대해 지금까지의 사고의 틀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의료계는 과거에 비해 한층 대처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