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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조경이 되는 음악

음반 숲으로 음악 속 새소리를 찾아가다

  • 입력 2017.05.19 15:29
  • 수정 2017.07.19 17:19
  • 기자명 글 진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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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Respighi - Gli Uccelli The Birds - 5. Il Cuccu (The Cuckoo)
감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R0RFMfBVCLw>
오르페우스 챔버오케스트라, 쥬세페 시노폴리 지휘

G. Mahler - Des Knaben Wunderhorn - Lob des hohen Verstandes
감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gaOSCeE4FAo>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1784년 봄, 오스트리아 제국의 수도 빈(Wien)에 머문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신혼 3년 차인 신랑이었다. 이 해에 큰아들 칼 토마스가 태어났고, 자작 피아노 협주곡을 위주로 한 콘서트는 연주 티켓이 모두 소진 되었다. 모차르트의 생애에서 이 시기를 전성기 시절이었다고 말한다. 5월 27일, 그는 금전출납부에 악보 한 줄과 함께 ‘찌르레기, 34 크로이처(당시 유통된 동전), 예쁘다’라고 적었다. “어때, 콘스탄체, 예쁘지, 하하하”하고 아내를 향해 웃음을 지었을 젊은 모차르트의 표정이 가히 연상된다.

이 선율은 이후 약간만 변형되어 그의 <피아노협주곡 17번> 3악장 주선율이 되었다. 3년 뒤, 모차르트는 지인들을 초대해 이 찌르레기의 장례식을 성대히 치렀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자연의 음악가

1960년대 이어령의 에세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에서 한국인만이 유독 새가 ‘운다!’ 라고 표현한다는 인류학자의 의견이다. 세계 모든 문화에서 새소리와 비상에의 관심을 두고 ‘노래’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그 소리에 흠모하며 인간의 표기되는 음악으로 오선지 위에 이를 모방 하고 있다.

조류 외에 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 말이나 소를 비롯한 ‘포유류’, 귀뚜라미나 매미 등의 ‘곤충류’도 각각 특유의 소리로 주변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는가! 인류는 유독 새소리에 매료되었으며 여기서 독특한 미감을 느끼고 이를 즐겨 모방했다. 소리 공학의 학문에서 소리를 ‘높다’, ‘낮다’고 표현하는 데 새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본디 소리가 높거나 낮다는 것은 일정 시간 내 진동하는 주파수가 많거나 적다는 뜻으로, 물리적인 위치 에너지나 지리적인 표고를 뜻하는 ‘높음’, ‘낮음’과는 관련이 없다.

그러나 선사시대부터 ‘새소리’로 대표되는 높은 소리는 상공에서 들려왔고, 큰 짐승이 쿵쿵거리며 지나가는 것과 같은 낮은 소리는 지표면에서 들려왔으므로 인간은 주파수가 많은 소리를 ‘높은’ 소리로, 주파수가 적은 소리를 ‘낮은’ 소리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푸치니(G. Puccini)의 오페라 <나비부인> 3막 주인공 초초상(소프라노)이 미국 영사 샤플레스(바리톤, Sharpless)에게 “미국에서는 언제 울새가 집을 짓죠”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집을 떠난 남편이 ‘울새가 집을 지을 때 돌아오겠소!’라고 말을 한 뒤 떠난 이유이다. 이 장면은 목관이 새소리를 연상시키는 단조로운 음형을 연주한다. 샤플레스 영사는 “조류학(Ornithology)은 몰라서…”라며 즉답을 피한다.

조류학자(Ornithologist)들의 연구를 보면, 새가 목으로 내는 소리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노래(Bird song)가 있고, 한층 단순하게 내는 소리 또는 신호(Bird call)가 있다. ‘call’은 천적이 온다거나 ‘너무 멀리 떨어지지 말라’는 경고를 무리 또는 새끼들에게 보내는 데 쓰인다. 경고의 기능이 앞서는 만큼 음량이 큰 대신 음형은 단순하다. 이와 달리 ‘노래’는 대체로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하는 데 쓰인다.

그 소리는 구슬이 쟁반을 뒹구는 소리 같다.

공작새 수컷이 크고 화려한 날개로 암컷에게 ‘유전적 우월함’을 과시하는 것처럼, 수컷 새의 정교한 노래 역시 ‘유전적 우월함’을 알려 상대방을 꾀는 데 사용된다는 것이다. 인류 고대 음악의 기원에 대한 이론 중 ‘구애(求愛) 기원설’과도 공통된다. 반면 새가 노래하는 발성 원리는 인간과 다르다. 성악 연주자의 축복 신이 내려준 위대한 악기를 가진 성대이다. 인간은 성대의 좁은 틈으로 공기를 통과하여 성대를 떨게 해 소리를 낸다. 그러나 조류는 인간의 성대보다 깊이 위치한 울대(명관 鳴管, Syrinx)를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울대는 기관(氣管)이 좌우의 폐(주기관지)로 나뉘는 부분에 있으며, 성대와 같은 좁은 틈은 없고 공기가 지나는 관 벽의 여러 부분이 진동하며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낸다. 이 소리들이 서로 간섭해서 최종적으로 우리 귀에 들리는 새소리의 파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간과 전혀 다른 발성 기관을 가진 구관조가 인간의 언어나 전혀 다른 소리를 모방할 수 있는 것도 이런 ‘간섭’ 또는 ‘파형(波形) 합성’을 통한 발성 덕분이다.

울대를 뜻하는 영어 ‘Syrinx’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다. 드뷔시의 플루트 독주곡 [시링크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묘사하는 시링크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이다.

그에게 반한 목신(牧神)(그리스 신화의 ‘판’)을 피해 도망치다가 강에 맞닥뜨리자 강의 요정들에게 부탁해 갈대로 변했다. 판이 이 갈대를 잘라 피리를 만든 것이 ‘팬플루트’가 된 악기 문헌 스토리이다. 스토리텔링의 스타트업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오피니언 리더는 이제 고독하지 않다. 혁신의 기본을 깨는 것, 상식을 뒤엎는 생활 속 작은 반전, 백번은 들었던 그 음악을 스마트폰에서의 다운은 지양하고 다시 레이블 위로 가져오는 봄날이 될 MD Music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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