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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평화기념관, '전선(戰線)의 의사들' 특별기획전6·25전쟁 때 우리나라 도와준 스웨덴, 인도 등 의료지원 5개국 ‘첫 조명’
"전선의 의사들" 기획전시실 전경

부산 남구 홍곡로 옛 당곡공원 언덕에 자리 잡은 유엔평화기념관(UNPM, 관장 전외숙) 1층엔 ‘아주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017 기획전시회 ‘전선의 의사들(Doctors on the Frontline : 2017년 6월 1일~2018년 4월 30일)’이 그것이다. 전시주제이자 관람포인트는 ‘6·25전쟁 의료지원 5개국 시드니(SIDNI)’. ‘시드니’는 전쟁 때 우리나라에 의료분야를 도와준 스웨덴, 인도,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를 말한다. 6·25전쟁 때 전투지원국(미국 등 16개 나라)들의 승전보 속에 가려진 UN참전국들 중 의료지원 5개국 관련내용을 국내 처음 기획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실 벽면엔 5색실로 엮어 만든 ‘시드니(SIDNI)’ 글자판. 6․25전쟁 때 우리를 도운 의료지원국 5개국 머리글자다.

‘시드니’는 이들 다섯 나라의 영문머리글로 참전일 순서로 만든 우리말식의 약어표현이다. 6·25전쟁이 나자 △우리나라에 제일 먼저 와서 가장 오랜기간 도와준 ‘스웨덴(Sweden)’, △공수사단 소속으로 가장 위험한 최전선에서 의료 활동을 펼친 ‘인도(India)’, △병원선 유틀란디아호를 보내준 ‘덴마크(Denmark)’, △사과나무 밭에서 의료 활동에 나섰던 ‘노르웨이(Norway)’, △UN비회원국으로 참전한 ‘이탈리아(Italy)’를 일컫는다.

“시드니(SIDNI)를 꼭 기억해 주세요!”
전시실 출구 벽엔 5색 실로 엮어 만든 ‘시드니(SIDNI)를 기억해주세요!(Remember SIDNI!)’란 가로글자판이 걸려있다. “전시관을 다 돌아본 사람에게 이들 5개 나라를 꼭 기억해달라는 뜻에서 특별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전외숙(63) 유엔평화기념관장의 설명이다. 전 관장은 “의료지원국들은 전투지원국보다 덜 알려졌지만 전쟁 중 의료활동이 없었다면 참전용사와 민간인들의 더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전시회는 5개국의 참전의미와 업적, 평화정신을 알리고 조명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우리의 상처를 치료해준 나라, 우리의 아픔을 함께 나눈 그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도 들어있다. 6·25전쟁 때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외국 참전군인들 묘소 ‘유엔기념공원’을 비롯해 유엔로터리, 태극기거리, 부산박물관, 부산문화회관이 부근에 있는 유엔평화기념관의 이번 전시회는 ‘북한 핵’으로 국가안보가 불안한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나라안팎으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달엔 ‘국군의 날’(10월 1일), ‘재향군인의 날’(10월 8일), ‘유엔의 날’(10월 24일)도 들어있어 시의성도 있는 전시행사다.

전시실엔 6·25전쟁 때 치열했던 공방전 속에서 다친 군인(국군, 유엔군)과 민간인을 돕는데 온힘을 쏟은 기록들이 생생하다. 어둡고 매서웠던 1129일간 총과 포가 아닌 피 묻은 수술복을 입고 우리의 생명을 지켜준 현장모습과 사연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130평 규모의 전시공간엔 의료지원국 대사관과 참전용사들이 보내준 자료, 유물, 영상, 사진 등과 지원국들이 펼친 희생정신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수술기구, 병원물품, 의료장비는 물론 의사가운, 간호사복, 야전병원 천막, 간이침대, 위생용품, 의료 책·서류 등이 60여 년 전의 급박했던 전쟁참상을 떠올리게 한다.    

6·25전쟁 때 우리나라에 온 덴마크병원선 유틀란디아호.

덴마크병원선 ‘유틀란디아호’ 재현
특히 눈길을 끄는 볼거리는 덴마크의 병원선(病院船) ‘유틀란디아호(Jutlandia, 8500톤급)’. 기념관은 전시를 위해 유틀란디아호 일부를 재현했다. 6·25전쟁기간 중 병원선에서 쓰였던 화폐를 가지고 퀴즈이벤트에 참여하면 매달 2명을 뽑아 기념품도 준다. 유틀란디아호는 왕실소유 상선(商船)을 병원선으로 바꿔 외과, 내과, 치과, 방사선과 등 4개의 수술실, 356개 병상, 최신의료장비를 갖췄다.

