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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 위해 희생하며 가정 일궈낸 누나 노래한 '누이'

  • 입력 2017.06.21 16:52
  • 기자명 왕성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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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 ‘누이’(이수진 작사, 설운도 작곡 및 노래)는 4분의 4박자 트로트 곡으로 멜로디가 흥겹다. 1999년 6월 발매된 ‘설운도 11집 앨범’의 첫머리에 실려 크게 히트했다. 부부가 작사·작곡, 취입한 음반으로 발표된 지 꽤 됐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노래방에서 꾸준히 애창되고 무대공연 때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5인조 가수 B1A4(진영, 신우, 산들, 바로, 공찬)가 2013년 KBS2-TV ‘불후의 명곡’에서 리메이크해 불러 또 한 번 주목 받았다.

● 설운도 누나, 대구에서 밤무대가수

이 노래는 같은 시대 있었던 동생들을 위해 자기의 모든 걸 바쳐 가정을 일궈낸 누나, 여동생들을 노래한 것이다. 노래제목인 ‘누이’는 친누나, 여동생이 아니더라도 사촌누나, 사촌여동생 등에게도 두루 쓸 수 있는 말이다. 남자가 누나 또는 여동생을 이르는 말이 누이다. 노래 속에 나오는 누이는 가수 설운도의 누나 설현정(본명 이영은)이다. ‘누이’의 실제 주인공인 셈이다. 그녀는 동생 설운도보다 먼저 가수 꿈을 꿨으나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학교를 마치고 대구로 가 음악을 한지도 35년쯤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이트클럽, 극장쇼무대, 회관, 카바레 등지에서 노래를 불렀다. 요즘은 봉사활동에 전념하며 가끔 방송에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이 “가수가 되겠다”고 하자 “딴따라를 하면 가시나 버린다”며 반대했다. 20대 초 설운도는 가수가 되기 위해 부산에서 무작정 서울로 가 성공했지만 그녀는 전국을 돌며 음악생활을 하다 대구에 자리 잡았다. 그녀의 음반타이틀곡은 ‘드라마 인생’, 설운도가 누이를 위해 작사하고 대구지역 유명작곡가 허대열 씨가 곡을 만들었다. “내 나이는 묻지 마라 살아온 것도 묻지 마라 / 한 편의 드라마처럼 남은 것은 상처뿐이다~”로 나간다. 노랫말 내용이 그녀의 지난 삶과도 같다. 인생관, 한, 애환이 담겨 있는 곡이다.

‘누이’ 노래가 만들어지기까지엔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 설운도가 어느 날 장인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고 택시를 탔다. 경상도 처가로 가는 길이었다. 그는 때마침 새 음반 녹음작업 중이어서 데모테이프를 갖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알아보는 택시운전기사에게 그 테이프를 선물로 주며 “사람들이 어떤 곡을 제일 좋아하는지 물어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1년 뒤 장모마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설운도는 그때처럼 급히 택시를 탔다. 우연히 탄 택시 운전기사가 1년 전에 만나 테이프를 줬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머리 곡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던 때로 그 운전기사가 설운도를 알아보며 테이프얘기를 꺼낼 때까지도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이었다. 그 기사는 “제가 택시에 탄 손님들마다 다 들려줬는데요, 맨 마지막 노래가 제일 좋다고 한다”고 전했다. 설운도는 ‘아! 이거구나’하는 감이 왔다. 노래 ‘누이’가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음반준비 곡들 중 끄트머리에 있어 자칫 묻힐 번했던 곡이 묘한 인연으로 히트송 ‘누이’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설운도는 지금까지 그 모든 게 장인, 장모의 배려라 여기며 아무리 바빠도 두 분의 기제사엔 빠지지 않는다. 설운도는 여자를 대상으로 한 노래를 많이 불렀다. ‘누이’ 외에도 ‘쌈바의 여인’, ‘여자 여자 여자’, ‘춘자야’, ‘장미 같은 여자’ 등이 좋은 예이다. 그 바람에 그는 2011년 12월 부녀연합회로부터 상을 받아 눈길을 모았다. 시상식 날 그는 기타반주로 ‘누이’를 즉석에서 부르며 노래 잘 부르는 비결을 알려주기도 했다. “누이를 부를 땐 누님들 마음에 울렁거림이 있도록 불러야하며 윙크도 살짝 하라”고 귀띔해 박수를 받았다.

