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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학 이야기6]칼 안쓰는 외과의사

  • 입력 2006.05.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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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비뇨기과학이 순수외과학의 하나라는 것은 누누이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 비뇨기과의사는 외과의사, 순수 우리말로는 칼잡이 의사인 것이지요. 칼잡이 의사의 보람이 무엇일까요? 피를 본다는 고충은 있지만 약으로서는 할 수 없는 병을 질질 끌지 않고 단칼에 치료하는 것입니다.수술이란 고도의 팀워크로 이루어집니다. 집도의사와 조수가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순간적으로 교감이 이루어지고 정신통일이 이루어질 때 훌륭한 수술이 되는 것이지요.큰 혈관이 터져 피는 사정없이 쏟아지고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흐려질 때 비록 집도자의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지만 눈에는 핏발이 설 정도로 긴장하고 모든 수술팀의 마음이 완전히 하나가 됩니다. 거의 무아의 경지에서 손들이 움직여지면서 악전고투가 끝나 출혈이 멎고 수술이 끝날 때 사제지간에는 큰일을 이루었다는 성취감이 생기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직업에의 긍지가 생기는 것이지요.그런데 비뇨기과 분야에서 가장 흔한 수술이 바로 결석제거수술입니다. 콩팥결석을 제거할 때 신제석술(腎除石術), 요관결석일때는 요관결석제거술이라고 합니다. 비뇨기과 전체 수술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수술이지요. 특히 신제석수술의 경우 비교적 대수술이어서 환자를 모로 누이고 옆구리를 받쳐 올리며 머리와 다리부분은 아래로 향햐도록 고정하고 수술을 합니다. 콩팥을 노출하기 위해서지요.11번째 또는 12번째 늑골 끝에서부터 배꼽을 향해 큰 절개를 하고 여기서 허리의 큰 근육들을 자르고 콩팥에 접근해야하니, 의사도 힘들거니와 환자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수술 후에도 통증이 심하고 입원기가도 길며 옆구리에도 길다란 흉터가 남고….요관결석은 위치에 따라 수술 부위에 변동이 있으나 비교적 큰 수술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20년 전만해도 이런 수술이 비뇨기과의사로서의 업이었고 1주일에 3~4건씩 줄을 이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석수술들이 10년 전부터 슬슬 필요없게 되더니, 요즈음에 와서는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혀 필요없게 된 것입니다. 더구나 다른 질병들도 이런 추세로 가고 있지요. 그러다 보니 교과서, 학생들과 전공의에 대한 교육 등에 혼란이 오게 되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칼잡이 의사들의 가치관이 흔들리게 된 것입니다.그런데 말입니다. 의사들이 칼을 던져버리던, 그 동안 비싸게 도입한 쇄석기를 고물상에 버리던, 그저 약 몇 알 먹으면 그 악마같은 결석이 얼음같이 스르르 녹아 버린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요? 비뇨기과 의사들의 생업에는 문제가 되겠지만, 분명한 것으 요로결석의 완벽한 약물치료는 오줌학의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