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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죽어야 사는, ‘세포’

  • 입력 2017.05.17 16:36
  • 수정 2017.06.15 11:34
  • 기자명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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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속을 들여다보면 세포들이 모여서 세포 차원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능을 하는 기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들은 기계 부속품처럼 단순히 배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배전판의 회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세포가 조직을 이루고, 조직은 기관, 기관계, 장기를 만들고, 장기는 시스템을 형성하여 우리 몸을 만든다. 세포, 기관, 기관계, 장기 등 모두가 하나의 통신망으로 연결되어 상호 협동의 시스템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저마다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의존하여 자기 역할을 수행하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질서를 이루고 있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완벽한 시스템은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가능한 것일까? 이는 ‘세포자살’(세포사멸)이라는 통제된 방법으로 가능하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바로 매일매일 죽는다는 것이다. 즉 사멸되는 특징이 있다. 그러면서 같은 시간에 새로 태어난다. 

그래서 세포는 사멸과 증식을 계속한다고 흔히 이야기 한다. 왜 그럴까? 왜 세포는 날마다 태어나고 또 죽어야 할까? 세포가 태어나고 죽는 것은 우리 몸이 평형을 이루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들어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났을 때 어떻게 치유되는지 생각해보자. 감염을 예방하고 상처를 치료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새살이 올라오면서 낫는 것을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손상 받은 세포가 날마다 죽어야 하고 또한 날마다 다시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났을 때 상처 난 부위의 세포는 손상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은 손상 받은 세포가 다시 정상 세포로 회복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그리하여 회복 불능이라고 판단되면 자살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자살할 것을 명령한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론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그 자리를 대신하게 한다. 상처 난 부위에 새살이 올라오는 것은 손상된 세포가 제거되고 새 세포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포의 생성과 자살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우리 몸의 자구책이다. 세포자살이라는 방법을 통해 늙고 손상된 세포는 제거하고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냄으로써 생명을 이어나가게 된다. 우리 몸속의 무수히 많은 세포들 가운데 허투루 있는 세포는 하나도 없다. 우리 인체는 몸을 구성하고 있는 약 60조 개의 세포들에게 각종 명령을 내리며, 명령을 받은 세포는 자기 역할을 다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해나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 생명을 지키는 이런 완벽한 시스템은 ‘세포자살’이라는 통제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 죽지 않는 세포는 암을 만든다

세포가 손상을 받았으나 회복되지 못할 때, 또는 수명을 다해 더 이상 생리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늙은 세포들은 자살을 해야 한다. 늙고 병들고 노쇠한 세포들이 죽지 않으면 우리 몸은 살 수 없다. 우리 몸의 세포들은 각자에게 죽음의 명령을 내리며 새로운 세포로 다시 태어남으로써 생명을 유지해나간다. 우리 몸의 조직은 세포의 사멸과 증식 간에 일정한 평형상태가 되어 항상성을 이룸으로써 정상을 유지한다. 모든 세포들은 세포 분열을 통해 그 수와 크기가 늘어나면서 일정 공간을 채우게 된다. 이 공간을 새로운 세포로 채우려면 처음에 있던 세포들은 죽어서 없어져야 한다. 

우리 몸의 세포들이 모두 예정된 대로 죽거나 생겨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살아나갈 수 없다. 그런데 종종 우리 몸속에서는 어떤 이유로 이 시스템에 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예정된 죽음을 거부하는 세포가 생겨날 때 우리 인체는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정상적인 세포자살이 일어나지 않음으로써 인체 시스템이 대혼란에 빠지는 상태를 ‘암’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암세포는 죽음을 거부하는 세포이다. 암세포는 죽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는 특별한 세포이다. 죽음을 거부하는 암세포 때문에 우리 몸은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다.

◆ 자살을 거부하는 암세포, 왜 생길까?

우리 인체에는 균형이라는 개념은 건강 유지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균형 잡힌 생활은 건강을 유지해주지만 균형이 깨진 생활은 각종 질병을 초래한다. 즉 균형이 깨진 생활은 세포의 생성과 사멸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 몸에는 60조 개에 이르는 세포의 생명을 관장하는 불가사의 한 힘이 존재한다. 세포와 세포 사이에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서로 통용되는 신호가 바로 그것이다. 

