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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세균의 위대한 작용; 소의 몸을 장내 세균이 만든다.

◆ 소의 위는 4개로 되씹는데서 각종 역할이 달라진다

우람한 황소의 모습을 보면서 저 소를 만든 것이 장내 세균이라고 하면 “뭐야? 무슨 소리지?”하는 생각이 들지 않나? 커다란 근육을 가진 소가 먹고 있는 것은 고기나 생선이 아니라 풀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풀에는 근육을 만드는 단백질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풀로 단백질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런 일을 장내 세균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가 풀을 먹으면 위 속에 있는 장내 세균이 풀의 식이섬유인 셀룰로오스를 단백질로 대사한다. 위 속에도 장내 세균이 있었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의 위에는 위산이라는 강산이 있어 헬리코박터 이외의 세균은 살고 있지 않다.

◆ 소는 ‘반추 동물’이라고 알고 있다. 일단 삼켰던 풀을 내뱉어내서 다시 씹어 영양분을 흡수하며, 이렇게 반추하기 위해 소의 위는 4개로 되어 있다.

첫 번째 위는 ‘루멘(rumen)’이라 부르고, 어미 소에서는 200리터 이상 들어가는 큰 주머니인데, 여기에 장내 세균을 비롯한 각종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커다란 ‘발효 탱크’인 것이다. 풀을 먹으면 첫 번째 위로 들어와 장내 세균의 작용으로 단쇄지방산이 만들어 진다.풀의 일부는 이렇게 흡수되지만, 두 번째 위를 지나 입으로 돌아와 씹는 과정에서 침과 섞여 혼합되어 다시 삼킨다. 침은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질소를 흡수하는 일을 한다. 이렇게 삼킨 풀은 세 번째 위에서 발효되고, 네 번째 위에서 다시 소화되어 소장으로 보내진다.

◆ 위에서 장내 세균이 하는 일 3가지
우선 셀룰로오스나 전분 등의 탄수화물을 발효 시킨다.

초산, 부틸산, 프로피온산 등의 단쇄지방산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소가 활동하기 위한 에너지원이 된다.

두 번째, 미생물의 영양소가 되는 단백질을 합성 한다.

단백질의 원료가 되는 글루타민이나 알라닌 등의 아미노산을 만들고, 이를 이용하여 단백질을 합성하며, 미생물 자체가 소의 단백원으로 이용되니까 매우 효율적이다.

세 번째는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비타민을 만든다.

비타민B12를 비롯한 많은 비타민을 미생물이 생산하며, 이렇게 장내 세균이 에너지 및 단백질과 비타민을 생산해주기 때문에 소는 풀 밖에 먹지 않아도, 그토록 큰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풀만 먹고 살수는 없지만 혹시 전분만 먹고, 동물성 단백질은 전혀 먹지 않아도 건장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을까? 실제로 알려진 예로 뉴기니의 파프아 족이 있다. 그들은 주식이 되는 감자만 먹고, 동물성 단백질은 거의 먹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체격이 건장하고, 튼튼한 근육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호흡으로 몸에 넣은 공기 중의 질소를 단백질로 합성하는 장내 세균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영양소를 음식으로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놀랄만하다. 이런 적응 과정으로 그들은 저단백식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러면 세상에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단식이나 소식이 굉장히 유행처럼 급속도록 번지고 있다. 매우 적은 식사만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비밀은 역시 장내 세균에 있다. 그런 사람들은 아마도 장내 세균이 소처럼 되어 있을 것이다. 약간의 곡류나 채소를 먹는 것은 거기서 영양소를 섭취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장내 세균에 먹이를 주기 위해 소식을 하는 것이다.

장내 세균에 먹이를 충분히 주면 장내 세균이 열심히 일해서 보통 사람이 내버리는 것도 영양소로 바꾸어 준다. 공기 중의 질소마저도 단백질 원료로 이용할 정도다. 그러나 이것이 누구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며, 무엇보다 소와 같은 장내 세균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균이 없어 풀만 먹고 살 수 없다. 파프아 족처럼 감자만 먹고, 근육질을 유지하며, 살기 위해서는 파프아 족과 같은 장내 세균이 있어야 한다.

아마 선천적 체질도 있었을 것이고, 오랜 세월 전에 그런 세균이 파프아 족의 장내에 정착되어 후손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장내 세균이 영양소를 만들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은 단식이나 소식을 견딜 수 없다. 잘못된 칼로리 제한은 건강을 해치게 되며, 소식이 유행이라고 따라 하기보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먼저 장내 세균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장내 세균을 분석해보고, 장기간에 걸쳐 소식을 견디는 장내 세균 체질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어떤 세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 장내 세균의 영양소와 공생관계

동물에는 비슷한 예가 많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만 있는 코알라는 유칼리툽스 잎만 먹고 산다. 코알라가 주식으로 하는 유칼리툽스 잎에는 소화를 방해하는 타닌이 많이 들어 있어 다른 동물들은 먹을 수가 없다. 코알라가 어떻게 유칼리툽스 잎만 먹고 잘 살아가는지 비밀이 밝혀진 사건이 있었다. 코알라 보호 구역에서 코알라들이 병에 걸리자 항생제로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코알라들의 병은 낫는데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비실거리다가 죽는 일이 일어났다. 그 원인을 찾다가 코알라의 장내 세균을 조사한 결과, 코알라의 장내에는 타닌을 분해하는 세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생제를 사용하여 그 균이 죽으면 유칼리툽스를 소화할 수 없게 되어 코알라들이 죽게 된 것이다. 코알라는 타닌을 분해하는 균에 유칼리툽스를 공급하고, 장내 세균이 영양소로 만들어 코알라에게 공급하는 공생관계였던 것이다. 타닌을 분해하는 균의 발견에 의해 코알라의 생태에서 재미있는 수수께끼가 풀렸다.

코알라가 젖을 떼기 시작하면 어미의 대변을 먹는다. 왜 어미의 대변을 먹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는데, 바로 타닌을 분해하는 균을 받아 계승하기 위해서였다. 이유식이 되는 대변은 단순한 대변이 아니며, 보통 대변은 단단하게 건조되어 있으나, 이유식이 되는 대변은 녹색이며, 매우 부드럽다. 이 특별한 대변에 장내 세균이 풍부히 들어있다.

아기는 이것을 먹고, 맹장 안에 균을 정착시켜, 유칼리툽스 잎을 먹고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대대로 타닌을 분해하는 균이 코알라 뱃속에서 살게 되어 두 종이 모두 살아가는 진화를 이루어 오게 된 것이다. 이것을 ‘공진화’라고 부르며, 수천만 년의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조합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른 예로 일본 사람들의 장내에는 서양 사람들과 다른 특이한 세균이 있는 게 알려졌다. 즉, 일본 사람들은 김이나 미역 같은 해초를 분해하는 독특한 장내 세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을 해초가 풍부한 식사 생활을 장기간에 걸쳐 그 해초를 분해하는 장내 세균이 정착된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것을 “스시 인자”라고 부르며, 해초를 먹고 건강을 유지하여 장수하게 된 좋은 체질을 선조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렇게 장내 세균이 영양소와 비타민을 만들어 모든 생물의 생존에 큰일을 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면역 반응의 조절이나 정신적 감정 상태의 조절까지 정말로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21세기 의학 분야에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미지 영역의 해석을 장내 세균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MD저널 6월호, 다음호에 계속>

김영설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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