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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미국 의사협회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 입력 2006.08.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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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자주 정치 세력화를 외쳐왔다. 의협에는 다른 보건의료단체에 없는 의정회(醫政會)라는 것까지 있다. 미국의 정치학 교과서는 정치의 정의를 다양한 이익집단 간의 갈등과 투쟁을 조정하고 타협해주는 행위라고 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일어난 극단적인 의료 파업은 의사들의 사회적 위상을 크게 변화시켰다. 의사들은 더는 시혜자의 권위를 누릴 수 없게 됐고, 국민의 눈에 의료행위도 시혜 행위가 아니라 일종의 서비스 행위로 전락했다. 점잖은 의사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까지 하는 철저한 이익집단으로 보인 것이다. 국민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반면 공익의 주체로서 의술을 인술로 행하던 의사들의 입장에선 정권의 밀어붙이기 성과위주의 정책에 대해 피해의식이 많았을 것이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의료행위에만 집착하면서 자족하다 갑자기 정치적 충격을 당해 정치 참여라는 방향으로 의식을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파업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의 파업은 노동자들의 행위라는 느낌이 강하고 얼마 전 서독에서 그리고 최근 프랑스에서 의사들이 임금인상을 이유로 파업을 강행한 것을 제외하고, 서구에서는 의사들의 파업과 같은 극한 행위는 거의 사라졌다.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이전에 국민의 건강증진에 더 많은 관심 가져야의사들이 집단 이익만을 증대하려고 정치에 참여한다면 국민의 눈 밖에 나 성공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할 것이다. 자율성만 찾는 의사들은 체제 유지비용은 내지 않고 상당수 회원이 무임승차하고 있다. 직능단체에 속한 회원으로서 당연한 의무인 의협 회비 납부율이 얼마나 저조한가? 이러한 무임승차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이익만 좇는 사람들이라는 내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잘못하면 야단도 치고, 아니라고 해야 할 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선배들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른이 없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의사가 직면한 환경은 환자와의 양자관계였다. 양자관계에서는 대화와 타협이 쉬웠다. 그러나 현재는 삼자관계다. 삼자관계에서의 현실은 입체적인 공간에서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6월 26일 발표한 보건의료통계(OECD Health Data 2006)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의료비는 OECD 가입국 중 가장 낮지만 한국 국민의 건강수준은 OECD 국가의 평균 수준 또는 그 이상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부에서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안정화를 위해 약가적정화 방안으로 선별목록제 정착에 올인 하고 있으며 그 결과 한.미 FTA 미국 측 협상대표가 본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제도에 탁월한 식견과 폭넓은 경험이 있는 서울의대 김창엽 교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으로 입명하려 하고 있다. 재정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사들도 공멸할 수 있다. 따라서 의협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대승적 차원에서 복지부정책에 협조할 것인지, 유보적 태도를 보일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나이를 들먹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1,000만 서울시민을 대표해 10조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45세에 불과하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의 전문직의 희소성은 많이 감소하고 있다. 의사들도 자신들의 위상을 잘 조절해야 한다. 시대의 거대한 흐름과 맞설 경우 아무런 이득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직능단체 간의 갈등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의료계라는 통칭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위치는 전문화하고 분화해야 한다. 의료계 내의 주도권 다툼이 아니라 봉직의․개원의 ․교수 등 의사들 사이의 차이점을 전문화화면서 최대의 공통분모를 정하고 이를 얻고자 주력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의사의 지위도 많이 변할 것이다. 의사들은 앞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 의사 파업처럼 준비되지 않은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우리나라에서 직업에 선생님을 붙이는 것은 직업교사와 의사 두 직종밖에 없다. 전문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변했다. 변호사의 경우 매년 1,000명씩 생겨나고 있고 앞으로 로스쿨이 생기면 2,000명씩 나올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의사와 변호사가 갑이고 환자와 의뢰인이 을의 입장이었으나, 이제 의사나 변호사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런 현상이고, 이를 안타까워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 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은 이익 집단적 특성도 있으나 가치 집단적 속성도 있으므로 이미지 메이킹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익집단과 가치집단의 모습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생산적인 정책을 입안하려면 가치집단이 돼야 한다. 미국 의사협회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이전에 국민의 건강증진에 더 많은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왜 의사들이 정치권에 참여해야 하는지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정치 세력화에 앞서 '정책' 세력화를 먼저 해야 한다. 정책 없이 정치권에 나갈 경우 '뭐 하러 나왔느냐'는 눈총을 받을 것이다. 변호사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듯이 왜 의사들이 정치권에 참여해야 하는지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의사협회 등 직능단체의 정치 진출이 나쁘다고 볼 수 없다. 지역사회의 화백(화려한 백수)들이 국회나 지방의회에 나가는 것에 비해 의사는 임기가 끝나고 돌아갈 직장이 있는 확실한 사람들이다. 의사들도 지방선거에 적극 참여했어야 했다. 정책은 복지부에서 입안하지만 보건소의 불법의료행위단속 등의 예처럼 집행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뤄진다. 기초․광역 자치단체의원과 단체장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3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의사는 이강수 고창군수 등 3명, 간호사는 5명이 지방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약사출신 지방선거 당선자는 종로구청장 등 27명으로 이들은 지역주민에게 감동을 주는 건강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는 결의와 함께 국회, 기초단체장, 광역의회, 기초의회를 연계하는 정책 활동을 통해 현안 해결에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약사나 간호사에 비해 의사의 정치 참여가 얼마나 저조한 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경영 컨설팅社인 엘리오 앤 컴퍼니 박개성 대표는 서울시병원회(회장 허춘웅) 제17차 정기이사회에서 '양극화 환경속의 병원생존전략' 특강에서 최고 지향 목표에 장애가 되는 태도로 고압적이며 비인간적인 서비스, 모호하고 소극적인 서비스를 꼽았다. 하루빨리 버려야 할 사항으로 △환자의 대기시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바쁘다며 환자와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진찰을 끝내거나 △명성을 멍들게 하는 촌지문화 △'일하고 있는 나를 건드리지 마라'는 식의 태도 △'우리의 고객은 만족 한다'는 자만 등을 꼽았는데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는 '공허한 정치 세력화' 같은 메아리 없는 헛구호보다 의사들이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지를 잘 지적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