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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세균이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동맥경화증의 발병 기전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을 일으키는 동맥경화 질환은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이다. 고령화에 따라 동맥경화 질환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식습관의 서구화에 의한 동맥경화 질환 발생 연령의 저하, 그리고 관상동맥뿐 아니라 뇌·경동맥 협착이나 하지의 폐색성 동맥경화증 같은 중증 동맥경화증 환자가 증가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로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흡연, 비만 등이 알려져 있으며, 동맥경화 예방을 위해 이런 위험인자에 대한 조절이 필요하다. 이런 위험인자는 각종 약제의 개발에 의해 비교적 조절되고 있으나, 의료비 상승이 문제이며,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혈관 이벤트를 완전히 예방할 수 없어 새로운 치료법이 기대되고 있다. 

즉 약을 먹고 안심 했는데도 심장병이나 뇌졸중이 생기고, 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높지 않아도 동맥경화가 진행되는 환자도 많다. 이런 환자에서 동맥경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장내 세균과 동맥경화의 연관성

그러다가 2011년 영국에서 발간되는 <네이처> 잡지에 그 동안 수수께끼였던 동맥경화에 장내 세균이 만드는 물질이 관여한다는 새로운 사실이 발표되었다. 심장병에 걸린 사람의 혈액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혈액에 들어있는 2000종 이상 물질의 양을 조사하여 어떤 물질이 있으면 심장병에 걸리기 쉬운지 알아 본 것이다. 

이런 방법을 ‘대사체 분석’이라고 하며, 최근 미량 물질 분석 기술과 컴퓨터에 의한 데이터 처리 능력이 발달하여 가능하게 된 새로운 연구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그 결과 혈액에 TMAO라는 물질이 많은 사람은 심장병에 걸리기 쉬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음에는 그 TMAO가 어디서 와서 사람의 혈액 속에 있게 되었는지의 출처를 찾아 갔다. 그러자 간에서 TMA라는 물질이 변화되어 TMAO가 되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TMA는 어디서 왔을까? 여기에는 장내 세균이 관여하고 있었다.

레시틴의 중요성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식품에 들어있는 레시틴이라는 영양소가 장내 세균에 의해 분해되어 TMA를 만드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장에서 흡수되어 간에 도달하여 TMAO로 바뀌는 것이며, 그 기원은 레시틴이었다. 레시틴이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동맥경화와 관계가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레시틴은 우리가 매일 먹는 달걀, 우유, 육류, 콩에 많이 들어 있는 영양성분 이다. 레시틴은 건강에 매우 나쁜 물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이며, 레시틴은 몸을 만드는데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영양소의 역할을 한다. 

결국 레시틴을 먹지 않으면 오히려 건강이 나빠지게 된다. 레시틴이 동맥경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레시틴을 많이 먹으면 심장병이 될까? 실제로 마우스에 레시틴을 주는 실험을 시행하였다. 일반 사료를 준 마우스보다 레시틴을 많이 준 마우스에서 동맥경화가 악화되는 결과를 보았다. 

이때 마우스의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에 이상이 없었다. 그리고 마우스에 강력한 항생제를 투여하여 장내 세균을 죽이고 나서 같은 실험을 했더니 레시틴을 많이 주어도 동맥경화가 악화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연구팀은 사람에서 레시틴을 대량으로 섭취시키는 실험을 시행하여 혈중 TMA 증가를 확인하였고, 사람에서도 동맥경화가 일어날 때까지 실험을 계속 할 수는 없으며, 사람에서도 항생제를 사용하여 TMAO 증가가 억제되는 실험은 시행되었다. 이 연구가 발표되자 미국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다. 

레시틴이 건강에 좋은 영양소라고 그 동안 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시틴 선전 문구에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떨어진다”라는 말도 있었다. 동맥경화를 방지하기 위해 복용하던 기능식품이 전혀 반대 작용을 나타낸다는 발표에 놀란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마우스에서처럼 항생제를 사용하여 장내 세균을 죽여 버리면 좋을까?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은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레시틴이 들어있는 달걀이나 육류를 계속 먹으면서 TMA를 만들지 않는 장내 세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 어떤 균이 증가하면 TMA가 많이 나오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며, 연구팀은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마우스에 유산균을 먹여 간에서 TMA양이 감소하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 유산균 음료 광고에 동맥경화 예방 효과를 쓸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되돌아보면 전 세계의 장수촌에서 유산균 음료를 많이 먹고 있으며, 장수하는 사람이 육류나 콩을 많이 먹어도 동맥경화가 적었던 이유의 하나를 설명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동맥경화의 면역 요법 관여

최근 동맥경화는 혈관의 만성 염증질환으로 인식하고, 염증 및 면역 반응이 병태에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고전적으로 염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구강내 세균과의 관련이 조사되었으나, 이에 대한 치료 개입이 심혈관 이벤트 예방으로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동맥경화 병소에는 마크로파지나 T림프구 등 다양한 염증 세포가 존재하며, 염증성 사이토카인, 케모카인에 의한 혈관 세포나 염증 세포 활성화가 병태 진행에 관여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개념을 기초로 염증 및 면역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동맥경화 예방법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임상에 응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로 동맥경화의 항염증 면역 요법 연구에서 장관 면역 수식에 의한 동맥경화 예방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이런 면역 요법을 사람에 적용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벽이 많다. 따라서 장관 면역에 영향을 주는 동맥경화 질환에 관련된 장내 세균을 규명할 수 있으면, 장내 세균총을 통한 치료 개입으로 동맥경화 질환의 예방이 실현될 가능성이 머지않았다.

<다음호에 계속>

김영설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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