1951년 3월부터 1953년 3월 돌아갈 때까지 부산항에서 5000명 이상의 유엔군과 수만 명의 우리나라 사람을 치료했다. 초기엔 부산항에서, 1952년 가을부터는 인천항에서 지원했으며 3회에 걸쳐 999일간 의료활동을 벌였다. 이후 2016년 주한덴마크대사관에서 이를 기념해 관저 안에 ‘유틀란디아홀’을 마련, 공개하고 있다. 기념관은 올해 철수 60주년을 맞은 스웨덴적십자야전병원(서전병원)도 알리고 있다. 스웨덴병원은 1950년 9월~1957년 4월 부산 서면과 국립부산수산대(현 부경대)에 자리 잡고 유엔군, 민간인 등 200만 명 넘게 무료치료 했다.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인근 옛 병원자리엔 스웨덴 의료지원기념비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 스웨덴의료진 활약상과 헌신을 압축해 보여주는 영상도 처음 공개돼 흥미롭다. 영상은 2004~2006년 판문점 중립국감시위원회(NNSC) 스웨덴대표로 근무한 라르스 프리스크(Lars Ffrisk) 장군(★★)이 만들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장군과 주한스웨덴대사관 협조로 선보이고 있는 영상은 6·25전쟁에 참전한 60여 스웨덴인과 우리나라에서 치료받았던 사람들 인터뷰 내용 등이 주로 담겼다. 라르스 프리스크 씨는 귀국 후 스웨덴-한국협회를 만들었다. 영상물 못잖게 의료지원병으로 근무했던 잉에마르 아게 씨가 찍은 희귀사진들도 돋보인다.

의료지원국 중 가장 위험한 최전선에서 활동한 인도, 경기도 동두천 사과밭에서 ‘사과나무 정원’이라 불렸던 노르웨이 이동식외과병원, UN참전국들 중 우리나라에 가장 늦게 왔으나 정전협정(1953년 7월 27일) 후에도 민간인 진료 및 구호업무를 한 뒤 돌아갈 때 모든 의료장비와 시설을 우리 정부에 주고 간 이탈리아 이야기 등 가슴 따뜻한 전시내용이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한다. 

전시실을 찾은 스웨덴 참전용사 4명(앞줄 스카프)과 유가족들이 전외숙(앞줄 가운데) 유엔평화기념관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개막 후 내외국인 4만4500명 관람
지난 6월 1일 오후 3시 유엔평화기념관 1층 기획전시관에서 이종철 부산 남구청장, 전홍범 부산지방보훈청장, 보훈단체장, 박물관관계자, 기증자, 전시관련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막을 올린 전시회장엔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등 4만4500명(내국인 4만3400명, 외국인 1100명-10개국, 9월 중순 현재)이 다녀갔다. 어린이집, 초·중·고교, 전국 대학 간호학과, 보훈단체, 군병원 등과 6·25전쟁 참전국(필리핀, 태국, 호주 등)에서 온 관람객이 많다. 

전시관을 찾은 외국인들 중 6·25전쟁 참전 스웨덴의료진들이 지난 9월 12일 오후 전시장을 찾아 화제였다. 올해 ‘철수 60주년’을 맞은 스웨덴 적십자야전병원 UN참전의료진 중 존 에릭슨 씨(위생병 근무·93) 등 부산서 활동했던 의료진, 유가족 10여명이 그 주인공이다. 참전용사들은 옛 전우 이름과 얼굴을 떠올리며 기록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유가족인 펄 니안덜(Per Neander·68)씨는 사진 속의 정정했던 아버지(故 괴스타 니안덜, Go¨sta Neander·의사)를 보며 울먹여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기념관은 이들을 위한 조촐한 환영행사를 열어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런 자리는 5개국 사람들 중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기념관 청소년 영어도슨트(Docent : 전시작품 전문안내인) 윤수연, 이채미 학생이 기획전과 스웨덴 유물특별전시전을 해설하며 UN참전용사 희생을 기억하고 평화의 소중함도 전했다.

지난 6월 8일 취임 후 처음 유엔평화기념관을 찾아 전시실 내 야전병원을 돌아보고 있는 피우진(왼쪽) 국가보훈처장. 피 처장은 전외숙 관장으로부터 유엔평화기념관이 목표로 하는 ‘세계평화의 씨앗을 심는다’는 비전보고도 받았다.

전외숙 관장, “내년 6월 기획전시 1주년 기념행사 열 계획”
전외숙 유엔평화기념관장은 “내년 4월 30일까지인 전시회기간을 사회적 관심과 관람객들의 호응도가 높아 2019년 4월까지 늘릴 것”이라며 “내년 6월엔 기획전시 1주년 기념 ‘의료지원 5개국 학술세미나’ 등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기획전 입장은 무료며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볼 수 있고, 월요일은 휴무이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못골역(3번 출구)에서 9번 마을버스를 타고 ‘유엔평화기념관’에 내리면 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전화나 기념관홈페이지로 알아보면 된다.

왕성상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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