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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건조증, 입 속 사막화

  • 입력 2017.04.12 17:08
  • 수정 2017.05.12 15:21
  • 기자명 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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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연세 많은 환자들을 만나게 될 때, 많은 분들이 입이 말라서 힘들다고 호소하는 걸 듣게 된다. 혓바닥이 갈라지고 쓰라린다고 하시는 분들, 입과 목까지 아파서 고통스러워하시는 분들도 있다. 음식을 먹을 때 침이 안 나와서 씹기도 넘기기도 힘들어 하시고, 심지어 음식 맛을 못 느껴서 식욕도 없다고 하신다. 물을 마셔도 입마름이 없어지지 않고, 때론 약을 먹을 때 식도에 약이 달라붙어서 위험한 상황에 놓일 때도 있다. 구강에 침이 나오지 않아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증상을 겪게 되며 이차적으로 염증까지 유발시키는 구강건조증!

65세 노인 3명 중 1명이 구강건조증상을 경험하게 되는 대표적인 노화증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영양불균형이나 질병을 가진 경우, 또한 젊은 층에서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구강건조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강은 다양한 점막으로 이루어져 있고, 타액선에서 침이 분비되는데, 타액은 윤활작용, 조직보호작용, 점막보호작용, 미각작용, 소화작용, 연화작용, 면역작용, 자정작용, 항균작용, 치아의 재석회화 하는 작용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구강건조증상을 느끼기 전까지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침의 역할에 관심조차 두지 않지만, 면역학적으로 1차면역의 첫 관문인 입속 건강에 대해 감사한 맘으로 살펴볼까 한다.

◆ 타액의 분비량과 구강질환 그리고 심장질환
침의 성분은 99% 이상이 물(수분:水分)이며, 1%도 안 되는 성분에는 구강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전해질들(나트륨, 칼륨, 칼슘, 염화물, 마그네슘, 중탄산염, 인산염)과 단백질들, 다양한 효소들, 여러 종류의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s), 항균물질들(antimicrobial fators), 점막 당단백질들(mucosal glycoproteins), 호르몬들, 극소량의 알부민(albumin), 몇 종류의 폴리펩타이드들(polypeptides)과 올리고펩타이드들(olygopeptides) 등이 있다. 

침샘은 혈관에 흐르는 혈액에서 필요한 성분을 뽑아서 침으로 변환하는데 혈관의 상태가 나쁘거나 혈액내 성분의 불량은 침샘의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 타액의 분비량과 타액에 녹아있는 조성물질의 구성은 항상 같지 않고,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별로, 자극의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한다. 정상적인 타액의 하루 분비량은 1,000ml ~ 1,500ml인데, 노인이 되면 심각하게 줄어든다고 한다. 타액의 분비가 부족해지면 입술과 구강의 건조감으로 말하기도 불편하고, 미각도 저하되며, 음식을 씹고 넘기기도 힘들어지면서 통증까지 느끼게 되는 등 기능적인 불편증상들이 나타난다. 

또한, 구강점막의 손상과 설태, 치태의 증가로 구취, 치아우식증, 치주질환, 궤양, 구강칸디다 등 감염의 기회도 늘어나게 된다. 구강의 감염증가가 심장질환의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연구논문들이 발표되고 있고, 구강점막 손상과 미뢰세포의 손상이 뇌신경 시냅스의 둔화와도 연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는 것을 본다면, 구강의 건강한 유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예측할 수 있다.

뇌의 신경세포와 시냅스는 눈, 코, 입, 귀, 촉각 등의 자극경로를 통해 생성되고 기억되어진다.
레몬을 보기만 하는 것으로 신맛을 감지하고, 입 안에 침이 고이는 현상은 정상인이라면 모두 당연하게 일어나는 반응이다. 그러나 아기가 처음 레몬을 보았을 때는 그러하지 않다. 처음 입으로 레몬을 가져가서 맛을 본 후에야 뇌 속에서 레몬에 대한 신경세포와 시냅스가 만들어지고 기억되어지므로, 추후 레몬을 보면 먹지 않아도 자연스레 신맛을 인지하고 침이 분비되어지는 과정이 가능 해 지는 것이다.

아기 때 손에 잡히는 것을 무조건 입으로 가져가서 맛을 보는 경험은 입안의 점막에서 인지하고 뇌에 신경세포를 만들고 기억 해두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구강점막의 건강한 상태 유지가 구강의 건강한 기능 수행과 건강한 뇌 발달에도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단편적인 예일 것이다. 발전시켜서, 구강점막의 손상이 우리아이 식습관의 부적절함과 편식, 그리고 뇌 발달의 부족상황까지 확장시켜 볼 수 있다. 

