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두 아들은 나를 전략가라고 하기도 하고 작전세력이라고 하기도 한다. 물론 농담으로 하는 말이겠지만 집안의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된다고 주장한다. 나 그런 사람 아니라고 극구 부인을 해도 동의하지 않는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지도 않고 작전을 짜지도 않는다고 해명을 해도, 작전을 짜지 않아도 그냥 생활 자체가 작전이 된다고 뒤집어씌우니 어쩔 도리 없이 나는 전략가요 잔머리 굴리는 작전세력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아내가 무엇을 사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안사도 될 물건이라 여겨져서 “꼭 필요한 물건이야? 당신이 잘 생각해보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사요.” 하고 몇 차례 말을 하면 아내는 정말 곰곰이 생각한 후에 결정을 했는지 아니면 그런 내 말 때문에 비위가 상한 탓인지 사지 않는다. 그러고는 나더러 허락하는 척 하면서 사지 못하게 압력을 넣는 전략을 세웠다고 우겨대는 것이다.
그 물건을 구입하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할까 하고 전략을 세웠다면 정말 나는 전략가이겠지만, 심사숙고해보고 구입을 결정했으면 좋겠다는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이것을 작전을 짠 것처럼 생각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아내도 아들도 모두 내 전략에 넘어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 것이 아닌 줄 저들도 알면서도 괜히 다른 입장을 표한 나를 놀려먹으려고 그러는 것이겠지만, 번번이 내 탓으로 몰아세울 때는 섭섭하기도 하고 정말 내가 전략을 세워가며 사는 피곤한 사람인가 자문해 보기도 한다.
나는 시를 쓰는 사람이지만, 말 속에 많은 의미를 담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상대방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니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말 속에 많은 의미를 구겨 넣으면 들을 때 일일이 펴서 들어야 하므로 듣는 사람이 피곤하고 말의 본 모습이 구겨져 왜곡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시어의 경우에는 일상적인 의미와 다르게 제시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더 집중하도록 만들고 독자에게 해석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의미도 있겠지만, 말은 쉽게 들을 수 있게 해야지 빙빙 돌려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나만 모르는 사이에 잔머리 써가며 모든 상황을 나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늘 작전을 짜는 사람으로 내가 변한 것일까. 다들 아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겠지. 단지 내가 시를 쓴다는 이유로, 일상적인 내말 속에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주관적 생각을 우겨 넣으며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