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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와 소외 계층에게 희망 전하는 문화콘텐츠 기획자, 황현모 감독
부드러운 은발의 헤어와 은빛 수염, 검은색 뿔테 안경이 품격 있게 잘 어우러진 황현모 감독은 언뜻 보기에도 크리에이티브한 아트디렉터의 포스가 풍겨난다. 국내 패션산업이 태동하던 1980년 초, 패션 이벤트 계의 기획자로 첫발을 디딘 그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 중견화가이자 국내 문화 예술계의 거장으로 우뚝 서 있다. 이순(耳順)을 코앞에 둔 50대 후반의 나이. 하지만 여전히 문화 이벤트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사회적인 가치 실현의 꿈을 실천하고 있는 그를 만나 인생 후반기에도 2,30대 못지않은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을 물어보았다.

원래 패션쇼 기획자로 출발했지만, 그간 상당히 다양한 장르의 문화 콘텐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인이 창작한 문화 콘텐츠 중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몇 가지 행사를 꼽는다면.
제가 진행하는 이벤트 중에 ‘스마일 챌린지 코리아’라는 웃음릴레이 캠페인이 있습니다. 이 스마일 챌린지 코리아는 지치고 우울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하는게 콘셉트였는데, 이 행사에 SBS개그맨들의 초상권을 내놓는 기부가 이어져 더 감동이 컸습니다. 좋은 일을 하니 행운도 릴레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마일 캠페인은 릴레이가 멈출 때까지 계속 추진될 일이니 현재진행형이라고 할까요. 지난 6월에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환우들과 가족들을 위해 휴먼 감동의 미니 뮤지컬 ‘오! 해피데이’를 성황리에 진행했으며, 시니어모델, 암 투병 환우, 연극배우, 시민들이 배우로 함께 참여하여 더 뜻 깊은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시니어나 소외계층을 위한 콘텐츠 기획에 더 열정을 쏟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동안 패션쇼를 비롯 브랜드 론칭쇼, 대형 집회 등 다양한 행사와 문화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만, 앞으로는 사회 가치를 위한 작업, 특히 시니어 세대들에게 행복과 꿈을 선사해주는 일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은퇴 후 정체성을 잃고 상실감을 느끼거나 방황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보면서, 그들을 위한 가치 있는 문화 기획을 꼭 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습니다. 실제로 제가 가진 능력이 시니어 세대뿐 아니라 방황하는 청소년, 미혼모, 몸이 아픈 환자, 장애인, 여성 등 사회 소외계층을 위로하는 힘이 될 수도 있음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고요. 몇 년 전에 시니어와 미혼모들을 직접 출연시킨 미니 뮤지컬을 만들었는데, 참여한 본인들도 너무 행복해했고 치유 효과가 예상보다 훨씬 좋아서 보람이 컸습니다. 앞으로 여건이 허락된다면 나눔의 철학을 실천하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밝히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남들은 은퇴할 나이인데, 여전히 잘 나가는 문화콘텐츠 기획자로서 왕성하게 일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뭔가요?
글쎄요. 시대의 변화가 창조적인 콘텐츠 전문가들의 기획력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4차 산업시대가 되면서 인문학 출신의 사무직이나 기술직은 점차 퇴조하는 반면 화가, 작곡가, 시나리오 작가 등 지적, 문화산업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블루오션화 되어 예전에 비해 몸값이 뛰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요. 즉, 사람이 했을 때 빛나는 그림, 영화 등 창조적인 일들은 4차 산업시대에도 유효하다는 얘기지요. 운 좋게 직업을 잘 선택한 것이 ‘롱런의 비결’이라고나 할까요.(웃음)

상당히 겸손한 표현이시네요.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문화 행사 분야에서 서울시, 국회 등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와 수년 간 동일 행사로 인연을 맺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직업상 제가 무엇이든 맘대로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클라이언트의 의도를 살려 일을 하더라도 가급적 남들이 한 번도 써먹지 않은 것, 소비자들에게 상상 이상의 브랜드 이미지를 전해줄만한 창의적인 작품 기획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 진심이 통하는지, 저와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은 계속 함께 일을 하길 원합니다. 예를 들면,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한강 새빛섬에서 개최한 ‘서울 스토리 패션쇼’를 3년째 계속 제가 감독을 맡고 있고,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국회의사당에서 진행하는 ‘대한민국 국회 동심 앞마당’ 행사도 수년째 총지휘를 하고 있습니다. 행사에서 보여주었던 창의적인 발상이 고객들을 감동시킨 것 같아요.

행사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 주시지요.
예전에 올림픽 체조경기장 무대에서 피날레를 멋지게 연출하기 위해 거대한 성벽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기획을 했었어요. 자칫 스텝들이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시도였는데, 극적인 효과는 최고였다는 평가를 받았지요. 한강 새빛섬 광복 70주년 서울스토리패션쇼에서는 오프닝 출연자를 긴박감 넘치는 음악에 맞춰 말을 타고 등장시켜 관객들의 환호성을 받았지요. 저는 늘 사람들의 상식을 뒤엎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데는 역시 남다른 비결이 있었네요. 하지만 나이도 있는데, 그토록 엄청난 일을 처리하려면 체력이 부족하지는 않나요?
남들이 제 별명을 ‘에너자이저’라고 하더군요.(웃음) 저는 취침 전에 ‘그림일기’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오래 전부터의 습관인데, 일기를 쓰면 마음이 편해져 숙면이 가능해요. 그리고 매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명상을 마치면 맨손체조로 몸을 풀고 푸시업 85개, 허벅지 강화 운동을 동시에 시행하지요. 이것이 저의 몸매관리 비결이자 젊음 유지 비밀인 셈입니다.

문화콘텐츠 기획자 외에 서양화가로도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수년 간 패션 라이프스타일 여성 채널 ‘비욘드 동아티비’에서 패션쇼 그림 ART코너를 통해 제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였고, 올 봄에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패션&뷰티전’을 기획하는 등 화가로서의 활동도 계속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약 1천여 건의 문화 행사와 수차례의 개인전. 정말 정신없이 달려왔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과욕을 하기보다는 내 자신을 다스리면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콘텐츠 생산에 몰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얼마 전에 경기도 여성비전센터와 진행한 ‘건강가정 박람회’는 ‘건강한 가정’과 ‘가족 사랑’의 소중함이 표현되도록 기획된 ‘착한 행사’였는데, 이 시대의 행복을 위해 가장 절실한 콘셉트가 아닐까 싶어요.

문화, 예술을 통해 나눔 철학을 실천하고 사회에 공헌하면서 지금처럼 평생 일하는 것이 꿈이라는 문화콘텐츠 기획자 황현모 감독. 그가 꿈꾸는 행복, 꿈, 사랑 등 Well-aging 가치 실현이 사회를 밝혀주는 희망의 빛이 되길 소망해본다.

최경숙 기자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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