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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이 생길 때 마음을 단속하는 방법

  • 입력 2017.03.07 12:04
  • 기자명 전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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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주위 사람이나 상황 때문에 우리의 좋은 품성을 잃는 일이 종종 있다. 남이 나를 욕할 때, 근거 없이 나를 의심할 때,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이런 때 마음 단속을 잘못하면 우리는 아주 큰 것들을 잃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맞춤한 이야기가 있어 소개할까 한다.

불교 경전 중에 '자따까'라는 것이 있다. 붓다라는 위대한 인물이 과거 생에 붓다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는 경전이다. 경전이지만 일상의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많아 어린이용 도서로도 편역 된 것이 많다. 이 책 중 『주지 않음의 전생이야기』라는 장에 보면 두 부자(富者)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고 굉장히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평소 세상을 살면서도 이런 자세를 유지하려고 항상 노력한다.

옛날에 돈 많은 친구 둘이 있었다. 사는 곳은 비록 멀었지만 우정이 돈독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부자 친구가 어떻게 하다가 재산을 모두 잃었다. 그래서 친구를 찾아왔다. 여기서 방문을 받은 친구는 바로 붓다의 과거 생이다. 보살이라는 명칭은 붓다의 과거 생을 가리킬 때도 흔히 부르는 이름이다. 이 보살은 찾아온 친구에게 어떻게 왔는지 묻지도 않고 며칠을 편안하게 있을 수 있게 잘 대접했다. 그러고 난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사정을 들은 보살은 방문을 한 친구에게 며칠을 더 머물게 한 후에 자기 창고를 열어 큰돈을 준 후에 나머지 재산은 모두 반으로 나누었다. 쌀도 반, 하인도 반, 마차나 소도 반, 모든 것을 반으로 나눠 아무런 조건 없이 주었다. 친구는 그것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집안을 일으켜 세워 다시 전처럼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번에는 전 재산을 친구에게 반으로 나눠준 보살이 망했다. 그래서 그는 가족을 이끌고 전에 재산을 나눠주었던 친구를 찾아갔다. 친구 집에 가까이 와서는 부인과 가족은 다른 곳에 있게 한 후 친구 집 문을 두드렸다. 좋지 않은 일로 가는 길이니 혼자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하인의 연락을 받고 친구가 대문 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행색을 보아하니 보살은 망해서 찾아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왜 찾아왔냐는 친구의 물음에 보살은 “당신을 좀 만나러 왔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친구는 찾아온 이유를 묻지도 않고 보살에게 “여기는 잘 방이 없으니 가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날이 마침 집에 천 대의 수레분의 쌀이 들어온 날이었다. 친구는 쌀은 한 가마니도 주지 않고 하인에게 쌀겨 두 대를 하인에게 가지고 오라고 시킨 다음에 그것을 보살에게 주면서 죽이나 끓여먹으라고 했다. 그때 보살은 생각했다. ‘아 이 친구가 우정을 깨려고 하구나. 나는 우정을 깨서는 안 된다. 이 친구가 주는 쌀겨 자루를 안 받으면 내가 우정을 깨는 것이다’하면서 쌀겨 자루를 받아서 부인과 가족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갔다.

잔뜩 기대를 하고 있던 부인이 보살에게 “그 쌀겨 자루가 뭐냐.”고 묻자 사실대로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던 부인이 통곡을 하며 보살에게 제정신야고 묻고 “세상에 이런 법은 없다.”며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보살은 부인이 이해가 되어 가만히 부인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는데 부인은 진정이 되지 않아 계속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그런데 그 근처를 지나던, 과거 보살의 하인이었는데 이제는 친구 부자의 하인이 된 사람이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 와보니 옛날 주인이었다. 그 사정을 듣고 하인은 옛 주인에게 임시로 거주할 곳을 마련해주고는 다른 옛 하인들을 데리고 와서 인사를 시켰다. 그런 후에 자기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하였다.

옛 하인들은 모두 왕궁으로 몰려가 이 일에 대해 큰 소리로 떠들었다. 성안이 소란스럽자 왕은 신하들을 시켜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보게 했다. 왕이 자초지종을 듣고는 사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직접 보살의 옛 하인들을 만났다. 다 듣고는 두 부자를 소환했다. 대신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먼저 보살에게 과거에 있었던 일을 물었다. 보살이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서 왕은 친구 부자가 보살에게 한 것도 보살에게 물었다. 역시 있었던 대로 말했다.

왕은 친구 부자에게 사실이 그렇냐고 물었다. 왕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왕은 대신들과 의논한 후에 판결을 내렸다. 친구 부자의 전 재산을 보살에게 주라고 명령했다. 그때 보살은 과거에 자신이 준 것만 회수하겠다고 하여 주라고 명령했다. 그때 보살은 과거에 자신이 준 것만 회수하겠다고 하여 그것을 받고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갔다.

▲ 멱살을 잡는 대신 마음을 다스리면

이 경전 속에서 보살은 원망이나 화를 내지 않고 대신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렸다. 주위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보살의 모습을 보고 감동해 그를 위해 성심을 다했다. 만약 보살이 친구가 그렇게 나올 때 친구의 멱살을 잡고 내가 준 것 내놓으라면서 싸웠다면 사람들은 보살에게 문제가 있고 친구도 보살을 그렇게 대할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빌미를 주었을 것이다.

이 경전을 읽고 마음으로 다짐을 하고 있던 차에 나에게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전에 한 텔레비전 방송의 명상 관련 프로그램에 정신과 의사와 명상을 하는 사람으로 출연하여 방영된 화면을 다른 프로그램에서 영 엉뚱한 곳에 잘못 써 내가 정신과 의사와 명상을 하는 사람이 아닌, 문제가 있는 다른 사람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내가 그동안 수행하고 노력하여 함양한 품성을 안 잃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무엇보다 화나 욕심, 보복심이 자리 잡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일은 잘 해결되었다. 일을 해결하는 동안 내 내면에 나를 괴롭히고, 그 일에 관계된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했다. 물론 이것은 내 생각이니 상대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살아가면서 마음의 안정을 잃지 않는 것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없다. 마음의 안정을 잃으면 나와 남에게 손해 보게 할 수 있다. 나와 남이 다칠 수 있다.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여 순리대로 일을 풀어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