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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정신이상 진행과 그림의 변화 및 사인

  • 입력 2016.12.22 17:31
  • 기자명 문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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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고양이를 그린 화가 루이스 웨인(Louis Wain, 1860-1939)은 초창기에는 그의 작품을 담은 그림엽서만도 수백만 세트에 달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국민화가’로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화가로서 인기를 누린 것과는 달리 그 개인의 삶은 불행하기 그지없었다. 즉 결혼한 지 2년 만에 아내 에밀리가 병으로 사망했고, 그 뿐만 아니라 돈에 대한 관리개념이 희박해 엉뚱한 곳에 돈을 투자했다가 몽땅 날리기도 했으며, 그림의 저작권에 대한 청구도 하지 않아 작품에 대한 수입은 단지 그림을 그려 팔리는 것뿐이어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말년에는 조현병(調絃病)이라는 정신병으로 인해 15년간을 정신병원에서 지내야만 했다. 조현병이란 망상(妄想), 환각,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을 하며 의욕이 상실 되여 무표정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피하는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질병이다.

그래서 루이스 웨인의 말년은 정신병원에서 지내야했으며, 병원에 입원 중 그는 피해망상으로 괴로움을 받으면서도 고양이그림을 그리는데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의 작품 ‘완벽한 고양이’이라는 그림은 불투명 수채화 물감과 쵸크를 사용한 것으로 황갈색 건강한 고양이가 꽃밭에 앉아있는데 그 배경의 건물은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으로 화가가 1921년의 ‘연감’에 투고 하였던 ‘이 궁전은 고양이의 낙원’이라는 그림과 같은 건물인데 고양이는 이 낙원에서 살아서 그런지 그림에서 보는바와 같이 영양이 매우 좋아 오히려 비만해 보인다.

루이스 웨인의 다른 또 하나의 작품으로 ‘고양이 대학의 학장선생’이란 제목의 그림이 있는데, 국화꽃을 위시해 여러 가지 꽃들이 만발한 방에서 흰색의 학장고양이는 손으로 턱을 바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림을 그렸으며, 이에 첨부글로 ‘나는 모르는 지식이 없다, 나는 이 대학의 학장이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것은 지식이 아니다.’라고 코믹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정신병으로 인한 고양이 그림에는 변화가 야기되었다고 하지만 이 그림들까지만 해도 루이스 웨인이 그린 고양이 작품들은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고양이들을 그려왔던 것이다. 즉 조현병에 걸린 후 그가 그린 그림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고양이의 모습이 정교하고 세밀하게 표현돼 있어 조현병에 걸린 57세의 환자가 이렇게 정교한 그림을 그렸다는 것에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래서 루이스 웨인의 작품을 좋아하는 미국의 가정의학과 전문의 마이클 피츠제럴드(Michael Fitzgerald)박사도 그의 작품들을 보고 루이스 웨인의 숙련된 고양이전문화가로의 기교는 조현병이라고 할 정도로 감퇴되지 않았으며 몇 점의 그림은 오히려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에 해당되는 것을 의심하게 한다고 하였다.

또 런던의 모즈레이 정신병원의 에리크 굳만 박사와 월터 마크레이의 두 박사는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 작품 27점과 그림엽서와 연감의 그림들을 ‘요지경(瑤池鏡)속의 고양이’라 하며 조현병의 증상이 진행됨에 따라 변하는 그림을 순서적으로 배열한 것을 정신병리학 교과서에 게재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작품들은 그 작성 시기를 명확히 기록되어있지 않아 병의 진행에 일치되는 그림을 선택하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조현병의 증상을 위주해서 그 증상에 해당된다고 보여 지는 그림을 선택해 나열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된다.

우선 조현병이 시작되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 되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지남력(指南力)이 감소 되어 본인이 건강할 당시에 기억하고 있던 고양이의 모습을 회상하거나 재구성하는 능력이 저하내지는 소실되기 때문에 그의 작품 ‘조현병 초기에 그린 고양이’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양이의 모습은 여러 빛깔과 여러 모양으로 구성된 문양들이 고양이 눈을 둘러싸고 있어 실물고양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문양의 집합체그림으로 변했다. 그러나 문양들의 대칭성은 유지되고 있다.

