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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FOCUS] 나도 노인이 된다

  • 입력 2017.11.08 15:24
  • 수정 2017.11.08 15:25
  • 기자명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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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말처럼 노인이란 단어가 두려움으로 다가오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당당하게 노년을 맞으며 제 2의 삶을 시작하는 또 다른 출발선인 셈이다. 누구나 현대인이면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이 많을 것이다. 노인도 예외는 아니다. 적을 알고 전쟁에 대처하면 백전백승인 것처럼 노인이 되어가는 신체적 변화, 즉 노화의 원인과 그에 관련한 질병을 알고 대처한다면 좀 더 삶의 질이 높은 건강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뇌, 60세 이후 중량 및 부피 급격히 감소
건강한 청년의 뇌는 약 1천억개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으면서 주변의 자극에 빠르게 반응하게 된다. 특별한 신경계 손상이나 뚜렷한 인지기능의 장애를 보이지 않는 정상적인 노인의 경우에도 노화과정에서 뇌의 신경세포는 하루에 1만개 정도가 죽는다고 알려져 있다. 정상 노인의 뇌를 CT나 MRI로 촬영을 해 보면 뇌의 전반적인 위축을 확인할 수 있다.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전체 뇌 중량 및 부피의 감소를 동반하게 되고, 60세 이후에는 그 감소가 급격히 일어나게 되며 90세 노인의 경우는 20세 성인의 뇌에 비해 부피가 10% 정도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부피의 감소 원인으로는 신경세포의 소실도 있겠지만 그 외에도 신경세포 크기가 작아지거나 신경세포끼리 서로 연결돼 있으며 정보를 전달하는 시냅스라는 연결고리의 수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 뇌의 많은 신경세포들이 노화와 더불어 그 수가 감소하지만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의 뇌신경세포 소실은 일반적으로 조직의 기능장애를 일으키지 않는 제한된 부분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노화의 한 지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력 감퇴와 학습능력의 저하를 들고 있는데, 이것은 이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의 신경세포가 많이 소실되기 때문이다. 노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뇌 부위로는 학습과 기억 등의 인지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대뇌의 전전두엽(prefrontal lobe), 해마(hippocampus), 그리고 해마 근처의 내측 측두엽 (temporal lobe)을 들 수 있다. 뇌의 다른 부위들과 가장 연결이 많이 되어 있는 부분이기도 한 전전두엽은 지식을 종합해 판단하는 고도의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이며, 해마와 내측 측두엽은 기억정보를 장기적으로 저장하는데 필수적인 영역이다. 이러한 부분들이 노화의 진행에 아주 취약하게 작용해 해마의 경우 30세 이후부터 신경세포들은 소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노년에 이르게 되면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약 30% 가량의 신경세포가 소실되고 시냅스의 수가 감소해 제 고유 기능인 학습능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그러나 뇌의 모든 신경세포들이 이렇게 다 노화에 의해 소실되는 것은 아니다. 한 예로 청각과 후각을 포함한 여러 감각기관으로부터의 입력을 조절하는 곳인 시상(thalamus)은 노화가 진행돼도 전혀 신경세포의 소실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신경세포는 다른 세포와 달리 한번 생성되어진 것은 cell cycle에 다시 들어갈 수 없게 돼 증식하지 못하므로 신경세포의 사멸이 일어나면 곧 신경세포의 소실로 연결된다. 노화가 진행되는 신경세포를 알아보는 생화학적 방법으로는 세포막에 축적되는 리포퓨신이란 황갈색 노화색소의 침착을 들 수 있다. 특정 신경세포의 경우에는 리포퓨신이 신경세포의 세포질 부분을 덮고 있는 것처럼 나타나므로 이것이 세포의 기능장애를 유발해 신경세포사를 유도할 수도 있다는 보고도 있으나, 그 유해성에 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것 외에도 세포 내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와 단백질을 수송하는 네트워크를 맡고 있는 골지체 등이 퇴화돼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조직학적 특징으로는 신경섬유덩어리(neurofibrillary tangle)라는 실타래가 엉켜 있는 것과 유사한 모양의 것이 노화의 진행과 비례해 신경세포 안에 존재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노화, 신경세포 수 감소로만 생기는 것 아니다”
뇌의 노화에 따른 뇌기능의 점진적 감퇴는 이러한 신경 세포사에 의한 신경세포 수의 감소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추신경계를 이루는 많은 신경세포들은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외부에서부터 오는 다양한 신호들을 전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시냅스라는 연결고리 사이로 신경전달물질들을 주고 받게 된다. 이때 결합하는 신경세포들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신경전달물질들이 관여하게 되고 이에 따라 상이한 생리적 반응들이 신체에 일어나게 된다. 이 중 아세틸콜린, 세로토닌, 글루타메이트 같은 신경전달물질은 인지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들이 노화 진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돼 인지기능의 감퇴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노화에 의해 세포 내 환경도 많이 변화하게 되는데, 세포 내 칼슘 농도의 변화와 자유 라디칼의 축적을 들 수 있다. 세포 내 칼슘 농도의 항상성은 세포의 신호 전달체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노화와 더불어 외부의 변화에 따른 세포 내 항상성이 약화돼 세포 내에서는 일정한 칼슘농도가 적절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이에 따른 세포내 칼슘 농도의 증가는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체계를 무너뜨리고 나아가 세포의 손상을 유발하게 된다. 또한 세포 내에 축적된 자유라디칼은 세포의 DNA를 무차별하게 공격해 유전정보의 손상을 준다. 이 때 세포내에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미토콘드리아도 이 자유라디칼의 공격을 받게 되고 미토콘드리아 DNA의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 세포핵 속의 DNA는 자체 내 어느 정도의 복구시스템이 있어서 손상된 DNA를 회복시킬 수 있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는 이러한 복구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므로 한번 손상을 입게 된 DNA는 직접적으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저하시키게 된다. 이러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감소는 에너지 생산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은 세포의 기능 감소 및 사멸까지도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정상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는 경우 뿐 아니라 노화와 관련된 신경계의 많은 퇴행성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알츠하이머, 85세 이후 50% 발병률 
뇌의 노화와 관련된 질병으로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뇌졸중 등을 들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노인성 치매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약 10%의 발병률을 보이나 85세 이후에는 50% 정도의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유전적 소인에 근거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발성인 경우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를 보면 대뇌 피질(cerebral cortex)과 해마부분에 신경노화의 병리학적 표지 중의 하나인 신경섬유 덩어리가 보이고 노인반점(senile plaques)이 나타나며 신경세포의 소실이 뚜렷이 관찰된다. 이것은 노인반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의 축적이 주변의 신경교세포의 염증반응을 유발하고 신경교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들과 함께 신경세포를 공격해 세포사멸을 초래해 나타나게 된다고 생각된다.

