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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노력만으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까?

통합과 맞춤이라는 범분야적 가치는 자연스럽지만 창의적으로 일상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고, 의학 역시 선두 그룹에서 그 변화의 여파로 생동하고 있다. 2015년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개인별 맞춤 의학을 실현할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를 선언함으로써 그 당위성을 공고히 하였고, 이는 빅데이터, 유전체학 등 IT, BT의 발전으로 급속도로 구체화되고 있다.

필자는 10여 년 전부터 개개인의 생화학적 독창성과 생활양식을 핵심변수로 하는 기능의학이 미래 의학의 이정표가 되리라 예측하여 주력해왔다. 하지만 한국 전반의 의료 현실이 이러한 급물살에 긴밀하게 반응하고 있느냐 반추한다면, 글쎄 오히려 변화에 역행하도록 내몰리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20세기에는 공중보건개념이 미약하고 여러 경제, 사회 기반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기에 국가의 강력한 개입이 효율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21세기는 개개인의 편의, 의견, 차별성이 부각되고 기술적 발달도 동반되고 있기에 각각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실현하는 일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지만, 한국의 의료 현실에서 이를 추구하는 노력은 국가 정책과 충돌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매끄럽지 못한 진료 환경에 의사도 먹고 살기 어렵고 오히려 과잉진료나 유인 행위로 오인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일선 진료 과정이나 의과대학 교육, 보건복지부 정책, 심사평가원의 심사기준도 “모든 사람이 동일하다.”를 전제로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는 건강보험 시스템의 특성상, 비현실적인 기준으로 의료행위를 제한하고 그 부담을 의사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존립해왔다. 그런 와중에, 근래 새롭게 추가된 의료 정책은 모든 진료 행위와 진단을 더욱 좁고 한정된 몇몇 항목으로 규제함으로써, 섬세하고 긴밀한 진료 서비스와 그에 대한 환자의 선택권리는 더욱 요원한 일이 되었다.

BT, IT, medicine의 동시적이고 복합적인 네트워킹을 이해하고 쫓아가라고 채찍질하기에는 연구할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 타당성조차 성립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에 유감을 표하면서 Dr. Ronald Hoffman이 환자의 시각으로 정리한 “의사보다 우리가 더 잘 아는 14가지”를 소개해본다. 우리 의사들에게도, 환자들에게도,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여러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의사들은 박학다식하다. 이들은 가장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 집단으로, 졸업 후에도 강도 높은 8~15년의 교육 기간을 거친다. 그들은 엄격한 검증과 시험을 견뎌내야 하며 자기 전문분야의 최신지견들을 끊임없이 따라잡아야 한다. 하지만 어떤 중요한 관점에서 의사들이 당신의 건강에 대해 당신보다 모를 수 있다. 그래서 주치의보다 우리의 지혜가 더 나을 법한 몇 가지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1) 당신은 의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영리하다.

의학적 소견에 대한 불신이 반드시 무시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소중한 고객이니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의사들은 많이 배운 만큼 그렇지 못한 사람들, “하찮은 인간”에 대해 다소 경멸적이다. 하지만 자동차 정비공, 주부 또는 IT직원들은 실제적인 요령에 상당히 능숙하다. 만약 선택지가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당신이 당신과 가족들을 위한 의학적 결정을 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2) 당신은 “건강”에 있어서 더 나은 권위자가 될 수 있다.

의사는 건강한 삶의 유지에 관해 자연스러운 접근법을 알아보고 공부할 여유가 당신보다 적을 것이며 세뇌적인 수련 과정은 전형적 치료 패러다임 밖의 해결법에 대해 배타적인 경향을 만든다. 명상, 침술, 동종요법, 특이식이, 약초, 비타민, 미네랄 요가 및 다른 보완요법에 대해 공부하는 의사는 거의 없다. 그들은 보통 즐겨들 읽는 건강서적들 조차도 보지 않는다. 보완요법에 대한 대부분의 지식들도 의학저널에 실린 회의적 시각의 기사에서 얻은 것들이다. 만약 당신이 의사들에게 이런 주제들을 얘기한다면 당신은 아무 결실도 얻지 못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무시당할 수 있다.

3) 생활양식은 중요하다.

의학 수련 과정의 혹독함은 의사들이 균형 있는 생활습관과 건강과 장수의 중요한 요소들을 습득하게 힘들게 하는 듯 하다. 의사들에게 적절한 수면의 이득에 대해 질문하며 성가시게 하지 말라. 그들이 수면부족일 것이다. 당신의 담당의는 피로에 찌들어 있는가? 그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는가? 외출은 하고 있는가? 취미는? 운동은? 연애는? 종교 활동은? 심지어 일은 즐기고 있는가? 많은 의사들이 사면초가에 갇혀 있다.

4) 부작용은 현실이다.

많은 의사들이 환자들이 말하는 부작용을 무시한다. 그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복용을 지속하라고 얘기할 것이다. 하지만 보고되지 않은 약물의 부작용이 상당하다. 가끔 오랜 연구 끝에 환자들의 호소가 맞는 것으로 드러나고, 약품에 경고사항이 부착되거나 금지 처분된다. 나는 종종 의대생이나 수련의 시절에 주로 쓰는 약들을 일주일씩이라도 직접 복용하게끔 시킨다면 그것이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까 궁금하다.

5) 영양이 중요하다. 

