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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이 있다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아니다

  • 입력 2017.01.23 16:51
  • 기자명 전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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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한다. 자유와 행복 없인 살아가기 어렵다. 자유와 관련되어 20년 전에 어떤 사람에게서 들은 말이 생각난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나보다 꽤 나이도 많은 분인데 이분이 하루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중국에서 손님이 왔는데 한국에 와보니 길거리에 거지가 있다며 한국이 잘 살긴 하지만 거지가 있는 것을 보니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더라는 것이다. 지금은 중국이 많이 발전하였지만 그 당시 중국은 아주 못 살았고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중국에 비해 발전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발전은 했지만 빈부의 차이가 있고 그에 비하면 중국은 못 살긴 하지만 거지는 없다는 뜻이었다. 그때 그분이 중국 사람에게 “우리나라에는 거지를 할 자유도 있어요.”하고 대답했다고 한다. 중국에는 우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자유가 없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지금도 가끔 이 말이 생각난다. 사람에게 자유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자유만큼 행복도 중요하다. 우리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이 둘을 얻기 위해서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을 보면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사실인데 한계가 있다. 우리가 자유와 행복을 느끼는 것을 보면 주로 몇 가지 경우가 있다. 돈이 있을 때 자유롭다고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 건강할 때 자유롭다고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 일을 할 때 잘되면 자유롭다고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 연예인이면 인기가 있을 때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는 자유롭지 않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 다시 말해 돈이 없으면 자유롭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다. 물론 자유와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조건들도 많이 있다. 친구가 있고 사랑이 있다.

어떤 조건이 될 때만 자유롭고 행복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자유롭지 않고 행복하지 않으면, 나는 이러한 자유와 행복을 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이라고 부른다. 돈, 건강, 일, 인기라는 조건이 있으면 자유와 행복을 느끼지만 그것이 없으면 자유와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은 그와 말로 조건이 될 때만 자유와 행복이 보장된다. 조건에 조금만 차질이 생겨도 안 된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소설가 이외수 씨가 가수 김태원 씨와 함께 요즘 힘든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청춘 콘서트에 참여한 것을 봤다. 두 사람은 젊은이들에게 “인간의 역사에서 생로병사, 희로애락을 피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그것과 함께 갈 생각을 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처럼 아무리 성공한 사업가도 돈이 어려울 때가 있고 인기가 있는 톱스타도 인기의 부침이 있다. 이 말은 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한 자유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하면 이 조건에서 벗어나 어떠한 경우에도 자유와 행복을 느끼는 상태가 될 수 있나 하는 것을 한 5년 전부터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탁발 음식의 경』(상윳따니까야 제1권 354~355쪽)의 한 대목을 보면서부터다. 이 경전을 보면 악마 빠삐만이 붓다가 탁발을 못하도록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런 후에 붓다에게 다가가 “사문이여, 탁발 음식을 얻었는가?”하고 물었다. “빠삐만이여, 내가 탁발 음식을 얻지 못하도록 그대가 하지 않았는가?”하고 붓다가 대답하니 빠삐만이 “그러면 존자여, 그대는 다시 마을로 가라. 내가 그대가 탁발 음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하였다. 이에 대해 붓다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지만 우리는 참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네…”

붓다와 붓다의 제자가 추구하고 그렇게 살고 있는 경지가 바로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의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이러한 상태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 이러한 상태를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만약 이 상태를 얻을 수 있다면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앞서 말한 경전에서 붓다는 그런 탁발 음식에 흔들리지 않는 경지를 얻어 탁발 음식이 아닌 것에서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세속 생활을 하면서 그런 경지를 얻는 것은 힘들다. 세속에 살면서 어떻게 하면 그런 상태가 될 수 있을까? 내 나름대로 찾은 해답은 다음과 같다. 나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몇 년을 계속 시도하니 이제는 어느 정도 된다. 먼저 건강의 경우를 보자. 건강할 때는 자유롭게 활동하고 행복을 느끼면 된다. 문제는 건강하지 않을 때다. 이때 보통 사람은 자유롭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 건강하지 않을 때 자유롭고 행복을 느끼면 된다. 어떻게 건강하지 못할 때 건강하고 자유롭게 느낄 수 있을까? 내가 이런 이야기를 친척에게 했더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눈치다.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를 보고 불교 수행하더니 이상해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평소의 나를 잘 아니 뭔가 있긴 있을 것이다 하고 생각하는 것도 같다.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불가능하다면 우선 나부터 엄두를 못 내었을 것이다. 나는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되면 다른 사람도 된다. 다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까 말한 대로 건강하지 않을 때 자유로움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면 된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 내가 찾은 길은 이것이다. 건강하지 않을 때 좋은 점을 찾으면 된다. 그것만 찾게 되면 그 좋은 점을 즐기면 된다. 건강하지 않을 때 좋은 점을 발견하면 건강하지 않은 것을 굳이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건강할 때는 건강해서 좋은 점을 누리면 되고 건강하지 않을 때는 건강하지 않을 때 즐길 수 있는 것을 즐기면 된다. 다만 문제는 건강하지 않을 때 좋은 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지 않을 때를 환영할 수 있다. 건강할 때 좋은 점은 다 안다. 그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 사회가 건강 위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하지 못한 것은 나쁜 것만 있다고 생각하고 아예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건강하지 않을 때 좋은 점을 잘 찾아보면 분명히 찾을 수 있다. 일단 그것부터 찾고 정말 그것을 즐길 수 있는지 해보고, 되면 앞으로 그렇게 살면 된다. 그러면 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의 모드에서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의 모드로 바뀌는 것이다.

