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MD 시론]유사학회 난립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 입력 2006.05.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의 66.9%가 의사직을 그만두고 타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 것으로 조사되어 현 의료환경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협회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와 공동으로 의사회원 1,057명을 대상으로 '의료현안에 대한 의사회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조사 결과를 자세히 보면, 의사직을 그만두고 타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 응답자 66.9% 중 1주일에 1회 이상 심각하게 고려해본 응답자가 17%(1주일에 한번 10.5%, 매일 6.5%)로 매우 높게 조사됐으며, 취업 형태별로는 개원의가, 전문 과목별로는 외과계열 의사들이 타 분야 진출 의향이 상대적으로 높았다.지난 2월 21일 의학회, 기초의학협의회, 전국의대교수협, 한국의대학장협 등 4개 단체 공동주체로 의사협회 동아홀에서 열린 의협회장 후보 합동 토론회에서 8명의 후보자들은 주최측의 '난립한 학회 제어를 위한 태스크포스팀 구성' 제안에 모두 동의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의학회측 패널이 질문한 '유사학회 난립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 의협회장 후보 8명은 임의 자격증 남발 반대, 임의 학회 흡수 통합, 의학회 검증 필수, 영리목적 학회 없애는 데 앞장, 학회 규정 재정립 등의 의견을 피력하는 한편, 전문가 단체인 의학회의 주도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적극적 지원 의사를 밝혔다.유사학회 비난 앞서 개원 회원 위한 실용강좌 개설해야이와 함께 패널 토의에서 의학회의 한 인사는 "후보들이 난립한 학회를 제어할 것인가가 문제"라는 의견을 피력한 후 '의협 회장이 되면, 문제 해결을 위해 의학회와 공동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겠는가'라는 제안에 대해 찬반 여부를 질의했으며, 후보들은 모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의학회사람이나 대학교수들은 난립하고 있는 학회들에 대해 정비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시하고 있으나 비만, 성형, 노화방지, 웰빙 등과 관계된 유사학회에 왜 그렇게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과 달리 개원 의사들은 현재의 의료보험제도 하에서는 무조건 다수의 환자를 진료하거나 비급여 항목이 있는 분야를 하지 않는 한 경영 자체가 힘들다. 그래서 경영상의 어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유사학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사학회는 말이 학회이지 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에 등록도 되어 있지 않은 ○○○연구회 정도의 모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학회의 질(quality)에 대해서는 유사학회에 참여하는 대다수 회원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또한 당일 교육 후 발급하는 수료증이나 자격증 등은 사실 한 장의 종이일 뿐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며 그것을 보고 찾아올 환자도 많지 않다. 따라서 유사학회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교수들이 이사장이나 학회장을 거의 도맡고 있는 정통학회들은 학문적인 강좌뿐만이 아니라 개원 회원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강좌를 신설해서 많은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학문도 발전하고 산학협동도 이루어질 수 있다. 유사학회의 난립을 비난하면서도 해당 연수교육 프로그램에 많은 교수들이 참여하여 강의를 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 1990년대부터 미국, 영국 등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건의료체계에서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위한 새로운 학문으로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 EBM)이 발전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근거중심의학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최신의 근거중심의 연구결과를 환자의 진료에 이용하고자 하는 합리적인 사고에서 출발했으며, 결론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공개하는 새로운 의료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발전돼 왔다. 어떤 나라도 보건의료에 대한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고 모든 비용을 무한히 지불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보건의료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근거중심의학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 2005년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보건의료체계에서 근거중심의학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이 있었다. 여기에는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은 물론 심리학자와 기타관련 분야의 사람들이 많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참석 인원 650명 중 의사는 100명 정도였다.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각국에서 온 석학들의 발표를 통해서 각 나라마다 의료기술 평가와 근거중심의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근거가 없거나 미약한 의료행위는 퇴출되고 인정받은 의료기술과 행위만이 정당한 수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비정부기구(NGO)들도 의료정책과정에 Advisor로 참여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정책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는 것과 환자들도 그러한 국가의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근거중심의학 관련 심포지엄은 사실 대한의사협회나 대학교수들이 주도하는 정통학회에서 먼저 개최했어야 한다.의학회, 유사학회의 높은 회원 참여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의학회는 현재 의학회 산하 137개 학회를 비롯해 총 500여개가 넘는 학술단체들로 인해 '학문연구'보다 '취업기능'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게 현실이며, 의학교육기능 등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학회가 난무하고 있다. 따라서 비만이나 노화, 줄기세포, 내분비 등 최근 유행하는 분야도 근거중심의학에 기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회는 유사학회가 근거중심의학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분야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근거중심의학의 중심점이 될 근거중심의학연구회가 최근 발족된 것은 의미가 크다. 근거중심의학연구회는 지난 2월 초대회장에 신원한 순천향대부천병원장, 고문에 이상무 심평원 의료기술개발단장, 간사에 진단검사의학과 이유경 교수를 선임하고, "가능한 한 체계적이고 오류 없는 연구결과를 임상에 활용하고 지식의 암기보다는 의료인 스스로가 상황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배양"을 다짐했기 때문이다. 신원한 회장은 "진정한 국민건강 나아가 인류의 건강을 책임진다면 관례적으로 행해지던 의료행위에 대한 학문적, 임상적 근거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선의 진료를 행하고자 우리 자신을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근거중심의학연구회 설립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현재의 법체계 하에서 유사학회 난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는 셈이며, 의사협회에서 연수평점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소 압박을 가할 수는 있으나 학회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 또한 연수평점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병원경영에 도움이 되고 현 의료보험 제도 하에서 블루오션을 발견할 수 있는 유사학회 세미나에 등을 돌릴 회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