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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정신을 위한 열여덟 가지 조언 Ⅱ

  • 입력 2017.06.15 11:31
  • 기자명 전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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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번째,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남과 비교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내가 남보다 ‘낫다’, ‘못하다’, ‘같다’고 비교한다. 비교를 없애면 정신이 건강해진다. 이에 대해서는 앞장에 자세히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생략한다.

◆ 일곱 번째, 대화를 잘하도록 노력한다.

대화 능력은 정신 건강의 척도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대화를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정신 건강은 좋아진다. 대화는 남과 하는 것이다. 한 사람과 할 수도 있고 여러 사람과 할 수도 있다. 대화를 할 때 다음과 같은 마음으로 하는 것을 훈련하는 것이 좋다. 남과 대화할 때 내가 먼저 말을 하면 내가 충분히 말을 한다. 그런 후에 내가 충분히 말을 한 만큼 상대가 충분히 말을 하게끔 한다. 상대가 먼저 말을 시작했다면 그 사람이 충분히 말하게끔 한다. 그런 후에 내가 충분히 말을 한다. 만약 내가 말하는데 상대가 중간에 끊으면 양해를 구하여 충분히 말하고 난 뒤에 상대가 말하게 한다.

대화를 할 때 동시에 두 사람이 말할 수는 없다.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듣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잘 듣는 것도 중요하다. 잘 듣고 있으면 대화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잘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대화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우리가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할 말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들으면 되는 것이다. 둘 다 할 말이 없으면 말없이 편안히 있으면 되는 것이다. 침묵을 음미하면서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 문제에 걸려 말하려고 하고 침묵이 흐르면 불편해한다. ‘내가’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으면 한두 사람은 재미있는 사람이 있다. 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즐기면 되는데 ‘내가’ 재미있고 싶어 한다. 사실 내가 문제다. 내가 없이 전체적으로 보면 순리대로 가게 되고 편안해진다. 내가 지금 안 되는데 억지로 되게 하려니 문제가 생기고 힘이 드는 것이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남과 같이 나눌 이야기가 있으면 하고, 없으면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서로 말할 게 없으면 편안히 말없이 있으면 된다. 때로는 휴식도 필요하다. 어떤 사람과 말이 없는데도 편안히 있을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각을 전환하면 가능해진다.

사실 듣는다는 것이 참 중요하다. 정신과 의사의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잘 듣는 것이다. 잘 듣는다는 것에는 상대를 존중한다는 마음이 들어있다. 존중하지 않는 사람의 말을 듣고 싶을까? 잘 들어주면 상대는 ‘아! 저 사람은 나를 존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인간관계가 좋아진다.

◆ 잘 듣는 것이 남는 장사다

한 사람은 한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무궁무진한 경험이 있다. 우리의 경험은 한계가 있다. 힘은 경험에서 나온다. 우리 자신의 부족한 경험을 다른 사람의 경험에서 보충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한 경험을 같이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한 경험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풍부하게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나는 내가 경험한 이야기로 남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 살아갈 수 있다.

나는 가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아주머니들이 하는 대화를 들으면 지금 이분들이 집단치료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각자 살아온 경험을 서로 나누고 있다. 그것을 잘 살리면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그 의미를 잘 모르고 누가 해외여행 갔다 온 이야기를 하면 잘난 체 한다고 생각해서 기분 나빠 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러워하기도 한다. 듣는 사람들은 말하는 사람의 경험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그 자리가 힘들고 괴롭다. 대화를 통해 우리는 서로가 했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나는 매주 화요일 점심을 내 진료실이 있는 건물의 같은 층에 있는 의사들과 같이 한다. 서로 전공과목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다. 다만 우리는 같은 층에 있기 때문에 같이 식사를 한다. 거기서 나는 그 사람들과의 식사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을 많이 듣고 배운다. 내가 많이 풍부해진다. 그래서 항상 그 사람들과의 시간이 의미 있고 그런 시간을 나에게 마련해준 그 사람들이 고맙다. 사실 남들과 이야기할 때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이득이다. 잘 듣는 것이 남는 장사다. 정신 치료를 하는 정신과 의사 동료들과 같이 모임을 가지고 있을 때 어떤 동료가 듣고만 있으니 다른 동료가 너만 득보지 말고 너도 내놓으라고 했다. 사람들과 있을 때 말을 안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편안히 듣고 있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그 자리에 참여해서 그 의미를 알면서 잘 듣고 있으면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우리가 문제를 만든다. 우리 스스로 문제를 안 만들면 되는 것이다.

◆ 여덟 번째, 공평하게 한다.

우리는 은연중에 내 중심으로 모든 걸 판단한다. 예를 들면 어떤 친구가 없을 때 나는 그 친구의 단점을 이야기한다. 그래 놓고 내가 없을 때 다른 친구들이 내 단점을 이야기하면 ‘친구로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라고 한다. 이것은 공평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그런다면 다른 사람이 그러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친구뿐만 아니라 직장이든 가족관계든 이런 측면에서 나를 둘러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을 순리대로 살게 된다. 물론 내 중심이 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타인 중심인 것도 문제다. 나와 남이 공평하게 되는 것이 순리다. 순리에 맞지 않는 것은 문제를 일으킨다.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 아홉 번째, 인간관계를 단절하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코드가 맞는 사람도 만나고 코드가 맞지 않은 사람도 만난다. 만나고 나면 기분이 좋은 사람도 만나고, 반대로 기분이 안 좋은 사람도 만난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도 만나고 해가 되는 사람도 만난다. 만나면 편안한 사람도 있고 불편한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가깝고 먼 정도가 다 다르다. 잠시를 만나도 아주 가까워지는 사람이 있고 오랫동안 만나도 어느 정도의 거리 이상은 가까워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멀면 먼 대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사람을 만나 불편하면 아예 그 사람과 만나지 않는다. 그 정도가 지나치면 불편한 사람은 아예 만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중에는 주위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있다. 진료실에 만나는 사람 중에도 이런 사람이 꽤 있다.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다. 좋은 사람도 안 좋은 면을 가지고 있고 안 좋은 사람도 좋은 면을 가지고 있다. 믿었던 사람도 나를 실망시킬 때가 있고 안 좋게 봤던 사람도 좋게 행동할 때가 있다. 사람은 복합적이다. 가변적이다.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자주 다니는 단골 음식점의 음식 맛이 갑자기 바뀔 때가 있다. 그럴 때 발길을 끊기보다는 한두 번 더 가보는 것이 좋다. 무슨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 실망하는 일이 있을 때는 좀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왜 그런지 알게 되면 그에 맞게 적절하게 인간관계를 갖는 것이 좋다. 적절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 좋다. 어느 조직에 소속됐을 때 그 구성원들과 적절한 인간관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호감이 가는 사람도 있고 왠지 마음이 안 가는 사람도 있다. 왠지 마음이 안 가는 사람과 가까워지려고 지나치게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좋다. 왠지 마음이 안 가긴 하지만 그 사람도 내 동료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부정적으로 생각 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정도의 자리매김을 하고 생활하다 보면 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학교에서 같은 반이면 안 가깝더라도 같은 반인 것만큼의 인간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만큼의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그것을 소중히 해야 한다. 나만의 기준에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그 결과 인간관계가 단절되면 그것으로 인해 내가 고통을 받게 된다.

<MD저널 6월호,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