아픔이 나에게 일깨워 주는 것
건강하지 않을 때 좋은 점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제 내가 찾은 건강하지 못할 때의 좋은 점을 말해보겠다. 먼저 건강하지 못할 때는 그럴 말한 이유가 있다. 어떤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든 그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내 몸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내가 모르지만 어쨌든 원인과 결과에 따라 그런 결과가 온 것이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훈련하는 것은 나에게 좋은 것이고 이렇게 중요한 것을 훈련하게 해준 기회를 준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고맙다. 건강하다면 이런 생각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것도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좋은 점이라고 볼 수 있다.
몸은 내가 준대로 받고 내가 행동하는 대로 따라한다. 그것에 문제가 있다 보니 이상이 온 것이다. 고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물론 몸을 잘 써서 문제가 없으면 더 좋지만 잘못 썼을 때 잘못을 알고 고친다면, 그리고 앞으로는 그것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다. 잘못된 것을 고칠 수 있으니 이것도 좋은 점이다.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몸이 내 말 안 듣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건강할 때는 몸이 내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는데 아프면 몸이 내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다. 그런데 사실은 몸이 건강하고 좋을 때도 몸은 내 말을 안 듣고 몸의 상태에 따라 움직여왔다. 그런데 건강해서 잘 돌아가니 내 말을 잘 듣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건강이 좋지 않은 때는 이러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정신이 건강할 때는 우리 마음대로 정신을 쓴다고 생각한다. 정신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원하지 않는데 이상한 현상이 정신에 일어난다. 그것을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면 정신이 건강하든 건강하지 않던 내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신과 환자들은 정신이 자신의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우리가 우리 것이라고 생각한 몸과 마음은 본질적으로 볼 때는 주어진 조건에 따라 순간순간 작용해 온 것이다. 이렇게 아플 때가 몸과 마음의 본질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플 때 그런 사실을 알았다가 안 아플 때는 잊어버렸다면 아픈 것은 그것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좋은 기회다. 이것도 아플 때 일어나는 분명히 좋은 점이다. 또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점은 아플 때 건강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할 때는 건강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 건강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축복인데 건강의 소중함을 잘 모를 수 있다. 그것을 아픈 것이 일깨워준다. 이것도 좋은 점이다. 고등학교 때 유사 장티푸스를 앓아 한 달 가까이 고생한 적이 있었다. 그때 친구들이 병문안을 왔는데 자유롭게 다니는 그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고 몸이 좀 나아 밖에 나갔을 때 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아프면 우리의 삶이 유한하고 언젠가 죽는다는 것도 안다. 만약 아프지 않으면 죽음을 잊어버리고 살 것이다. 아픈 것은 우리가 언젠가 죽는 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시간을 소중하게 쓰게 한다. 요즘 연세가 좀 있는 분들은 암이 축복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물론 현대의학이 발전하여 암으로 이제 죽지 않으니 암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배우자 관계가 나아지고, 시간을 소중히 아껴 쓰는 것을 배우는 데서 나온 말일 것이다. 사실 나도 이제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래서 주위에서 친구들이나 동창들, 친척들이 암 진단을 받는다. 나는 암에 대해서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암이 오면 좀 더 나에게 시간을 아껴서 쓰게 되겠지. 지금의 몇 배로 아껴 쓴다면 그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하며 ‘암이 걸리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은 안 한다. 막상 암이 나에게 오면 어떨지는 모르겠다.

건강하지 않을 때 좋은 점을 열거한다고 하면 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건강하지 않을 때 좋은 점을 찾고 그것을 향유하는 쪽으로 모드를 전환하게 되면 건강하지 않다고 해서 내가 우울하고 의기소침해지고 불행해지지 않을 것이다.
돈도 마찬가지다. 돈이 있을 때는 돈을 잘 이용하여 인생이 자유롭고 행복하도록 하면 된다. 돈이 없을 때 좋은 점을 찾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나를 자유롭지 못하고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 돈이 없을 때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점은 시간이 많은 것이다. 돈을 벌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돈이 없다는 것은 돈을 못 번다는 것인데 그러면 돈 버는데 쓰는 시간이 줄어들어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 시간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게 소중한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돈이 모자라면 돈이 있을 때 그 가치와 재미나 맛을 모르던 것들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음식 같으면 더 맛있어진다. 이처럼 돈이 없을 때 좋은 점을 찾으면 건강하지 못할 때처럼 많은 것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의사인 내 경우에는 환자가 오면 오는 대로 환자를 봐서 좋고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어떤 경우든지 그것이 있을 때와 없을 때 각각 좋은 점을 찾을 수 있다면 언제라도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