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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더 아름답게 빛내줄

  • 입력 2017.06.21 16:53
  • 수정 2017.07.19 17:18
  • 기자명 글 진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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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숲
지혜의 숲

여름날 아침 이제는 습관이 된 멱을 감는 다음 해가 잘 드는 문간에 앉아 새벽부터 한낮까지 한없이 공상에 잠기곤 했다. 히코리나무는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고, 아무도 방해받지 않는 고독과 정적이 사방에 펼쳐져 있었으며, 오직 새들만이 곁에서 노래하거나 소리 없이 집안을 넘나들었다.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에서 발췌. 헨리데이비드 소로 지음.

▲ 트릴(Trill)의 명수 종달새, 두 음을 반복하는 나이팅게일

음악에서 자연의 소리를 노래할 때 새소리를 묘사하는 데는 흔히 목관악기가 쓰인다. 특히 플루트는 음색이 새소리를 재현하는데 사용된다. 이 외에 오케스트라의 관악기 파트인 오보에와 클라리넷도 종종 새를 묘사하는 데 쓰인다. 트릴과 같은 기교를 화려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바이올린 등 현악기도 새소리 묘사를 자주 담당했다. 현악기로는 음색보다는 여러 소리가 이어지는 음형(音形)을 흉내 내는 데 중점을 둔다. 새소리를 묘사한 음악으로 가장 친숙한 작품 중 하나가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집 ‘사계’ 중 [봄] 1악장이다. 전체 현의 합주로 쾌활한 제1 주제가 나온 뒤, 이 주제를 반복하기 전에 솔로 바이올린과 반주부의 바이올린이 대화하듯이 단순한 음형들을 주고받는 형식이다.

한 음의 리드미컬한 반복이나 빠른 하행 음형, 두세 음의 반복으로 새소리를 연상시킨다. 이 곡에 덧붙여 전해 내려오는 소네트(단시)에는‘봄이 왔다. 새들이 명랑한 노래로 봄이 돌아온 것을 기뻐한다’라고 쓰여 있다. 여러 음형이 각각 어떤 새들을 묘사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53번]에는‘종달새’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제1 바이올린이 제시하는 첫 주제의 트릴이 어린 새의 지저귐을 연상하게 한다.

영국 작곡가 랄프 본 윌리엄스(Ralph Vaughan Williams)의 [종달새의 비상]은 한국인들에게 한층 친숙하다. 본 윌리엄스는 이 곡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바이올린 솔로와 피아노용으로 작곡한 뒤 1920년 바이올린 솔로가 붙은 관현악곡으로 다시 선보였다. 영국 화가 터너(J.M.W. Turner)의 화풍을 연상시키는 미지의 세계를 화폭에 담은 봄의 정경 위로 어린 종달새가 지저귀며 날아오르는 모습을 소리의 시로 펼쳐냈다. 이 곡은 영국 시인 조지 메레디스가(G. Meredith) 1881년 쓴 시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 스포츠 경기와 음악의 조우

세계적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 선수는 시니어 첫 시즌이었던 2006~2007년 시즌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 곡으로 이 [종달새의 비상]을 선택했다. 16세의 나이 어린 선수가 넓은 세상을 향해 비상하는 이미지의 이 프로그램은 세계 피겨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조류 성악계’에서 종달새를 능가하는 스타들은 아무래도 나이팅게일과 뻐꾸기다.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높이 차이가 나는 두 음을 빠르게 오가는 ‘비쭉 비쭉’ 소리가 특징이다. 헨델은 특히 나이팅게일을 사랑해 작품 속에 자주 나이팅게일의 소리를 묘사했다.

오라토리오 [솔로몬]에는 ‘나이팅게일 합창’이 등장하고, 칸타타풍 송가 ‘쾌활한 자, 사려 깊은 자, 온화한 자(L 'allegro, il Penseroso ed il Moderato)’에도 나이팅게일의 소리를 묘사한 아리아 ‘달콤한 새여!’(Sweet bird)가 나온다. 이 노래는 전주 부분의 목관 음형이 비발디의 [플루트 협주곡 3번] ‘방울새’(Il Gardellino)를 연상케 해 특이하다. 나이팅게일과 방울새는 둘 다 참새목에 속하지만, 종이 다른 새다. 이탈리아의 관현악 명장 오토리노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는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Pini di Roma)](1918) 3악장 ‘자니콜로의 소나무’에서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나이팅게일의 소리를 축음기로 녹음해 연주회장에서 재현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물론 오늘날에는 ‘축음기’보다 발전된 음향기기를 사용한다. 톤마이스터(Tonmeister)들이 이야기하는 음악의 톤 관리의 소중함이라 할 수 있겠다.

▲ 뻐꾸기 소리 음정은 3도와 4도 사이, 주치의 닥터의 음성 3도와 5도 간격

화려하지는 않지만,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새소리로 뻐꾸기를 빼놓을 수 없다. 높고 낮은 두 음정이 이어지는‘두 음표’의 단순한 소리로 쉽게 머리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또한, 음향학에서 와 음악교육에서 3도 이펙트가 있다. 이 부분은 음성학과 연결이 된다. 중저음의 음성 톤에서 상대에게 대화 속의 평안과 안정을 빠르게 회복하게 한다. 주치의 닥터의 따듯한 음성은 환자를 편안한 심신의 상태로 회복시킨다. 신(神)이 닥터에게 내려준 음성은 엄준히 사용되어야만 하는 준비되어 진료에 사용해야하는 인격적인 태도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진단과 처방에 중점을 두기보다 동기부여와 본인의 의지를 키운다. 능동적 동반자로의 함께 되기를 요구하는 의료진의 따듯한 음성 3도와 5도 간격의 내러티브이다. 스웨덴 작곡가 요나 손의 ‘뻐꾸기 왈츠’나 독일 민요‘뻐꾸기’는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선율이다. 각각 곡 서두에서부터 두 음표의 또렷한 음형으로 뻐꾸기 소리를 표현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에서 자주 연주되는 ‘왈츠의 왕’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폴카[크라펜 숲에서, Im Krapfenwald'l (In Krapfen's Woods)]도 뻐꾸기 소리로 인상 깊은 작품이다. 빈 숲에 있던 작은 선술집 ‘크라 펜 숲’의 정경을 묘사한 이 작품은 각각 뻐꾸기 소리와 종달새 소리를 내도록 고안된 두 종류의 ‘새 호루라기’(Bird Whistle)를 사용한다.

뻐꾸기 소리는 리코더와 비슷한 취구로 바람을 불어넣어 내며, 관의 끝을 손으로 여닫아 음정을 바꾼다. 때로는 마지막에 실제 뻐꾸기 소리와 반대로 낮은 소리를 먼저 내서 음악 현장성에서만 느끼는 긴 곡에서 오는 긴장을 1초의 웃음 릴랙스로 풀어낸다. 그것은 바로 현장감에서 오는 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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