파킨슨병은 그 발병률은 높지 않으나 50대에서 60대에 발병하며 중뇌의 흑질(substantia niagra)에 있는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선택적으로 죽음으로써 흑질의 신경세포수가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이곳의 신경세포들은 일반적으로 대뇌 피질에 있는 운동신경과 연결돼 있는데 이러한 신경세포의 사멸로 인해 환자의 운동기능에 이상을 초래하게 된다. 파킨슨병의 경우는 초기에는 치매 증상을 동반하지 않으나 병이 악화됐을 때 치매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 산소 및 영양 공급을 주변의 세포에 할 수 없게 돼 뇌의 일정부위가 손상을 입는 ‘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의 연약해진 부위가 혈압을 감당할 수 없어 파열되는 ‘출혈성 뇌졸중’이 있다. 두 가지 모든 경우에 혈관 및 뇌조직에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를 적절히 공급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뇌세포가 손상을 받게 되며 손상된 뇌조직은 영구적으로 복구가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뇌졸중의 원인질환 및 위험인자로는 고혈압, 동맥류, 아밀로이드 혈관병증, 당뇨, 흡연, 고지혈증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인자들은 연령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노화와 함께 동반되는 질환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뇌졸중에 의한 사망률은 65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급격히 증가하게 되므로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뇌질환임에 틀림없다. 

뇌의 웰빙을 젊어서부터 추구함으로써 뇌의 노화를 방지하고 이러한 뇌의 노화와 연관된 뇌질환들의 발병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뇌의 웰빙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고 노화의 주범이 되는 신경세포의 사멸과 시냅스의 가소성 저하, 자유라디칼의 축적 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경세포를 자극하고 시냅스의 가소성을 강화시키고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됨으로써 자유라디칼의 축적을 피하고 뇌 염증반응의 유발을 최소화해 신경세포를 에너지가 충만한 건강 세포로 지키는 것이다. 또한 각 노화 관련 질환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는 고혈압, 당뇨, 고질혈증 등을 발견 즉시 치료함으로써 뇌혈관의 젊음을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동일 연령의 노인이라도 현저한 인지기능의 차이를 보이게 할 수 있으며 삶의 질이 높아지는 당당한 노년을 맞이하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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