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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호르몬이 나타내는 몸짓언어
▲ 쉴레 작 : ‘엎드린 소녀’ (1911) 개인소장, 미국

여성의 신체는 남성에 비해서 훨씬 복잡하고 그 기능도 다양하다. 그 가장 변화가 심한 시기가 첫 월경이 시작되는 사춘기이다. 즉 초경(初經, menarche)은 사춘기를 알리는 증표이며, 이에 대한 사전교육이 없다면 이를 묵과하거나 크게 놀라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잘 표현한 그림이 오스트리아의 화가 쉴레(Egon Schiele 1890-1918)가 그린 수채화 ‘엎드린 소녀’(1911)에서 볼 수 있다. 울긋불긋한 원색 옷을 입은 소녀가 엎드려 있으며 아랫도리는 발가벗었고 볼기를 들어내고 있다. 음부는 붉게 물들어 있고, 치마의 붉은 무늬와 연결되어 음부로 부터 피가 흐르고 있으며, 즉 초경의 시작을 소녀는 이를  모르고 자고 있다.

사실 월경은 사람에서만 보는 신비스럽고 특이한 여성생리의 한 현상이다. 옛 사람들은 이것을 추한 것으로 여겨 숨기고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이것은 추한 것도 아니고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고, 새로운 생명을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인류가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저명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월경. 즉, 달거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했는가를 알아보기로 한다.

사춘기에 들어서면 성적인 특징이 나타나 여성은 젖가슴이 불쑥 솟아 오르고 엉덩이가 커지고 몸과 마음의 조화가 깨져 정서가 불안해진다. 자신은 없으나 독립심이 생겨나고 이성에 대해 눈을 뜨게 돼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 모두가 여성호르몬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성호르몬의 양은 약 28일 주기(週期)로 증감이 되풀이되기 때문에 이러한 호르몬의 양의 변화에 따라 감정에도 희비의 굴곡이 생겨, 여성은 그 나이를 막론하고 때로는 이 현상의 결과로 까닭 모를 기쁨과 불타는 듯한 질투심이 생기기도 해 마음으로 조절할 수 없는 감정의 변화에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배란기가 가까워지면 여성의 피부는 더욱 부드러워지고, 윤기가 돌고, 여성은 극도로 아름다워져. 즉, 수컷을 끄는 아름다움이 자기도 모르게 호르몬에 의해서 조절 유도되는 것이다. 그랬다가 배란된 난자가 임자를 만나지 못하면 생리적으로 피가 흘러 나오게 되는데, 이것을 옛사람들은 추한 것이라 숨기고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이것은 추한 것이 아니고 부끄러워할 것도 아니다. 여성으로의 모든 조건을 구비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랑스러운 일이며 기뻐하여야 할 일이다.

여성 질병의 80%정도가 월경불순과 관계된다고 한다. 따라서 여성이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월경 주기가 순조로워야 한다. 여성 대부분이 월경을 전후해서 통증이나 불쾌감이 야기된다. 즉 월경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아랫배가 아파오고, 허리가 무겁고, 전신이 나른하며, 초조하고, 우울하고, 어깨가 뻐근하여, 유방이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을 ‘월경 전 긴장증’ 이라고 하는데 이런 증상들은 월경이 시작 되면 서서히 살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 뭉크 작 : ‘사춘기’ (1893) 오슬로, 국립미술관

노르웨이의 화가 뭉크(Edvard Munch 1863-1944)의 ‘사춘기’(1893)라는 주제의 그림은 뭉크의 초창기의 그림으로 인간 내면의 불안을 잘 표현하고 있다. 침대 가운데에 앉아있는 알몸의 소녀는 무엇인가에 놀라 쫓기는 것 같은 표정이다. 눈을 크게 뜨고 무릎을 접고 두 팔로 감싸고 있다. 소녀는 자다가 초경을 맞아 놀랬고 뜻하지 않은 걱정거리가 생겨나 당혹하고 있다.

뭉크는 이 소녀를 통해 초경 자체보다도 이제부터 닥쳐올 인생에 불안하고  당혹스러운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암암리에 표현해 이 그림이 유명해졌다. 그것은 소녀의 뒤에 있는 벽에 비치는 어두운 그림자가 이를 암시한다. 사실 그렇다. 초경은 인체의 가장 신비한 변화인 동시에 인간의 위대한 능력을 알리는 기쁜 소식인 동시에 불안이 따르기도 한다. 이런 것들의 불안을 뭉크는 잘 나타내고 있다.