그러다가 망상이 더 진행되면 사고와 지각의 장애는 더욱 심해져 혼자 기이한 생각에 사로잡히거나, 인지기능 저하로 느끼는 좌절, 슬픔 및 고독감 등 감정의 변화 등으로 의해 그림의 표현은 그의 작품 ‘조현병 중기에 그린 고양이’라는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먼저 그림의 적록색 빛깔 사용에서 황록색 물감의 사용이 두드러진 고양이로 변하고 그 눈의 형태마저 문양으로 변했다.

이 그림으로 고양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상징은 없어져 거의 추상형태로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그림이 된다. 즉 그 추상적인 형태는 마치 동양의 신상(神像)처럼 화려한 색을 지닌 여러 가지의 작은 형상으로 이루어진 다각형의 모임으로 구성 되어있다. 고양이 본래의 형상을 잃은 상태에서 초기에 그린 고양이 보다 점점 단순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경우 그 형체의 이미지는 기묘한 변형을 나타내 이해할 수없는 형상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때 까지도 문양의 대칭성은 유지된다. 환자 화가는 자기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증상과 싸우면서 좌절하고 외로워하고 분노의 표출을 그림을 통해 끈임 없이 표출 시킨 것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즉 극단적인 추상화로 되어 간다는 것은 그의 작품 ‘조현병 악화 시 그린 고양이’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양이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형체의 극단적인 추상화가 되었다가 그 형태마저 무너져 그의 작품 ‘조현병 말기에 그린 고양이’에서 보는바와 같이 그림의 이미지는 통일성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는데 이러한 그림의 변화는 화가가 고양이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기인되는 것으로 고양이 얼굴의 모습은 완전히 해체되고 소실되어 무엇을 표현한 그림인지 알 수 없는 추상화가 돼 버렸다.

그런데 루이스 웨인이 사망한 지 68년이 지나서 그의 사인(死因)이 ‘고양이의 저주’에 따르는 조현병이 아니라 기생충 감염에 의한 죽음이라는 체코 프라하대학의 생물학교수 야로슬라프 플레그르의 보고가 나왔다. 즉 루이스 웨인은 고양이의 기생충인 톡소플라즈마 충(Toxoplasma gondii)의 감염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다. 톡소플라즈마 충은 고양이의 소화기내에 기생하는데, 이 기생충은 고양이 대변에 섞여 외부로 배설되며 이것이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전염돼 발생되는 질환으로 이 기생충이 뇌로 들어가면 판단력 상실, 이상행동 등 정신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사람을 죽음으로 까지 몰고 가기도 하는데 루이스 웨인은 이 기생충의 감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뉴욕대 앨버트 아이슈타인 의대의 톡소플라즈마 전문의 루이스 바이스 박사는 ‘이 연구 결과는 대단히 흥미롭다’고 평하면서 이 기생충이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많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돼 왔으나, 실제로 사망될 위험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 하면서 분명한 것은 톡소플라즈마 기생충이 직접 뇌에 들어갈 경우 뇌세포에서는 일정한 신경전달 물질이 생성되어 숙주(宿主)인 인간의 기분이나 행동을 좌우하게 되며, 면역체계가 손상될 경우에는 뇌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며 심한 경우에는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루이스 웨인과 같이 노상고양이를 보면 집으로 데려와 사육한 것을 일생동안 해온 사람은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왜인가 하면 노상고양이는 더러운 음식물 섭취로 기생충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찌 되였던 간에 루이스 웨인은 화가로서 다른 화가들과는 다른 화풍으로 자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고양이그림을 창안했으며 그 고양이들이 당시의 영국 사회문화의 흐름을 바꾸어 발전시키는데 한 몫을 하였음으로 화가로서의 시대적 역할과 사명을 다 한 화가라는 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