최고의 맛을 자랑하던 엄마의 음식 맛이 엄마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예전과 같지 않음 또한, 엄마의 구강건강의 손상과 저하를 그 원인의 하나로 생각해본다. 인간이 가진 본능적 욕망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식욕’과 ‘성욕’이라고 한다. 그 중 식욕은 음식물 섭취를 도와 생명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게 하는데, 맛은 식욕을 증진시켜 영양분 섭취를 돕기도 하고, 유해한 음식을 인지하고 걸러내어 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맛을 잃어버린 사람은 삶의 재미도 없어지고 음식에 대한 욕구도 줄어들며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구강건조증상으로 미각에 대한 손상이 오게 되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 구강건조의 이유
아주 많은 원인에 의해 구강건조증상이 발현되지만 흔하게 일어나는 이유를 살펴보자.
● 호르몬의 변화 - 성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점막의 구조와 기능이 약화되고, 타액선 분비 기능이 감소되어 일어난다.
● 약물복용 - 콧물약, 기침약, 혈압약, 당뇨약, 진통제 등등 수 백가지의 약물이 구강건조증을 유발한다.
● 자가면역질환 - 면역계의 교란으로 점막조직과 선분비조직이 공격을 당해 염증으로 기능이 저하되어 점막건조증을 심각하게 유발한다.
● 구강청결제 - 알콜과 소독액들이 점막을 자극하고, 손상시키며, 구강미생물파괴로 구강건조증을 유발한다.
● 위산역류 - 위염, 식도염으로 위산이 역류되어 식도와 구강에 염증을 일으켜 목과 입을 건조시킨다.
● 카페인 음료 - 커피 및 카페인 함유 음료의 다량섭취로  이뇨작용, 탈수화가 일어나고 구강건조를 유발한다.
● 당뇨병 - 당뇨환자들은 다뇨에 의해 체내 수분량이 줄어들고, 당뇨약 또한 구강건조를 유발한다.
● 항암, 방사선 조사에 의해 타액분비선이 손상되고 점막이 손상되어 구강건조를 유발한다.
● 스트레스 - 부신호르몬기능 교란과 교감신경의 흥분 등으로 구강건조증을 유발한다.
● 가족력, 질환, 혈관상태, 혈액내 영양소 분포 등에 따라 구강건조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환자들이 구강건조증상이 나타날 때 물을 많이 마셔보지만 증상이 개선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타액의 분류를 자세히 살펴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게 된다. 타액은 점액성타액(점액질)과 장액성타액(묽은수분성)으로 크게 나뉘는데, 장액성타액은 음식이나 구강 자극에 의해 분비가 많아지고, 점액성타액은 구강에 자극이 없는 상태나 수면 중에 더 많이 분비 된다. 

구강건조의 증상을 개선시키는 타액은 점막에 분포되어있는 소타액선 등에서 분비되는 점액성타액이 큰 부분을 차지하므로 단순히 수분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그 증상이 개선되기 힘들어 지는 것이다. 약사로서 약물의 흡수과정에서 구강점막의 역할을 보면, 경구 투여하여 소화기관을 통해 흡수되고 간이나 신장에서 대사되는 약물의 효과 발현보다, 구강점막에서 흡수되어 혈관으로 바로 도달되어 효과가 발현되는 속도가 비교 되지 않을 만큼 빠른 것만 보아도 구강점막의 건강은 혈관과 연결되어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루에도 서너 번씩 사용하는 치약에 들어있는 파라벤 방부제, 합성계면활성제, 각종 합성물질들이 구강점막으로 흡수 되어 심각한 유전적 이상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많다. 또한 구강내의 정상 미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교란시켜서, 이차적으로 곰팡이나 세균감염을 일으켜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구강염증에 소독액이나 알콜들이 들어있는 가글 등을 사용하여 정상 구강미생물균총을 파괴하는 것은 이차적으로 염증과 구강점막 손상을 더 일으키게 되므로 가글액의 선택도 신중하여야 한다. 항생제의 사용이 균교대에 의해 구강진균증을 증가 시키는 것 또한 주의해야 할 것이다. 아기들이 감기 등으로 항생제를 투약한 후에 구강칸디다인 아구창에 감염되는 경우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구강건강이 100세 장수시대에 결코 가볍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주 중요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구강 건강법
■ 구강의 건강은 전신건강의 척도이므로 균형 잡힌 식단과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 혀 운동 등으로 구강 장액성침분비를 늘려 구강건조를 막아준다.
■ 침샘 마사지법으로 구강 장액성침분비를 늘려 구강건조를 막아준다.
■ 점막의 정상화를 위해 점막원료가 되는 당영양소가 충분히 들어있는 식단을 구성한다.
■ 점막세포와 침샘분비세포의 염증성 손상을 막기 위해 당영양소를 비롯한 면역개선 효과가 있는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하여 면역을 증가시킨다.
■ 침의 pH는 6.5~7.4로 약산성~약알카리성인데 산도가 높아지면 충치 등 에나멜층 파괴가 일어나므로 산도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 치약 선택을 신중하게 하며, 파라벤이나 합성계면활성제, 마모제, 알콜 등이 들어있지 않은 천연성분의 치약을 사용한다.
■ 구강내의 건강한 미생물들이 잘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 잇몸 마사지로 구강내의 모세혈관순환을 원활하게 해 준다.
■ 올바른 잇솔질과 치실 사용으로 구강내 찌꺼기를 잘 제거한다.
■ 술, 담배, 인스턴트음료, 카페인 음료를 줄인다.

평소 우리가 공기 중의 산소의 중요성을 잊고 살듯이 입속 타액의 존재와 고마움을 잊고 살고 있다. 치아 한 개의 경제적 가치가 3,000만원이라는 말도 있듯이 구강 내 건강은 장수시대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100세 시대의 면역과 건강유지에 첫 번째 관문인 입속 건강을 위해 건강한 치약으로 올바른 잇솔질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 본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치과검진으로 구강질환을 미리미리 예방해 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상쾌하고 촉촉한 입속 건강으로 맛있고 멋있는 하루하루를 스마일 웃는 얼굴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