월경이라는 현상은 인간에서만 볼 수 있으며 다른 동물에서는 볼 수 없다. 이렇게 신비스럽고 특이한 여성의 몸의 변화가 어떻게 해서 일어나고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그 몸짓언어를 알아보기로 한다.

초경이 시작된다는 것은 여자의 체내에 성주기(性週期)와 관계되는 생리기구가 모두 갖춰져 앞으로 여성으로의 역할이 가능하다는 신호이다. 대뇌의 시상하부(視床下部)에는 주기적으로 성기능을 조절하는 중추와 난소 자극 호르몬의 지속적인 방출을 관리 조절하는 중추가 있다. 이 두 조절 기능의 중추가 정밀한 기계같이 서로 맞물려서 율동적으로 조절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 결과 난소로부터는 난자가 나와 배란(排卵)이라는 현상이 일어나고, 자궁에서는 내막이 떨어져서 출혈. 즉, 월경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 즉 초경이 있다는 것은 여성으로서 구비하여야할 모든 조건을 이상 없이 모두 다 갖추었다는 여성 완성의 알림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초경 연령이 점차 빨라지는 경향을 보여 보통 12-15세까지 거의 초경을 맞게 된다. 초경 때가 되면 계집애의 체격은 일시적으로 남자애를 능가하는 기세로 성장이 빨라진다. 그래서 여자 애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키가 크고 탐스럽게 되면 이것은 초경 때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 자콥 방 로 작 : ‘잠자리에 드는 젊은 여인’ (1650경) 리온, 리온 미술관

이것은 뇌하수체전두엽에서 분비되고 있던 성장 호르몬을 대신해서 난소 자극 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활동을 시작한 난소는 여성 호르몬을 분비하여 여자답게 만들어진다. 우선 몸에는 지방이 많아져 피부가 부드러워지며 탄력이 생기기 때문에 몸매의 곡선이 아름다워져 여성미의 최고에 달하는 것을 시사하게 된다. 이렇게 지방이 많아지는 것은 장차 임신과 수유(授乳)의 에너지 원(源)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지방이 많아져 아름다워진 여성의 몸매를 잘 표현한 그림으로는 화가 자콥 방 로(Jacob van Loo 1614-70)의 작품 ‘잠자리에 드는 젊은 여인’(1650경)을 들 수 있다. 지방이 상체보다도 하체와 엉덩이에 많이 올라 탐스러운 여인이 잠자리에 들기 위해 알몸이 된 것이다.

이러한 몸매의 변화와 더불어 제2차 성징(性徵)으로 성기의 발육, 체모, 겨드랑이털, 거웃(陰毛)을 나게 하고 유방이 부풀고 골반이 커져 앞으로의 임신과 출산에 대비하게 된다. 즉 한 여성으로서 몸매는 물론이고 조건만 갖추어진다면 위대한 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는 청신호가 여성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다.

독일 태생의 여류화가이자 조각가인 키키 스미스(Kiki Smith 1954-)는 작품을 통해 고통을 당하는 신체, 병, 절망, 자기 파괴를 감내하는 몸짓언어를 표현해 유명해진 화가이다. 스미스의 작품은 육체가 경험 할 수 있는 극한 상황에 노출되고, 고통 받고 또 이를 힘겹게 참아 내는 것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고도의 정신성, 사색적 깊이를 느끼게 된다는 점이 스미스 화가의 독특한 미학이라 할 수 있다.

▲ 키키 스미스 작 : ‘트레인’ (1992)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 대학 미술관

이러한 점에서 스미스의 작품은 인간본질에 대한 많은 이미지를 전달하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주제나 재료에 대한 탐구와 작업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월경과 관계되는 그녀의 작품으로는 ‘트레인 train’(1992)이라는 그림이 있다. 한 여인이 걸음을 멈추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오던 길을 뒤돌아보고 있다. 그런데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는 붉은 생리 혈이 여러 줄기 흘러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붉은 피를 자세히 보면, 영롱한 붉은 구슬들의 연속이다. 즉 월경이라는 신호에 의해서 배란, 임신, 출산이라는 위대한 생명이 탄생될 수 있다는 생리적 몸짓언어의 암시인 동시에, 이에는 생리라는 미명으로 가려지기도하는 여성의 숨은 고통의 몸짓언어의 대변이기도하다. 

문국진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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