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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정신을 위한 열여덟 가지 조언 Ⅲ

  • 입력 2017.07.18 14:14
  • 기자명 전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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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진다.

여유가 있다는 것은 마음에 빈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빈 공간이 있어야 필요할 때에 필요한 것을 담을 수 있다. 우리 마음이 꽉 차버리면 다른 것이 들어올 수 없다. 스케줄이 꽉 차면 다른 것을 할 수 없듯이 우리 마음도 우리 것으로 꽉 차면 다른 것이 들어올 수 없다. 우리의 생각이나 신념, 이념이 다른 사람과 다를 때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신념, 이념을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속에 빈 공간이 있어야 한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가족에 대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가족이 들어올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리와 많은 면에서 다른 사람과 만난다. 그때 그 사람들과 진정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여유가 그래서 중요하다. 여유는 그래서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여유는 나와 남을 진정으로 공존하게 해준다.

여유를 통해 유머가 생길 수 있다. 난처한 상황이 생겨도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같이 웃을 수 있게 된다. 내가 아는 목사님은 미국 교회를 맡아서 목회 활동을 한다. 이 목사님이 몇 해 전에 미국 사람과 결혼을 하여 목사님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주례는 한국 목사님이 섰는데 이분이 신랑, 신부를 소개하면서 그만 실수를 했다. 신부 이름이 신디인데 낸시라고 한 것이다.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당황하고 의아해했다.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신랑 신부와 막역한 사이거나 동네 사람들이라 신랑 신부를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결혼식 비디오를 봤는데 하객들의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때 신랑이 마이크를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의 결혼식은 우리와 분위기가 달랐다. 결혼식을 진행하는 사람이 신랑에게 마이크를 주니 신랑이 약간 장난기 섞이고 설레는 표정으로 ‘낸시는 끼워줍니까?’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다 웃었다. 어색한 분위기가 일시에 다시 편안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것이 유머의 힘이고 여유의 힘이다. 여유는 인생을 전환시키는 힘을 가졌다. 인생은 전환이 필요하다. 전환하는 힘이 없으면 인생은 힘들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의미 있고 행복한 것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1995년에 미국에서 열린 최면 워크숍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워크숍 첫날 오전에 교육이 끝나고 오후에 환영 파티가 있었다. 호텔에서 나온 직원들이 파티 준비를 하고 우리는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직원이 상을 차리고 파티를 준비하다가 접시를 깼다. 난처한 상황이었다. 그때 오전에 우리에게 자기최면을 강의한 강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자, 파티가 시작됐습니다.” 모두 웃었다. 직원들은 웃으며 파티 준비를 하고 우리도 유쾌한 마음으로 파티 준비를 기다릴 수 있었다. 유머는 여유 속에서 피어난 꽃과 같다. 유머의 시작은 여유를 가지려고 하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정신 건강이다.

열한 번째, 시야를 넓게 가진다.

시야가 좁은 것이 정신 불건강이고 시야가 넓은 것이 정신 건강이다. 시야가 좁아 자기 자신만 또는 자기 가족만 아는 것이 정신 불건강이고 시야가 넓어 자신이 소속한 사회 나아가 국가, 세계가 마음에 들어있으면 정신이 건강한 것이다.

달라이 라마를 처음 본 것은 2003년 일본에서였다. 달라이 라마의 일본인을 위한 법회가 일본 휴양 도시인 가나자와라는 곳에서 열렸고 마침 한국인을 위한 자리도 있다고 해서 먼발치에서라도 보려고 갔었다. 달라이 라마가 입장을 하면서 무대 뒤편에서 단상으로 걸어 올라오며 인사를 하는데 참석자들이 진정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때 달라이 라마의 관심은 참으로 넓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달라이 라마는 시야가 아주 넓은 사람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시야가 넓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마음이 들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충돌이 없다. 그렇다고 자기는 희생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사람은 아니다. 자기도 생각하고 남도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은 다 똑같다. 남을 나처럼 생각하는 마음이다. 시야가 좁은 사람은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살아가는데 충돌이 많고 힘들다. 남들과 안 만나고 싶은데 안 만날 수가 없다. 그러니 얼마나 힘들겠나? 그에 비해 시야가 넓은 사람은 사람과 만나는데 장애가 없고 잘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니 힘들지 않다. 그리고 사실 세상 모든 것은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시야가 넓어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잘 살펴보아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를 진정 위한다면 시야를 넓혀야 한다. 시야를 넓힐수록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 된다.
 
