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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치료법 없는 뇌출혈, 나노 기술로 치료

  • 입력 2017.08.23 12:21
  • 기자명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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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

[엠디저널] 뇌혈관질환은 국내에서 단일질환으로 심장질환에 이어 제2의 사망원인에 꼽히며, 전 세계적으로도 후유장애가 가장 큰 질환군이다.

뇌출혈은 뇌혈관질환의 대표적인 형태다(국내 뇌혈관질환의 30%). 뇌혈관의 약한 부분이 터져 발생하며 두통과 의식저하, 반신마비, 발작 등을 동반한다. 뇌출혈 후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뇌부종은 환자를 사망에도 이르게 한다. 실제 뇌출혈 환자는 1달 내 40%가, 1년 내 나머지의 50%가 사망하며, 12~39%의 환자에서만 완전한 기능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혈압을 조절하는 내과적 치료 외에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선택적으로 혈종제거 수술(외과적 치료)이 시행되고 있지만, 극히 일부의 환자에서만 효과가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 연구팀(제1저자: 강동완, 정한길, 김치경)은 뇌출혈 후 주변조직의 염증반응이 뇌부종 및 그에 따른 뇌손상을 일으키고, 이 뇌부종과 뇌손상이 뇌출혈의 사망률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데 주목했다. 즉, 뇌출혈 후 주변조직의 염증반응을 억제하면 뇌출혈로 인한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염증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데 탁월한 기능을 하는 ‘세리아 나노입자’를 치료물질로 택했다. 그리고 자체 개발한 세리아 나노입자를 뇌출혈 환경이 조성된 세포에 적용한 결과, 염증억제 및 세포보호 효과를 확인했다.

뇌출혈 동물모델(생쥐) 정맥주입 결과에서도, 세리아 나노입자를 주입한 군은 그렇지 않은 군(대조군)에 비해 뇌출혈 병변 주변의 대식세포(뇌출혈 후 염증반응 초기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가 감소했으며, 염증반응 시 발현되는 단백질 역시 줄었다. 염증반응이 줄면서 뇌출혈로 인한 뇌부종도 대조군에 비해 현저히 감소(68.4%)했다.

연구책임자인 이승훈 교수는 “뇌출혈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이전부터 있었고, 치료제 개발 역시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이루어졌으나 현재까지도 난항을 겪고 있다”며 “본 연구는 뇌출혈 후 뇌손상의 주요 병태생리를 파악해, 그에 적합한 나노기술을 도입, ‘뇌출혈의 의학적 치료 공백을 나노기술로 극복’한 획기적인 연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동물실험에 성공한 단계로 인체에 적용하기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질병중심 중개 중점연구),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 등 정부 R&D 지원으로 추진됐으며,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학술지인 ‘나노 연구’(Nano Research) 8월호에 게재됐다. 국내 특허를 비롯해 국제 PCT(특허협력조약) 출원도 완료됐다.

※ 참고자료
뇌출혈 (Intracerebral hemorrhage)
뇌출혈이란 약 75%가 고혈압이 원인이 되어 뇌혈관의 약한 부분이 터져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혈관이 장기간 고혈압에 노출되면 혈관에 변화가 생기는데, 이럴 때 과도한 흥분이나 정신적 긴장, 과로 등의 요인에 의해 혈압이 상승하면 혈관이 견디지 못해 터질 수 있다. 두통, 의식 저하, 반신 마비, 발작 등이 증상으로 나타나며, 뇌출혈 이후 2차적으로 발생하는 뇌부종에 의해 사망할 수 있으며, 발생 시 고혈압 관리 및 출혈 또는 뇌부종에 의한 뇌압 상승에 주의해야 한다.

뇌출혈 병변 주변 부종 (Perihematomal edema), 뇌부종 (brain edema)
뇌출혈이 발생하면 뇌출혈 그 자체에 의한 뇌조직 손상이 일어나지만, 두개골 내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저절로 지혈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터져나온 혈액 성분(heme, thrombin 등)이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수시간~수일에 걸쳐 염증 반응에 의한 뇌부종이 발생한다. 뇌출혈에 의한 혈종 그 자체보다는 뇌부종이 뇌압 상승의 원인이 되고, 뇌부종으로 인한 뇌간 압박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거나 후유 장애가 심하게 남는 경우가 많다.

세리아 나노입자 (Ceria nanoparticles)
희토류 금속 원소인 세륨은 자연상에서 은색을 띄며 연성이 있는 무른 금속이다. 공기 중에서 매우 쉽게 산화세륨(세리아)으로 산화되는데, 칼로 긁으면 불이 날 수도 있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산화세륨(세리아)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일산화탄소를 산화시키는 촉매로 사용되는 등 산업 전반에서 촉매로 사용된다. 이러한 산화세륨(세리아)을 나노미터 단위의 작은 입자로 공정한 것이 세리아 나노입자이다.

세리아 나노입자의 표면에는 세륨 3가 이온(Ce3+)과 4가 이온(Ce4+)이 공존하는데, 3가 이온-4가 이온으로 산화-환원을 반복하면서 반영구적인 항산화 작용을 한다. 2012년에 세리아 나노입자의 뇌경색 치료 효과를 같은 연구진이 입증한 바 있다. 이외에도 2006년에 망막 변성, 2016년에 치매에 대한 치료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이처럼 세리아 나노입자는 활성산소 또는 염증반응을 주요 병태 생리로 하는 여러 질환에서 치료 효과를 나타내, 향후 뇌염, 패혈증, 류마티스성 질환 등 여러 질환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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