맞다. 의사들은 그렇게 배우지만 입으로만 이런 것들을 언급하고, 현실적으로는 약이나 수술이 그런 것들을 대체할 수 있다고 여기며 실제적인 영양의 중요성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당신은 보충제와 목표한 식이로 효과를 본 자신의 경험으로 의사보다 영양에 더 믿음을 갖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영양학적 도움이 절실하다고 깨닫고 나서야, 의사들로부터 그에 관한 적절한 조언을 얻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6) 한 가지 처방이 모든 이에게 효과적일 수는 없다. 

약은 보통 나이나 체중만 고려하여 용량을 정한다. 하지만 대사활동은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이 있어서, 양을 적거나 많게 느낄 수 있다. 의사들이 이런 개인 간의 다양성을 인지할 수 있는 기회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순간뿐이다. 그리고 당신만이 의사에게 당신에게 맞는 정도를 설명해 줄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의사에게 맞춤형으로 제조약을 부탁해야 할 수도 있다.

7) 그것은 단지 "망상"이 아니다.

검사결과는 계속 음성이 나오고 증상이 통상적인 치료 프로토콜에 맞지 않다면, 의사들은 그것을 정신적인 원인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정의하기 힘든 상태를 “정신신체증”이라 부르지만 당신은 더 잘 알고 있다. 당신의 증상이 평균적인 의학적 기준을 벗어난다고, 그게 당신의 불편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8)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거기 서 있지 말고 뭔가 해”라는 말은 구닥다리가 되었다. 의사들은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기본신념이 있으며 그들의 방식에 확신이 있다. 의사들은 환자의 망설임을 거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시된 치료 계획이 지나치게 위험하거나 침습적이라고 느껴진다면 당신은 인체 본연의 자연 치유 능력을 활용하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회복된다면 의사는 “자연관해”라고 하겠지만 실상을 당신은 더 잘 알고 있다.

9) 종종 듣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가 있다. 

비록 의료적 의무 관계로 환자에게 처방을 내리긴 하지만, 나는 주의 깊은 청취가 가장 생산적인 순간임을 자주 깨닫고는 한다. 누군가 들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치료적인 가치가 있다. 당신은 의사와의 간단한 대화만으로도 굉장히 높은 가치를 느낄 수도 있다.

10) “아니요. 의사 선생님, 전 괜찮지 않습니다.”, “다 확인했습니다.” 의사가 말한다. “정상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자신의 몸이 뭔가 잘못된 것을 안다. 안 된다는 대답을 거부하고 불편함의 원인을 외면하지 말고 포기하지 마라. 그럼 결국 끈기와 노력으로 효과가 있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1) 영양 보충제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보충제에 회의적인 환경에서 수련 받은 의사라면 아마 도움받기 힘들 것이다. 당신이 접한 건강 웹사이트, 잡지와 책, 라디오는 과로한 당신의 의사에게 “이름뿐인 휴가”와 다름없다. 유감스럽게도 보충제에 관해서라면 비전문가들이 깨우친 식견이 대부분의 의사들을 능가할 수 있다.

12) 모든 검사들이 정말 필요한가? 

의사는 검사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결과는 어떨까? 그것이 당신의 행동을 바꿀까? 검사의 부작용은 없나? 검사를 미루거나 미리 하면 어떨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들은 잦은 “검사 결과”로 도움을 받는다. 다른 이들은 그 모든 것에 겁을 먹는다. 의사가 권장하는 검사가 정말 필요한 게 아니라면 당신이 원치 않는 시술과 추가적인 검사의 자동화된 절차에 들어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13) 어떻게 생을 마감할 것 인가. 당신만이 알 것이다. 

당신의 의견표출이 없다면, 의사의 의무는 당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전면 공세”를 하는 것이다. 정교한 지침을 통해 당신의 바램을 충분히 소통하고, 당신의 선택안을 실행시킬 수 있는 신뢰 있는 변호사를 선임해라. 멍하게 있다가는 당신은 ICU에서 시들어가거나, 인공호흡기나 배에 관을 삽입한 채 부자연스럽게 연명해 갈 수 있다. 그것이 당신 결정인 것이다.

14) 자가치료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의사들은 이를 깨닫지 못하거나 성가신 일로 치부하고 있다. 일방적이었던 의사 환자 관계는 급변하고 있다. 이제 의학은 더 긴밀한 상호작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글을 통해 당신이 깨달음을 얻는다면, 당신의 주치의보다 새로운 의학 패러다임과 보다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는 물론 정책관계자, 대중들은 세계의료의 현주소를 이해하여야 한다. 국민들의 눈높이는 그 여느 세계 시민 못지않은 고급 수준에 도달해있다. 제도에 따라 내몰리는 과의 흥망과 기초의학과 임상 몇 개 과는 지원조차 되지 않는 현실에서 의료계에만 그 책임과 원망을 돌리는 것은 아무런 해결책도 되지 못한다. 어려운 진료 환경에서도 의료를 고민하고 이끌어온 일선의 의사들의 학문에 대한 열망을 꺾지 말고 자유롭고 능동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대한민국 의료의 왜곡과 퇴행을 야기할 뿐이다.

균형 잡힌 국가정책의 미비로 의료가 기형화되는데 진중한 목소리를 내는 대학도 단체도 없고, 시류에 편승하여 눈앞의 이해득실만 계산하는 병원과 대학을 보노라면 개인별 맞춤의학으로 가는 길이 점점 더 아득하다고 느껴지는 게 필자만의 노파심이었으면 좋겠다.

박중욱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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