세포 수준에서 세포와 세포 사이에 끊임없이 주고받는 신호에 의해 이 거대한 시스템이 통제된다. 일례로 정상 세포는 자신이 분열해야 할지 자살해야 할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늘 세포 밖과 세포 안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신중하게 듣고, 그 신호에 반응하여 순차적으로 그 신호를 세포핵에 전달한다. 그러다가 DNA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스스로 세포자살을 일으킨다. 그래서 세포자살은 우리 몸의 균형을 이루는 중요한 기전이 된다. 

세포자살은 자연 현상이며,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균형도 자칫 잘못하면 깨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균형이 깨진 생활이 바로 그 주범이다. 내 몸이 원하지 않는 생활습관이나 식생활을 했을 때 세포자살도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이 변하면서 질병에 걸리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균형이 깨진 생활은 어떤 삶을 말하는 것일까? 각자 자기 생활에 비추어서 한번 점검해보자.
. 오염된 공기를 많이 마실 때
. 오염된 물을 많이 마실 때
. 나쁜 음식(동물성 지방과 트랜스 지방 등)을 많이 먹을 때
. 채소와 과일을 먹지 않을 때
. 적당한 운동을 하지 않을 때
. 스트레스가 심할 때
. 생활이 불규칙할 때
. 잠을 잘 이루지 못할 때
. 흡연 등등...

암세포가 생기지 않는 노하우

늙고 병들고 노쇠한 세포들은 반드시 제때 자살을 해야 하고, 건강한 새 세포가 원활하게 생성되어 그 자리를 대신 메워줘야 한다. 세포의 자살(사멸)과 증식이 순조롭게 이뤄져야만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고, 또한 병든 몸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렇게 되면 오늘 병든 내 몸도 내일은 얼마든지 건강해질 수 있다. 병든 세포가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 덕분이다.

어제의 내 몸과 오늘의 내 몸은 결코 같지 않다. 또 오늘의 내 몸과 내일의 내 몸도 같을 수 없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세포가 새로운 몸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각종 세포들은 신진대사를 통해 늘 교체되고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60조 개의 세포는 세포분열을 통해 다시금 새로운 세포가 된다. 우리 몸을 이루는 각 장기들의 세포는 수명이 제한되어 있어 끊임없이 생사를 반복한다.

중요한 것은, 그 수명이 동일하지 않고 저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즉 각각의 장기 세포들은 사멸하고 다시 생성되는 재생 주기에 따르고 있으므로 우리 몸의 일부분은 날마다 새롭게 바뀐다.

뇌세포, 심장세포, 안구세포는 성장이 완료되는 20~25세까지 분열 및 증식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 세포는 한 번 죽으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간세포는 300~500일을 주기로 완전히 새로 태어난다. 이들은 수명이 12~18개월로 이 주기가 지나면 새로운 간이 생성되는 셈이다. 뼈조직의 수명은 10년 정도로 전체 뼈조직이 새롭게 바뀌는데 보통 10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근육의 수명은 최소 15년으로 적어도 15년은 지나야 완전히 새로운 근육조직을 얻게 된다. 혈액은 3~4개월을 주기로 새롭게 바뀌는데 적혈구의 수명은 약 120일(4개월)이고, 백혈구는 7~10일 정도이다. 우리 몸의 전체를 덮고 있는 피부세포는 2~4주 간격으로 재생된다. 오래된 세포는 각질이 되어 떨어져 나간다. 이것은 목욕할 때 타월로 몸을 문지르면 때가 나오므로 누구나 알 수 있다. 피부의 표면적보다 훨씬 넓은 위장의 점막세포는 이틀에 한 번꼴로 완전히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

이처럼 새롭게 바뀌는 데 어떤 장기는 며칠에서 몇 달이 걸리기도 하고, 어떤 장기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즉 우리 몸은 몇 년을 주기로 새로운 몸을 얻게 되는 셈이다.

심장과 뇌 등 일부 장기를 제외한 우리 몸 대부분의 세포는 고유의 프로그램에 따라 매순간 오래된 세포를 버리고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새로운 세포를 끊임없이 만든다는 말이기도 하다. 바로 이것이 우리 건강의 기초가 된다. 건강을 위해서는 세포의 사멸과 생성(증식)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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