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장내 세균, 알레르기와 관계있다

  • 입력 2017.09.12 14:56
  • 수정 2017.09.12 16:48
  • 기자명 김영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 만 되면 콧물, 재채기가 나고, 두통과 전신 무력감으로 고통을 받는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겨울에는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아토피 피부염으로 일상생활이 괴로워지기 시작한다. 환절기가 되면 목이 아프다가 천식 발작이 시작되어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한다. 이런 알레르기 질환은 현대인을 괴롭히는 심각한 병이며 면역 이상으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면역이란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며, 바이러스나 병원균 같은 외부의 적과 싸우는 면역세포가 전신을 감시하여, 적을 찾아내서 공격하여 제거하는 일이다. 그런데 백혈구가 우리 몸에 해롭지 않은 꽃가루에 과잉 반응하여 불편한 증상을 일으키면 알레르기라고 한다. 이런 꽃가루 알레르기 이외에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다발성 경화증 등의 자가면역 질환도 비슷한 기전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하며 다양한 치료제가 등장했지만 아직도 많은 환자가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런데 알레르기나 자가면역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장내 세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획기적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뱃속에 있는 장내 세균이 콧물이 나오고 머리가 아픈 꽃가루 알레르기와 관계가 있다고 하면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그림 1. 장내 세균에 의한 단쇄 지방산 생산과 Treg 조절(Hoeppli RE: Front Immunol, 2015)
그림 1. 장내 세균에 의한 단쇄 지방산 생산과 Treg 조절(Hoeppli RE: Front Immunol, 2015)

이 이야기는 알레르기 조절의 중심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의 하나인 ‘제어성 T세포(Treg, 티레그)’의 발견으로 시작되었다. 앞에서 면역세포가 외부 적에 대해 염증을 일으키고 세포를 증식시켜 우리의 몸을 지킨다고 말했는데 간혹 이 면역세포가 너무 과잉 반응을 하면 외부의 적뿐 아니라 우리 몸도 손상을 입히게 된다. 그런데 이런 면역세포의 폭주를 억제하여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가 티레그이다. 티레그가 제대로 작용하고 있으면 면역이 너무 심하게 일어나지 않아 알레르기나 자가면역 질환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부 적을 공격하는 ‘T세포’나 ‘제어성 T세포(티레그)’는 원래 동일한 미성숙 T세포의 변화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미성숙 T세포가 어떻게 티레그가 되는지 궁금해진다.사람의 장은 인체에서 가장 큰 면역 조직이다. 실제로 생체의 면역 조직을 구성하는 면역세포의 60-70%가 장에 모여 있다. 이것은 장이 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음식으로 외부의 유해 물질에 계속 노출되고 있으므로 외부 이물질에 대응하기 위해 장관 면역계라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장의 다양한 면역 시스템 중에서 티레그를 만드는 과정에 장내 세균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티레그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 장내 세균이 만드는 ‘단쇄 지방산’이었다. 실험적으로 마우스에 식이섬유가 많은 식사를 주면, 티레그 수가 증가한다. 식이섬유를 먹이로 장내 세균이 증가하고, 장내 세균이 만드는 물질이 티레그를 증가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성분이 티레그를 만드는지 알기 위해 미숙한 T세포 배양액에 장내 세균이 만드는 물질을 하나씩 넣어주며 조사한 결과 단쇄 지방산의 일종인 부틸산을 넣었을 때 T레그가 크게 증가하는 것을 알아냈다. 미숙한 T세포에 작용하여 DNA의 스위치를 바꾸어 티레그로 변하게 하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원래 티레그는 장내 세균이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장내 세균도 인체에는 외부인이므로 면역 세포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체에 도움이 되는 장내 세균이 장에서 머물기 위해서는 공격을 억제하는 티레그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이렇게 장내 세균이 부틸산을 만들어 공격적인 면역 세포를 진정시켜 스스로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힌트가 있는데 알레르기에서 티레그를 늘려 면역의 폭주를 억제하면 알레르기 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을 막는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장내 세균의 힘을 알레르기의 예방이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2014년 스위스 로잔 대학 연구 팀은 마우스에 식이섬유가 많은 식이를 주어 천식의 원인이 되는 집 먼지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없어지는 것을 알았다. 자세한 기전은 연구 중에 있지만 장내 세균이 만드는 단쇄 지방산이 관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개념은 식이섬유가 많은 식사를 통해 장내 미생물체가 만드는 단쇄 지방산이 증가하면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점이 하나 있다. 식이섬유를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소화하기 어려운 섬유질만 대량으로 먹으면 오히려 변비가 생겨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위장 운동이 나쁜 고령자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며, 식이섬유를 섭취하기 위해 반드시 채소 줄기만 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식이섬유를 먹는 것은 장내 세균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다. 식이 섬유가 장에 도달하여 작은 균들이 이용하려면 식이섬유를 잘 씹어 먹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장에 여러 종류의 세균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라고 부른다. 식이섬유가 많은 식사를 하는 아프리카 사람은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풍부하나 햄버거를 즐기는 미국인은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적다고 한다. 다양성이 적으면 해로운 균이 들어왔을 때 저항성이 적어지거나 항생제를 사용했을 때 장내 세균 분포 이상을 만들어 장에 염증성 질환이나 다른 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식이 섬유뿐 아니라 장에 도움이 되는 세균도 장내에 충분히 있어야 한다. 노인이나 당뇨병 환자는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떨어져있다. 이런 경우에 식이섬유만 많이 먹어도 건강이 좋아지지 않으며 장에 도움이 되는 유익균의 공급도 필요하다.

알레르기와 장내 세균의 관계에서, 요구르트가 알레르기에 효과가 있다고 전부터 알려져 왔다. 이에 대해 부정적 입장에 있는 의사도 있지만 요구르트에 들어있는 균이 알레르기를 직접 예방하거나 개선하는 것과 관계없이 장내 미생물체에 영향을 주어 증상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실증되었다. 알레르기 증상으로 괴로운 사람은 장내 미생물체를 바꾸는 도전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