● KBS ‘신인탄생’ 5주 연속우승, 가수데뷔

노래주인공 설운도(본명 이영춘)는 1958년 6월 23일 부산 해운대에서 아버지 이상택과 어머니 곽순자의 3남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해운대초등학교, 부산동중학교를 거쳐 부산한독원예학교 재학 중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병환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돈을 벌기위해 연탄배달에 나섰다. 이후 육군 제대 후 가수의 꿈을 품고 1982년 KBS의 서바이벌 오디션프로그램 ‘신인탄생’에 나가 5주 연속우승, 그해 ‘잊어야할 사람’을 취입해 가수로 데뷔했다.

하지만 신인가수라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5~6년 무명가수시절을 보내고 있던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1983년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프로그램이 수호천사가 됐다. 그의 노래 ‘잃어버린 30년’은 이 프로그램테마송으로 수십 만 이산가족과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이 곡이 지금의 설운도를 있게 만들었다. 이 노래는 하루 만에 녹음하고 그 다음날 히트한 신기록으로 기네스북에까지 올랐다. ‘잃어버린 30년’으로 그해 KBS 가요대상 7대 가수상까지 받는 등 졸지에 떴지만 이듬해 매니저와의 마찰로 일본으로 떠나 3년간 공백기를 맞았다.

그는 일본서 노래공부를 하고 돌아와 ‘나침반’(1984년), ‘원점’(1986년), ‘마음이 울적해서’(1989년), ‘혼자이고 싶어요’(1990년), ‘다함께 차차차’(1991년), ‘여자 여자 여자’(1992년), ‘쌈바의 여인’(1995년), ‘재회’, ‘사랑의 트위스트’(1997년), ‘누이’(1999년), ‘갈매기 사랑’(2002년), ‘춘자야’(2004년) 등을 불러 히트했다. 이어 ‘내 사랑 금정’, ‘장미 같은 여자’(2010년), ‘추억 속으로’(2011년), 1992년에 발표된 ‘미련의 블루스’(2013년 재취입), ‘보고 싶다 내 사랑’(2014년)도 불렀다.

재기에 성공한 설운도는 1990년대부터 ‘트로트 4대 가수’로 꼽히고 있다. 그가 사랑하는 자신의 곡은 ‘잃어버린 30년’, ‘누이’, ‘사랑의 트위스트’다. 국민을 흥겹게 하는 트로트와 함께 해온 대중가수 설운도는 역사적 아픔, 눈물, 한을 읊조리는 무거운 트로트에 새 멜로디가 접목된 젊고 리듬감 넘치는 노래를 많이 부른다는 평을 듣는다.

설운도가 이처럼 성공하기까지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은 어머니(2016년 1월 23일 별세)다. 그는 “집안반대로 가수활동을 접은 어머니의 못 다한 꿈을 이뤄드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수가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결혼하고 얼마 안 돼 어머니가 서울 종로에 있는 다방을 잘못 인수,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빚을 대신 갚느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 설운도 부부, 국내 첫 가수-배우커플

설운도·이수진 부부는 우리나라 최초 가수-영화배우 커플로 ‘설 그랜트&드류 수진’이란 별명이 있다.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에서 작곡하는 남자로 출연한 휴 그랜트, 작사하는 여자 드류 베리모어의 이름을 딴 것이다. 아내 이수진은 배우 이외에도 작사가로도 이름을 올렸다. 남편 설운도 노래의 80%를 작사했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둘 사이엔 2남1녀가 있다. 이들 중 장남(이승현)은 음악그룹 엠파이어 멤버인 루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