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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플 때 중독성 약물에 더 민감

  • 입력 2017.07.03 16:05
  • 기자명 신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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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김정훈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김정훈 교수

음식을 먹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인 행동이다. 이런 행동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우리 뇌의 보상회로가 관여한다. 대뇌보상회로는 어떤 행동이 가치 있는지 그리고 그 행동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판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대뇌보상회로는 약물 중독과도 관련이 있는데, 대뇌보상회로의 중심에 있는 중격측좌핵이 약물 중독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최근 식욕관련 호르몬과 약물중독의 상호작용기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새로운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그동안 중격측좌핵에서 중독성 약물이 중독관련 행동을 유발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식욕관련 호르몬이 그런 행동을 나타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김정훈 교수 연구팀은 그렐린(ghrelin)을 쥐(rat)의 중격측좌핵 내에 투여하면 암페타민(amphetamine)에 의해 유도된 보행성 활동량이 더욱 현저하게 증가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렐린은 배가 고플 때 위에서 분비돼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암페타민은 코카인과 함께 대표적인 중추신경 흥분제로서 중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이다.

더 나아가서 연구팀은 암페타민을 선행투여하고 2주가 지난 뒤, 중격측좌핵에 직접 그렐린을 투여했다. 그 결과 그렐린을 투여한 그룹에서 마치 암페타민을 투여한 것과 같은 행동민감화(sensitization) 효과를 보였다. 단, 이 경우는 D1 도파민 효능제의 도움을 필요로 하였다. 행동민감화 반응은 중독의 동물모델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행동의 하나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식욕촉진 호르몬이 중독성 약물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중독성 약물에 노출되면 중독에 빠질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훈 교수는 “암페타민에 노출된 쥐에서 더 이상 암페타민이 없는 상태에서도 단지 중격측좌핵에 넣어준 그렐린에 의해 행동민감화 반응이 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보고된 새로운 발견”이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보다 상세한 작용기전을 밝히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약물중독뿐만 아니라 중독과 식욕조절장애 간의 공통된 작용기전에 대하여도 실마리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음식을 조절하지 못해  비만이 되는 경우도 일종의 보상회로 기능의 오작동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는 글로벌연구네트워크사업 및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중독 분야의 권위있는 학술지인 어딕션 바이올로지(Addiction Biology)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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