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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 입력 2017.08.16 14:27
  • 기자명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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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에 미국에서는 학대당하는 말이 많았다. 자동차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마차를 끌거나 기마용으로 쓰이는 말이 모든 교통수단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승용차가 나오면서부터 길가에는 굶거나 학대받아 버려진 말들이 즐비했다. 그래서 뉴욕 지역에는 일부의 지각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동물 학대 방지법’이 제정되었다. 비록 쓸모는 없지만, 생명 있는 동물의 존엄성을 지켜주려는 의도였으리라.

어느 날 재판정에서 ‘8살짜리 암컷’의 재판이 진행되었다. 주인에게 오랫동안 학대당하고 폭행을 당한 경우였다. 판사는 주인에게 ‘학대죄’를 적용하였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8살짜리 피해자는 사실은 말이 아니고 인간 소녀였다. 이 소녀가 자신의 양부모에게 학대받는 것을 보고서 백방으로 노력하다가 마지막에 법정으로 데리고 온 것은, 소녀가 나가는 교회의 여자 전도사였다. 그녀는 교회의 목사님, 장로님, 다른 법적 기관에 모두 도움을 청했다. 물론 소녀의 부모님에게는 여러 가지 말로서 학대를 중지할 것을 권고하였다.

맞고 자란 이가 자녀에게 폭력

그러나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에는 성경에서도 ‘매’를 들라고 했고, 부모가 알아서 하는데 남이 참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8살짜리 소녀는 영양 부족이 되고 얼어 죽을 지경에 빠졌다. 동물이 보호를 받는 법이 있다면, 이하의 취급을 받는 인간도 그 법의 혜택을 받아야 된다고 믿은 이 전도사는 모든 사실을 그대로 법정에 고발하였다. 단지 그 주인공이 말인지, 인간인지는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을 심리했던 판사나 주위의 지성인들은 아동을 보호해 줄 법의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아동 학대 방지 및 치료법’이 미국의 각주에서 통과된 것은 1960년대였다. 그만큼 아이 기르기는 힘든 일이고, 버릇을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리라. 어릴 때에 많이 맞으면서 자란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아이들을 때려서 기르는 수가 많은 것은 통계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토록 맞는 것이 싫고 원한에 맺혀 있기에 자신의 몸속이나 아니면 뇌 속에 서리서리 녹아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 훈육방법을 찾아서 익히기 전에 자신도 모르게 배웠던 체벌방법(?)이 튀어나오기 쉽다.

게다가 때리는 것처럼 효과적(?)이고 신속한 처벌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그야말로 효과 만점이다. 다만 당한 쪽에서는 이 기막힌 방법을 남들에게 똑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번져나갈 뿐이다. 아버지에게 맞은 아들은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때리고, 어른이 되면 아내를 팬다. 아니면 자신을 파괴시키는 약물이나, 음주, 갱단 가입, 또는 범죄자로 된다.

교육학 박사도 자녀 학대

최근에 뉴포트 시 재판정에 서게 된 매치닉씨 가정의 사건도 우리 한인 이민자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LA 쉐리프사전트인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인 어머니가 자신들의 아들을 학대한 죄로 기소되었다. 배심원의 판결에 따라 3~4년의 징역을 갈지도 모른다.

물론 아들은 문제 행동을 하였다. 학교 성적이 떨어지고 숙제를 안 했다. 그래서 숙제를 끝낼 때까지는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밖에다 재웠다. 개집에서 소년은 잤다. 그리고 부모님의 돈을 훔쳐가기 시작했다. 부모는 아들에게 가족과 저녁을 못 먹게 하고, 부엌에서 찌꺼기를 먹게 했다. 심하게 때린 적은 없다.

부모는 ‘순종하는 법’을 아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 이런  처벌을 했다고 주장한다. 아들이 개똥을 청소하지 않은 날에는 그 똥을 아들의 책가방에 퍼 담아 넣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최근에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이들을 기르는 일은 감정에 휩싸이기 쉬운 힘든 작업이다. 이성이나 학문으로 할 수 있다면야 학교를 다니거나, 과외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원자폭탄처럼 힘이 쎈 것이 이 어린 자식들이다. 왜냐하면 우리를 그대로 닮았고, 우리의 사랑을 송두리째 차지하면서도 우리 마음대로 조절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감정 조절과 함께 이민자 부모에게는 지식의 습득도 필요하다. 아들의 성기를 만진다든가, 걸어 다니는 여아를 발가벗겨서 두는 것은 미국법에 저촉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대로 따라야 된다. 법을 따르기 싫으면 로마를 떠나야 한다. 그래야 그 자식들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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