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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진단 논란 갑상선암, 한국인에 맞는 새로운 진단 기준 제시

  • 입력 2017.04.07 11:04
  • 기자명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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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이경호 기자] 갑상선암의 과다진단과 과잉치료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양인과 다른 한국인 갑상선암의 특성과 새로운 진단 기준을 마련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4월 미국 국립암연구소 의뢰로 구성된 국제전문가위원회는 갑상선암의 10~20%는 단순 종양 절제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암이라고 부르지도 말고, 추가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불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러한 질환을 갑상선유두암종이라는 진단명 대신 ‘유두암종 세포핵을 지닌 비침습갑상선소포종양 (non-invasive follicular thyroid neoplasm with papillary-like nuclear features; NIFTP)’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개념은 2017년 5월 달에 새롭게 개정되어 발표될 제4판 WHO 종양 분류법에도 발표될 예정이다.

국제전문가위원회에 따르면 갑상선유두암종의 상당수가 암세포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성질은 달라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갑상선 속에 섬유조직 캡슐(주머니)로 둘러싸여 있고, 소포 형태를 이루는 종양인 경우에 종양 세포의 핵이 마치 유두암종처럼 보이지만, 그 세포들이 캡슐에서 벗어나거나, 혈관을 침투(침습성)하지 않는 종양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단명을 앞으로 암이 아닌 종양으로 부르자고 바꿔주었다. 

이로 인해 국내 갑상선암 과잉진단의 새로운 논란을 불러 왔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만를 대상으로 비교적 적은 수의 제한된 환자로부터 얻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바꿀만한 명확한 근거를 가졌다고는 하기는 어려웠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갑상선암센터 정찬권(병리과)·배자성(유방갑상선외과) 교수팀이 서울성모병원에서 2008년에서 2014년까지 7년간 유두갑상선암종으로 진단받은 환자 6,269명를 대상으로 국제전문가위원회에서 만든 기준으로 NIFTP를 재분류한 결과, 전체의 2%인 105명만이 NIFTP에 해당했다.

또한 암발생과 관련된 주요 유전자의 돌연변이 분석을 통하여 위원회에서 제시한 NIFTP 진단 기준에 오류가 있는 것도 발견하여 이를 보완한 새로운 진단 기준을 제시했다. 이러한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NIFTP를 진단하지 않으면 타 장기로 전이 할 수 있는 암을 놓칠 수 있다는 것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보다 더 엄격한 진단 기준을 적용하여 재분류한 NIFTP라 할지라도, 95명의 NIFTP 환자 중 2%는 림프절 전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NIFTP를 단순히 양성 종양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혔다. 그러나 비록 림프절 전이를 일으킨다 하더라도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즉 NIFTP는 서구에서 흔하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전체 갑상선암의 2% 미만으로 드물게 발생하고, 종양이 있는 한쪽 엽만 절제하는 수술로도 완전 치료가 가능하여 추가적인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불필요했다. 또한 NIFTP라는 새로운 용어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우리나라는 갑상선결절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였기 때문에 NIFTP 환자들이 불필요한 치료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어, 서구에서 시작된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는 것을 규명했다.

갑상선은 갑상연골의 아래쪽, 숨을 쉴 때 공기의 통로가 되는 기도 앞쪽에 위치한 나비모양의 기관으로, 갑상선 호르몬을 생산 및 저장했다가 필요한 기관에 내보내는 기능을 한다. 갑상선에 생긴 암을 총칭하여 갑상선암이라 하는데, 우리나라 암 발병률중 1위를 차지하며, 97%정도가 비교적 천천히 자라고 치료가 잘되는 갑상선 유두암종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갑상선암 증가세를 보여 논란을 빚었다. 한국의 갑상선암 환자수는 2011년 약 4만명으로 인구 10만명당 81명꼴이었는데, 이는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 과잉진단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암 중에서 갑상선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로 지목받았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중단하는 등 과잉진단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병리과 정찬권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예후가 매우 좋은 갑상선암 환자에게 불필요한 추가 치료를 받게 하거나, 반대로 진정한 암이 있는데도 필요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진단 및 치료 기준을 마련하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유방갑상선외과 배자성 교수는 “최근 대한갑상선학회 진료 권고안은 초음파 검사로 확인된 갑상샘 결절(혹)이 크기가 1cm이상이며 추가 검사결과 암으로 진단되면 수술하라는 것이 주 내용으로, 크기가 작고 위치 등 예후가 좋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환자와 상의하여 시간을 갖고 지켜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규모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NIFTP의 정확한 질병 특성을 처음으로 밝힌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인간유전체 이행연구-중개이행연구)사업과 미래창조과학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공동 지원으로 진행되었으며, 북미 병리학회의 공식학술지인 Modern Pathology (Impact factor = 5.485, 병리학 관련 SCI 저널 전체 78개 중 5위) 정식게재에 앞서 3월 온라인에 먼저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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