열두 번째, 공감 능력을 기른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보려고 하는 노력이다. 불교의 수행으로 얻어지는 타심통을 얻기 전에는 완전한 공감은 힘들다. 남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알려고 노력할 뿐이다. 남의 마음을 정확히 아는 것은 어렵지만 내 마음은 정확히 안다. 하긴 자신의 마음도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 남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려고 노력할 때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나다. 우리는 오랜 습성으로 추측을 한다.

‘남의 마음은 이럴 것이다’하고 추측을 하고 그렇다고 단정한다. 실제 다른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이야기해도 거짓말한다고 생각한다.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공감은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마음에 기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그 마음을 있는 대로 이해하는 것은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공감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 어떤 사람은 오해를 한다. 공감을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공감은 그런 것이 아니다. 공감은 일단 그 사람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데까지이다. 알고 나서는 무엇을 하든 자유다. 그러나 정확히 알고 정확히 안 것에 입각해서 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특히 공감의 자세가 필요한 사람이 세 부류가 있다. 부모, 교사, 성직자는 공감이 꼭 필요하다. 이 세 부류의 사람은 사람의 무의식에 직접 영향을 준다. 사람들이 이 세 부류 사람에게는 기대하는 것이 다르다. 특별하게 생각한다. 자식이 부모를 대할 때 부모도 한 사람의 사람에 불과한데 특별한 사람으로 본다.

그런 만큼 부모의 말이나 행동은 자식에게 영향을 크게 준다. 이럴 때 공감을 통해 자식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 적절하게 하면 아이는 건강하게 클 수 있다. 아이는 더운 날 밖에서 뛰어놀다 와 목이 말라 시원한 물을 찾는데 엄마가 몸에 좋다고 꿀물을 주면 아이는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겠나? 엄마와 아이 사이에 관계가 나빠지고 매사에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정신적인 문제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안 좋고 그것을 토대로 다른 인간관계가 안 좋을 때 생긴다. 공감은 인간관계에서 아주 중요하다. 공감을 하려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면 호흡이 맞고 충돌이나 갈등이 별로 없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던 아이도 학교를 다니면서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부모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한 아이가 선생님과 좋지 않은 경험을 해 선생님을 좋지 않게 생각하면 세상은 다 그렇다고 생각하고 세상과 적대적이 된다.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 참 중요한 존재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신분석에서는 초자아를 이야기한다. 초자아는 양심과 같이 우리 자신을 바르게 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데 아이들이 초자아가 생길 때 부모의 태도가 내재화되어 생긴다고 한다. 부모의 태도는 초자아 형성에 중요하다. 교사도 초자아에 영향을 준다. 이런 점에서 교육은 참으로 중요하다.

성직자도 마찬가지다. 부모나 교사처럼 초자아에 영향을 주고 무의식에 영향을 준다. 성직자의 말과 행동도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과는 다르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되려면 모든 분야가 다 중요하지만 우리의 마음에 큰 영향을 주는 부모, 교사, 성직자가 바로 서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감은 모든 사람에게 다 중요하다. 인간관계에서 성공하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 공감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고 그에 따라 한다면 인간관계를 잘 할 수 있다. 공감은 훈련을 통해 우리 것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추측이나 판단을 중단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훈련을 하면 점점 다른 사람의 마음이 있는 그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공감 훈련이 되면 다른 사회현상을 볼 때도 자기 생각보다는 실제를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래서 실제에 맞게 살아가게 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